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
LOCKE , 2013

영화 “로크(Locke)”는 기본적으로 싱글로케이션 무비다. 싱글로케이션 무비란 말 그대로 특정 한 장소에서 촬영이 이뤄지는 형식인데, 아무래도 영화 제작 및 비용 측면에선 장소의 제약을 벗어났지만 연출 부분에선 반대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류의 영화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각본, 즉 드라마틱한 스토리나 인물의 감정이입, 배우의 열연이 보통 영화의 흥행을 좌우한다. 이런 류의 영화라면 대부분의 영화 매니아가 봤음직한 ‘폰부스’ 등이 있는데, “로크”의 경우, 차안이라는 공간에 모든 일들이 일어나며, 주인공의 독백, 여러 상대방의 전화 목소리 만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영화의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로크는 이름 그대로 주인공(톰 하디)의 극중 성이다. 로크는 평범한 가장이자, 영국의 잘나가는 건설업자로 바로 다음날 새벽부터 회사의 미래가 걸린 빅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출장 중 한번의 실수로 생긴 혼외자식의 출산 소식을 듣고, 모든걸 뒤로 한체 불륜녀가 있는 병원으로 이동한다. 이동하는 차안에서 엎지러진 물을 치우기 위해 회사 상사, 부하직원 등과 회사일을, 아내와 자식들과는 가정일을 해결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들어나게 되며, 이 모든 과정을 영화는 담담하게 담고 있다.

서두에 밝혔듯이, <로크>와 같은 싱글로케이션 영화는 주인공의 연기력과 제한된 공간에서의 연출이 대단히 중요한데, 일단 최근 상승세인 톰 하디가 주인공 로크역을 열연했다. 톰 하디는 <다크나이트-라이즈>의 베인 역으로 출연했고 최근 개봉한 매드맥스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다. 최근 배역과 다르게 로크에서는 굵직한 이미지보단, 평범한 가장이며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깐깐하고 완벽주의에 가까운 건설 총책임자역을 담담하게, 그리고 잘 수행했다.
영화 내내 긴박감이 넘치는 전개나 혹은 차안을 벗어나는 구도, 또는 과거회상씬은 없다. 그저 모든 일이 차안에서 이뤄질 뿐이고, 그저 담기 때문에, 어떤 이들에게는 지겹고, 재미없는 영화라고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본인이 보기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관객들과 교감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생을 살다보면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되고, 피치못할 일들이 오게 마련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처를 하고, 로크 역시 그의 방식대로 대처한 것일 뿐이다.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차안이라는 제한적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중이라는 특성을 살려 스쳐지나가는 배경, 네비게이션, 표지판, 창문의 투영이미지로써 충분히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극 중 ‘그 한번이 선악을 가른다’는 대사처럼, 단 한번이였어도 불륜을 저질렀고 상대 여자는 원치않던 임신 후, 당장 오늘 출산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은 아내가 굽고있는 소시지 향이 노릇노릇 올라오는, 사랑스러운 두 아들과의 축구경기시청이 있는 그런 가정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당장 내일 아침부터는 수백억 규모의 대규모 공사를 책임져야만 한다. 자, 질문은 이렇다. 자신이 이룬, 혹은 가진 모든 걸을 버리고 불륜녀의 아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가? 로크의 선택지가 과연 옳은 것인가?

물론 답을 내리는건 관객의 몫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아마 본인이 가진걸 먼저 지킬려고 들것이다. 불륜녀의 경우도 둘이 불타는 사랑의 감정을 느낀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책임감, 혹은 아버지로 비롯된 트라우마의 결과물에 가깝다. 주인공은 백미러를 통해 차 뒷자석을 바라보며 이미 죽은 아버지를 향해 입에 담기도 힘든 심한 독설을 내뱉는다. 빈 뒷자석에 마치 아버지가 앉아있는 듯 바라보는 톰 하디의 원망어린 눈빛은 마치 관객들의 눈을 관통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주인공은 어릴 적, 술마약에 찌들어 사는 아버지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실수로 낳은 아들, 저주 받은 피라고 생각하며 자신은 그렇게 되지않겠다는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선택을 나름의 정당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영화 내에서 보여지는 연출기법을 눈여겨 보거나 혹은 다양한 상징을 유추해보는 것도 큰 재미다. 우선 주인공의 정신적 트라우마에 대한 반등으로 완벽주의자, 사물의 기반이 되는 콘크리트 설계자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좋은 가장으로써, 훌룡한 건설업자로써 성공가도에 올랐으나 본인의 내면은 유연했던 콘크리트(어린시절의 트라우마)가 굳은 것처럼 이미 고착 된 것이다. 자신의 가정, 성공을 모두 뒤로하고 불륜녀의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떠나는 길은 평탄하지 않다.
차 안이라는 제한적 공간안에서 그는 전화 블루투스 하나만으로 소통을 한다. 그가 아무리 절망적이든, 전화를 받고 싶지 않든, 전화벨은 계속 울린다. 답답하고 제한적인 의사소통 방법은 현실의 일방적인 소통방법이 그대로 투영되는 듯 하다. 로크가 행한 실수는 어떤 이유든 일이 벌어졌고 자신이 불륜녀의 아이를 선택한 순간부터 일방통행인 고속도로(삶)를 타게된다. 사실상 중간에 마음내키는대로 유턴을 할 수 없는 구간아닌가? 삶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 특히 극 중 주인공이 흥분하거나 일이 꼬일때마다 덜컹거리는 차안이나 차창으로 비취는 문구,‘it’s always been’, ‘slow down’표지판 등은 주인공의 심정을 충분히 대변하고 있다. 본인 생각엔 영화 전체의 전반적인 메시지는 윤리적 선택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보통 우리같은 일반인들 대부분이 가지고있는 어떤 트라우마가 어떻게 삶에 적용이 되는지 인 듯 하다. 로크라는 패밀리 네임(아버지) 트라우마에서 출발한 주인공 자신, 그리고 자신의 성을 물려받을 불륜녀의 아이, 영화 제목에서 나타나듯 Locke는 주인공 자신에게는 그 자체가 트라우마며 재밌는게 Lock(자물쇠)의 의미가 있는 단어와 발음기호가 비슷하다.

사실, 영화를 흥미위주로 보거나 물 흐르듯이 보는 분들에게는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지겹고, 보기 찝찝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영화 자체의 메시지나, 작품성, 상징성을 살펴본다면 제법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상황자체도 우리에게 아드레날린을 주는 스릴러는 아니지만 저 상황에 본인을 대입시켜본다면 주인공 로크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불륜녀의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며 울음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나직히 들리고, 주인공은 마침내 고속도로를 벗어나 통행이 자유로운 시가지로 진입하게 된다. 새로운 삶의 기점이 됬지만 상한점일지 하향선일지는 판단은 관객의 몫인 듯 하다. 극 중 톰 하디가 절규하며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하나의 실수가 모든걸 무너트린다’ 어쩌면 우리모두 본인이 잘못된 길로 가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트라우마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