대통령과 암살범을 모두 살려야 했던
더 파크랜드
Parkland, 2013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1963년, 텍사스 주 댈러스에 방문한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었다. 이는 전 세계인들을 충격에 빠뜨린 초유의 사건으로, 지금껏 수많은 정치적 음모론을 낳았다. 대통령은 병원으로 이송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였고, 총격 후 2시간 만에 용의자가 붙잡혔다. 그 용의자가 끝내 범인으로 판명된 리 하비 오스왈드다.
정확한 진상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엇갈린다. 총격은 3회 있었으며 이 중 대통령은 두 발을 맞았고 한 발은 가까이 있었던 주지사 코넬리에게 맞았다는 설이 가장 유력한데, 사실은 총격조차 3회가 아닌 4회였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당시 대통령의 옆자리에 있었던 영부인 재클린은 케네디의 얼굴이 날아가는 순간 남편의 뇌를 받았고, 차 뒤로 건너가 대통령의 두개골 조각을 모은 후 다시 돌아왔다.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가장 이성적인 행동이 아니었을까.
파크랜드 메모리얼 병원, 치열한 30분의 현장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던 의사 짐 캐리코에게 날벼락이 닥친다. 긴급후송되어 온 환자가 바로 댈러스를 방문한 케네디 대통령이었던 것. 얼이 빠진 그를 다그치는 수간호사와 뭐든 해보라는 경호원들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깝다. 대통령의 방문으로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였던 파크랜드는 돌연 긴급사태를 맞는다. 파크랜드의 의사들이 총 동원되고, 수술실 안까지 들어온 경호원들을 간호사들이 밀어내며 실랑이를 벌인다. 대통령의 죽음은 비단 거기서 그치는 일이 아니었기에. 그들에게는 살려내야 할 책임이 있었다. 비단 그래야만 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고 이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관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목격자의 시선으로 보다
<더 파크랜드>는 암살된 케네디 대통령이나 암살범인 오스왈드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왜 대통령이 죽었는지, 왜 죽였는지에 대해서 묻지 않는다. 케네디가 암살된 건 아주 찰나의 순간이다. 그마저도 케네디가 아닌 당시 카퍼레이드를 촬영하던 자프루터의 모습을 담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느낀 건 세 발의 총격 이후다.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는 사람들의 환호와 탄성은 이내 끔찍한 절규로 변했다.
대통령이 암살됐다. 한 마디로 정리되는 간단한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케네디의 죽음은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패닉으로 몰아넣었고, 대통령이 이송된 파크랜드 병원에서는 시신을 둘러싼 은밀한 권력다툼이 펼쳐졌다. <더 파크랜드>에서 다룬 요소는 바로 그것이다. 케네디 암살 직후의 3일. 대통령의 임종 당시 곁에 있었던 사람들, 범인 체포에 중요한 단서가 될 필름을 촬영한 남자, 그리고 범인으로 지목된 오스왈드의 가족이다. 이들은 철저히 당사자가 아닌 제3자다. 그러나 우연히 혹은 운명적인 계기로 그 현장에 있었고, 역사에 기록된 케네디 암살 사건의 주요 인물이 된다. <더 파크랜드>의 필름은 그들의 모습을 쫓아가며 휩쓸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대통령과 암살범이 같은 병원으로
<더 파크랜드>의 가장 큰 키워드이자 포커스가 아닐까 싶다. 대통령과 암살범이 같은 병원으로 실려왔다? 이는 병원 관계자들에게 실로 엄청난 내적 갈등을 유발한다. 의료 관계자들에게는 모든 정황을 제쳐놓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들의 의무이자 자격이고, 책임이다. 그러나 짐 캐리코는 갈등한다. 그의 손에서 대통령이 죽었고 이제는 그 대통령을 쏜 암살범이 있는 것이다. 스치듯 지나갔던 대사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살리고 싶어?”
폭풍의 3일
케네디가 암살당한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영화는 담담하게 사건 이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긴박한 장면 전환이나 손에 땀을 쥐는 액션신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새 긴장감에 등이 꼿꼿이 펴진다. 파크랜드 병원에서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는 관계자들, 자기가 촬영한 필름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어버린 남자, 그리고 암살범으로 지목된 용의자의 형은 순식간에 평화로운 일상에서 튕겨나간다.
<더 파크랜드>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당시 현장을 구현했고, 배우들 역시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가 인정한 명배우들로 구성되었다. 조사과정만 4년이 걸린 작품으로 ‘남들이 모르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현장에서 어긋나기 시작한 삶. 피터 랜즈먼 감독은 <더 파크랜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케네디가 암살당할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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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에 관심이 있으신 분
빈센트 버글리오시의 <11월의 나흘>을 읽어보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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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mingki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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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학의 중심에는 사진의 객관성과 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자리 잡고 있다. 리얼리티를 담보해야하는 사진이 주관성을 띠고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은 현대 미학에 커다란 트라우마를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더 파크랜드>는 사진이 주는 이러한 역설적 메시지를 재고 없이 고스란히 노출시킨다. 영화는 오직 사실만을 담기 위해 거시적 사건을 여러 개인의 이야기로 파편화시키고 4년에 걸친 자료조사로 디테일을 살리려 한다. 하지만 이 부단한 노력은 리얼리티의 의미를 신중히 생각지 못한 연출의 부족함으로 완전하게 뒤틀린다. 케네디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확고한 주제의식은 인물과 사건에 과한 힘을 실으며 감상의 끝으로 치닫는다. 실화를 있는 그대로 담았다고 해서 사실이 될 수는 없다. 핸드헬드로 촬영한다고 해서 리얼리티가 담보되는 것도 아니다. 객관성과 중립성의 완전한 확보는 물론 불가능한 임무다. 하지만 <더 파크랜드>는 불가능한 임무에 너무나도 가볍게 도전하면서 리얼리티의 본질을 망각한다. 그렇게 <더 파크랜드>는 완전한 실화의 소재를 완전히 편향된 연출로 조작하여 자신만의 리얼리티를 만든다.
2014년 3월 14일 금요일 | 글_최지나 기자 (payphonelov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