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엣더팜
Tom a la ferme , Tom at the Farm , 2013
영화는 한 사람을 향한 장례식 추도문을 쓰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휴지에 파랑색 펜으로 글을 써가며 몇 단어를 읊조리는 모습이 담담하면서도 우울해 보인다. 몇 번이고 생각하며 펜을 움찔거리기도 하고 단어를 지웠다 밑에 다시 쓰기도 한다.
“오늘 나의 일부와도 같은 사람이 그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눈물을 흘릴 수도 없습니다. 슬픔이라는 단어의 동의어가 뭐였는지조차 잊어버렸습니다. 이제 우리가 너 없이 살려면 널 대신할 사람이 필요할 거야.” 그 후 나직하게 내뱉는 젠장은 담담하지만 격해서, 그가 가지고 있는 고통을 짐작하게 한다.

탐은 그 글귀를 들고 장례를 치룰 농장으로 간다. 농장은 어딘가 서늘하다. 아무도 없이 암소들이 우는 공간, 문이 열리고 닫히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는 한적한 공간. 그리고 빽빽한 밀밭. 탐은 어머니에게 죽은 사람에게 온 단 한명의 친구로 대접받는다.
아들과 연인,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두 명의 슬픔이 담담한 대화로 오고간다. 그들에게 한 세상과도 같은 존재였던 기욤은 이제 죽고 없다. ‘기욤’을 아는 사람인 그 둘은 그에 대한 대화를 하며 무언가 안정을 찾는 듯 보인다. 그때 어머니가 와야 할 누군가가 오지 않았다는 한 마디를 툭 던진다. 아들의 연인을 찾는 어투다.

그날 밤 탐은 어둠 속에서 어머니에게 아들의 동성연인이었다는 말은 입 밖에도 꺼내지 말고 추도문이나 잘 읊고 꺼지라는 형의 협박을 받는다. 죽음과도 같은 어둠, 탐의 눈동자만 보이고 서늘한 목소리가 귓속을 울린다. 그 후 형의 첫 등장은 몸이다. 탐보다 두 배는 큰 몸집이 그가 가진 강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탐은 기욤을 정말 ‘잃게 된 마음’을 얘기하기가 두려워 추도문을 읽기를 포기한다. 어머니는 마음아파하고 형은 탐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탐은 떠나려 하지만, 짐 때문이라도 집에 돌아오게 된다.
아들이 숨겨온 여자친구가 오지 않았다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어머니에게 탐은 전화가 왔다는 말을 빌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기이한 순간이다. 그 후 탐은 어떻게든 어머니에게 진실을 밝히고 기욤의 잔재에서 벗어나려 한다. 형은 입을 다물고 어머니의 마음을 달래라며 목숨의 위협을 가한다. 그 후 탐은 일평생의 첫사랑, 기욤의 가족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제는 비어버린 순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욤’이라는 존재가 있는 곳에 머문다. 포스터의 한 마디, 너의 그림자가 머무는 곳 이기에 탐은 농장의 그림자로 스며든다.

이제까지 자비에 돌란은 다양한 사랑의 이미지를 그려왔다. 전작과 조금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지만 <탐엣더팜>의 중심적 이미지 역시 사랑이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사랑의 빈자리를 가진 세 명의 사람이 있다. 자신의 평생 연인이었던 한 사람을 잃고 그를 대신할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찾는 탐.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들을 급작스럽게 잃고 그의 죽음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어머니. 자신을 농장에 박혀 있게 한 어머니를 애증고, 동생의 사진을 지갑에 지니고 다닐 정도로 사랑하지만, 너무나 조용하기만한 일상에 마약과 폭력으로 자신이 품은 수많은 감정들을 분출하는 프란시스.
프란시스는 어머니에게 미움 받는 걸 극도로 두려워하며 탐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든 틀을 벗어나려는 누구든 협박하고 파괴한다. 탐은 그 기괴하기 짝이 없는 폭력적인 공간에 조금씩 중독된다. 그는 벗어나려고 몇 번이고 노력하지만 그 기묘하기 짝이 없는 가족 틀 속에 조금씩 들어간다. 프란시스의 폭력은 탐에게는 기괴하게 표현된 사랑 같고 소의 탄생 같은 ‘피’는 탐의 허전함을 자극적인 색깔로 가득 채운다. 농장 속의 탐은 자신을 자극하는 모든 상황들에 파묻혀 간다.

탐은 점점 멍투성이가 되고, 지쳐가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다. 우리는 농장 속 탐과 기욤 가족의 모습을 보며 사랑의 한 방식을 본다. 그리고 탐이 잃어버린 사랑의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저릿한 마음을 안고 보게 된다.
마지막 엔딩 노래는 농장에 빠져 들어갔던 탐의 감정적 여정을 대변하는 느낌이다. ‘난 아메리카에 지쳐버렸어 난 알 수 없어 다신 널 볼 수 없나 그 편이 나은가 넌 너를 사랑한 세상을 이용했어 이미 불타버린 마을로 가고 있어 난 아메리카에 지쳤어 집에 가는 길이 혼자 외롭진 않을 거야’ 의 가사는 <탐엣더팜>의 순간을 절절하고도 멋지게 표현한다.
전작들에서 색에 대한 뛰어난 표현능력을 보여주었던 자비에 돌란은 이 영화에서는 자신의 색채를 가장 절제한 듯 보인다. 사실적인 심리적 공포를 느끼게 하기 위해 농장의 빛깔, 금빛, 안개, 어둠과 빛, 그리고 작은 소리들을 세세하게 살려놓았다. 영화 속 인물들의 옷에도 색을 최대한 죽였다. 그러나 주인공의 머리만큼은 농장의 색깔 같은 금발이다. 또한 순간순간에 쓰인 멋진 OST가 영화에 기묘한 느낌을 더한다. 탐이 농장으로 가는 여정에 나오는 생에 대한 찬미가 같은 노래와, 장례식장에서 트는 노래, 마지막 노래 같이 ‘사랑’과 ‘죽음’ 사이를 말하는 노래들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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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에 돌란의 새로운 색채를 보고 싶은 사람
몸서리치는 사랑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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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소나무 나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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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마크 부샤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탐엣더팜>은 실체 없는 기억만으로 채워지는 망자의 빈자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물의 섬세한 심리 묘사, 독특한 영상, 대담한 이야기 전개는 불친절하지만 신선하고 흥미롭다. 자비에 돌란 감독의 차갑고 빈티지한 느낌의 화면은 기이하고 혼란스러운 주인공의 심리변화를 반영하고, 가브리엘 야레의 음악은 다소 노골적이지만 영화 속 극적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극대화시킨다. 기욤을 둘러싼 은밀한 비밀과 프랑시스의 위협 속에 숨겨진 주인공에 대한 애착이 영화를 더욱 짜릿하게 만든다.
2014년 5월 15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 (jeongin@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