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퍼
La migliore offerta, The Best Offer, 2013
알 수 없는 클라이언트
최고의 미술품 감정사로 활약하는 Mr.올드먼에게 뜻밖의 의뢰가 들어온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저택과 많은 가구, 미술품을 처분하고 싶다는 젊은 여성. 그녀는 반드시 올드먼과 거래하겠다고 주장하며 완고한 그를 저택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올드먼과의 약속을 몇 번이나 깨고, 그때마다 갖은 핑계를 대며 올드먼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결벽증세가 있고 수집욕이 왕성하며, 시간계산에 투철한 올드먼은 그런 의뢰인의 태도에 분노한다. 그러나 의뢰인의 저택 지하에서 발견된 출처를 알 수 없는 부속품에 흥미를 느낀 올드먼은 결국 의뢰를 받아들인다.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
올드먼에게는 공개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바로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을 수집하는 일이다. 그는 자신의 경매장에서 동료와 함께 ‘작전’을 벌인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로버트에게 신호를 주고, 높은 금액을 부른 동료에게 낙찰시킨 후 나중에 그림을 사는 식이다. 그는 여성의 아름다움에 상당히 집착한다. 하지만 소극적인 성격 탓에 현실의 여성과는 말도 제대로 섞지 못한다. 궁극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에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 올드먼은 바로 그런 타입이다. 날카롭고 까다롭지만 내면에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사실 그에게는 진솔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상대방이 절실하다.
얼굴 없는 그녀
비밀스러운 클라이언트의 이름은 클레어 이벳슨. 그녀는 스스로 심각한 광장 공포증에 시달린다고 고백한다. 열다섯 살 이후로 집밖에 나간 적이 없고, 집에 누군가 있으면 방 밖으로도 나가지 않는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에게는 너무나 두렵다. 올드먼과 클레어는 방문을 사이에 두고 계약서를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그녀가 유일하게 공포를 느끼지 않았던 장소,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왜 집과 미술품들을 처분하려고 하는지. 올드먼은 오직 클라이언트일 뿐이었던 클레어와 차츰 가까워지고, 이내 그녀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진다.
진실과 위증
올드먼에게 클레어는 말하자면 첫사랑이다. 그는 까다롭고, 직설적이고, 자존심이 세지만 사랑하는 여성 앞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몰라 허둥댄다. 그는 젊고 경쾌한 친구인 로버트에게 조언을 구하며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간다. 그의 오랜 비서에게는 다음과 같은 질문까지 던진다.
“여자와 사는 건 어떤가?”
“경매와 비슷합니다. 내가 부른 값이 최선인지 알 수 없죠.”
올드먼의 비밀 서재에는 시가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명화들이 있다. 미녀들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초상들이다. 그러나 그 중 아무도 올드먼과 대화를 하고, 감정을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을 수는 없다. 올드먼은 자신의 전부라고 여겼던 세계에서 조금씩 벗어나려고 한다. 고집스럽고 완고했던 노인이 변해가는 모습이 흥미로우면서도 어딘지 위태롭다.
올드먼의 결벽증과 독특한 성격은 그의 어린 시절에서 비롯됐다.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고아원에서 자란 그는 사랑을 모르고 자랐다. 미술품 복원, 감상에 눈썰미가 뛰어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그리워한다. 그는 진품과 가품을 구별하는 데에는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심과 거짓을 구분하기에는, 그가 살아온 지난 삶이 너무 삭막하고 폐쇄적이었다.
거대한 저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태피스트리. 신비로운 여인과 사랑을 모르고 살아온 남자의 이야기가 대단히 짜임새 있는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 한 마디에도 복선이 있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극중 몇 번이나 언급되는 대사 한 마디가 있다. “위조품속에서도 진품의 면목을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올드먼 개인의 철학이라고 여겼지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곱씹어보게 된다. 가짜 속에서도 빛나는 진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알아차릴 수 없고, 알아차린다 해도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기에 가치 있는 사실이다.
사실 <베스트 오퍼>는 초반부에 강한 흡입력이 있는 작품은 아니다. 올드먼은 괴팍하고 결벽증이 심하며, 아름다운 여인들의 초상을 수집하는 독특한 성벽의 노인으로 묘사된다. 클레어는 얼굴도 드러내지 않고 방 안에 숨어 사는 정신병자다. 두 사람의 만남은 좀처럼 성사되지 않고, 미술품 경매 장면은 관객에게 있어 생소하기만 하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가면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에 마음을 빼앗긴다.
삶의 진정한 가치와 깊이를 생각해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