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라이프
Still Life, 2013

고독사(孤獨死)에 관한 문제는 이미 경고단계를 넘어서 심각한 수준이며,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하고 들을수 있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고령화로 인한 독거노인의 증가,가족과의 갈등이나 불화 등으로 인해 혼자 살아가는 이들,자유를 즐기는 싱글족들의 증가 등 핵가족화에 따른 개인주의 확산으로 고독사는 자연히 늘어갈수 밖에 없는 현실이되어 버렸다.
이제는 더이상 외면할수 없는 '고독사'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들은 '우베르토 파졸리니'감독에 의해 완성 되어졌고 죽음에 관한 심오한 고찰은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며 제7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4개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화려한 수상경력 만큼 영화가 전달하는 메세지는 강렬하지만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식 만큼은 한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며 물 흐르듯 잔잔하게 진행되어 간다.
주인공 '존 메이(에디 마산)'의 단조로운 생활과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융통성 없는 행동들은 자신을 정해놓은 틀속에 가두어 버리지만 그 구속마저 자신의 생활의 일부인양 순응하며 살아가고,작은 흐트러짐 조차도 용납하지 못하는 '결벽증'에 가까운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주인공 '존 메이' 역할의 에디 마산(Eddie Marsan),한때 화가를 꿈꾸며 도제식 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1980년 TV드라마의 단역배우를 시작으로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참여하며 '스티븐 스틸버그','우디 앨런'등 유명한 할리우드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영국 배우로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강렬함 만큼이나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이기도 하였다.
위협받고 있는 '사회복지 문제'
죽은자의 영혼을 달래주는 신부님,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 가여운 영혼,그리고 고독사 담당 공무원 '존 메이' 넓은 성당안에서 치뤄지는 장례식의 하객은 이들이 전부이고 울려퍼지는 음악은 죽은자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존 메이'의 선곡이기도 하다.경력 22년차의 경험만큼이나 능숙한 장례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만 그 의식은 엄숙하고 망자의 한을 달래주듯 경건하기도 하다.'존 메이'역시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어서 일까 '고독사'한 이들을 대하는 '존 메이'의 감정은 진지하며 지인들을 추적하고 장례식에 초대하는 과정들은 자신의 일처럼 정성을 다하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망자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작은 단서라도 철저히 추적해서 연락을 해보면 그들의 반응은 냉담하고 설득하는 '존 메이'심정은 간절하지만 자신의 능력으로는 해결할수 없는 힘겨운 과정들이다.완벽하고 철두철미한 그의 성격탓에 처리못하고 있는 유골들은 쌓여만 가고 그로 인해 부진한 처리능력은 운영예산의 과다낭비 등의 이유로 해고 당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하지만 자신의 맞은편 아파트에 거주하던 알콜중독자'빌리스토크'의 죽음을 처리할수 있는 3일간의 시간은 주어지고 이 시간은 '존 메이'가 새로운 경험을 접하게 되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정적인 삶'을 변화시킨 마지막 의뢰인
과도한 업무와 규칙적인 생활에 적응하며 살아온 그에게 찾아온 일탈의 시간들은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며 삶의 의욕을 찾게해준 계기가 되기도 한다.'해고로 인해 느껴보는 인생의 즐거움' 모순된 감정의 변화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느껴보았을 법한 경험들로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난 그 짧은시간의 달콤함은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아도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22년동안 반복된 일상을 살아온 '존 메이'는 분명 정직하고 투철한 공직의식을 지닌 공무원 이었으며,다른 직장은 생각해본적도 없는 충실한 일꾼이기도 하다.
그에게 내려진 해고 결정은 부당하지만 부당함에 맞설만큼의 배짱도 자신감도 없는 그가 할수 있는 일이란 마지막 업무를 충실하게 해결하고 완벽한 모습으로 직장을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알콜 중독자 '빌리 스토크'는 '존 메이'가 해결해야할 마지막 의뢰인으로 성격은 다혈질 이지만 자신보다는 동료들을 먼저 생각하는 의리의 사나이로 바람둥이 기질을 보이기도 하지만 사랑을 할때만큼은 그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며 순애보 적인 사랑을 하는 인물이다.
또 다른 '혈육'
자신의 마지막 의뢰인 '빌리 스토크'의 과거를 회상하며 지인들을 찾아나서지만 전 부인과 딸에게 조차 외면 할 정도로 그의 생전의 모습들은 괴팍하였고 그들에게는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악몽과도 같은 기억들 뿐이다.앨범의 마지막장, 그곳에 아름답고 순수한 모습의 '켈리 스토크'는 아버지 빌리가 교도소 복역중에 면회까지 할정도로 어릴적 아버지 '빌리'에 대한 기억들은 생생하지만 그에게 받은 과거의 상처는'켈리'와 아버지의 관계를 단절시킨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몇년전 어머니를 여의고 혼자 살아가지만 어딘가에서 알코올에 의지한채 살아가는 아버지는 그에게 유일한 혈육이고 늘 그리운 대상이기도 할것이다.가족인 자신마저도 외면해버린 아버지를 위한 '존 메이'의 열정과, 인간의 가치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모습들은 '켈리'를 감동시키기 충분하였고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애완견이 그려진 '머그 컵' 두개
애완견을 벗삼아 외롭게 살아가는 '켈리'를 대하는 '존 메이'의 감정은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 이라기 보다는 이성을 대하는 수줍은 감정이며 처음 느껴보는 설레임은 굳게 닫힌 마음의문을 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이성간의 묘한 감정의 교류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감지할수 있는 특별함이 있는것 일까,장례식을 마친후 차 한잔 하자는 '켈리'의 약속은 지극히 업무적 이었던 '존 메이'의 굳은 표정마저도 부드럽게 변화시키며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진 그에게 '둘이 누릴수 있는 행복'을 꿈꾸게 한다.
외로운 이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존 메이' 하지만 자신의 고독은 누구에게도 위로 받지 못한채 방치하며 살아왔고 반복되는 일상들은 자신의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채 무뎌진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복잡한 도심속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은 영국 주택가의 음산한 풍경들과 아파트의 단촐한 인테리어로 표현되고,흐트러짐 없이 잘정리 된 책상의 집기 들과 ,작은 변화마저도 용납하지 못하는 "존 메이'의 엄격함은 '정적인 삶'에 중독 된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무뎌진 감성이기도 하다.
'스틸(stil)' -<정지된>,<고요한>,<스틸 사진>
영화<스틸 라이프>의 '스틸(stil)'이라는 단어의 다양한 해석중 '정지된 삶' 은 주인공 '존 메이'의 현실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수 있는 단어 이기도 할것이다.변화를 추구하고 주기적인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꾸준한 노력과 자신과의 끈임없는 갈등을 요구하지만 어쩔수 없이 끌려다녀야만 하는 현대인의 비애는 잠시의 일탈마저도 허용되지 않고 그 일탈에 대한 댓가는 엄청난 후유증을 몰고 오기도 한다.
'존 메이'의 경험을 통해 느낄수 있는 자유로운 삶은 그리 먼곳에 있지 않았고 고정된 관념의 변화 만으로도 충분히 누릴수 있는 행복이기도 하다.평생을 살아가며 느끼지 못했던 행복은 '존 메이'의 정지되었던 삶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바꿀수 있는 것이지만 낮선 상황의 두려움과 새로운것에 대한 거부감은, 자신을 고립시키고 움츠려 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여진다.'고독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일상을 통해 보여지는 외로운 삶은 결국 타인과의 공감을 통해 해결될수 있지만,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과정들은 숱한 오류를 통해 얻을수 있는 결과물 이기도 하다.
혼자 자유롭게 살고 싶지만 외롭거나 쓸쓸함을 거부하는 이기심은 결국 무차별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하지만 자신의 외로움을 극복하는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외로운 죽음보다 더 두려운 삶의 외로움은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며 자연스럽게 해결될수 있으며,자신을 위하기 보다 타인의 삶을 조금만 신경써서 바라볼수 있다면 따뜻한 교감은 쉽게 이루어 질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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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일상속에 보여지는 삶의 의미를 찾아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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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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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는 죽음을 다룬 짧은 동화 같은 작품이다. 오밀조밀한 화면과 잔잔히 스며드는 음악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를 지켜보는 부담을 덜어준다. 자신에게 몰려드는 타인의 죽음 속에서 그들의 삶을 반추하고 기억하는 존 메이의 모습은 죽은 자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관객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스틸 라이프>는 성실하고 무뚝뚝한 존 메이의 캐릭터처럼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길로 요령 없이 흘러가는 작품이다. 하지만 삶의 끝에 죽음이 있는 것이 마냥 빤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작품 안을 가득 채운 존 메이의 삶은 그 끝에 이르러 커다란 울림을 준다.
2014년 5월 29일 목요일 | 글_김현철 기자 (bbunc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