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장미
Avant l'hiver, Before the Winter Chill, 2013
어느 날, 그의 집, 병원 사무실, 심지의 그의 차 앞까지 붉은 장미 한 다발이 연신 배달되어 온다. 그는 평생 수술대 위에서 살아온 유능한 신경외과 의사!
그러나 수술 일정, 복잡한 집안 일로 얽힌 그의 일상에서 꽃은 아름다운 꽃의 의미가 아니라 그를 괴롭히는 귀찮은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급기야 자신이 한번 맹장수술을 해줘서 자신을 기억한다는 미모의 술집 바텐터가 자신을 스토킹한다고 오해하게 된다.
그 남자는 계속 그녀를 길거리 여인, 스토커로 오인하지만 그녀는 왠지모를 이국적 향기를 가진 여인으로 다가오고 급기야 전화번호를 주고 받는다. 그러던 중, 가족이 없는 여인을 수술 하던 중, 남자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병원원장으로부터 휴가를 권유받는다. 과연 자신에게 완벽한 이 남자의 방황의 시작은 시작된 걸까?
영화는 정원을 가꾸는 아내 역으로 대표적인 영국의 연기파 배우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 우린 그녀를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그녀로 기억하고 있다 )을, 그리고 이 방황의 남자 폴역에 프랑스의 국민배우 다니엘 오떼유를 통해 프랑스 파리 근교에 사는 중산층 부부의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필자가 챙겨봤던 한국 드라마 한편을 통해서 과연 어디까지가 외도이고 어디까지가 불륜인가? 하는 물음을 이 영화를 통해서도 세삼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 계기가 된다. 육체적인 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더 흥분해서 남편을 떠나는 여인을 보면서 단순히 스치는 바람이 아니라 마음을 온통 내어주는 것이 더 지독한 상처가 된다는 것! 남자의 바람은 이기적인 속성에서의 사랑이면 끝이지만 그게 아닌 무엇인가를 건드렸을 때, 자기가 가진 탈을 더 벗어버리고 올인하는 속성을 지닌다는 것을 세삼 다시 알게 되었다.
여지없이 꽃은 계속 배달되어 오고, 어쩌면 그 꽃은 폴의 바쁜 일상에서 누군가가 던지는 사랑의 말, 감시의 말 혹은 유혹의 씨앗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는 계속 그걸 무시하고 산다. 어느 덧 실패로 인해 집으로 돌아온 폴은 신경과민의 남자가 된 자신을 발견하고 일상을 아내와 공유하게 된다. 그러나, 아내는 그와 같은 병원 의사인 오래된 친구 제라드와 더 일상을 공유한 친구가 되어 있었고 제라드도 아내를 너무나 사랑한다.
한통의 전화! 공원에서의 만남, 스치듯 지나가는 충만한 일상의 장면들이 가을 빛이 무성한 파리 근교의 풍경들에 녹아들고 남자는 공원에서 그녀를 만나 진심어린 자신의 무성의 오해에 대해 사과하게 된다. 그러나 폴의 며느리가 그 장면을 보게 되어 아내 루시도 둘의 관계를 알고 의심하게 된다.
대부분 실직을 하게 된 50~60대 남성들은 집에 들어가면 무기력해지게 되나 보다. 집안 일도 억척스런 아내보다 못하고 여전히 부성애를 상실한 채 또 다른 아이들의 부모가 된 자식들은 그런 무능해 보이는 아버지를 신뢰하지도 존경하지도 않는다. 평생을 일만 위해서 살아온 중년을 지난 남자에게 가족의 의미를 사랑의 울타리로서의 기준이 깨져버린 건, 프랑스나 한국이나 다 같은 가 보다!
가정에서의 상실로 인해 더욱 그녀에게 이끌리는 폴은 어느 밤, 그 거리에서 몸을 팔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반전이다! 그러나, 어느 새 상처받은 이 여인의 솔메이트가 되어 가는 폴. 아내의 의심과 그녀의 미행에도 불구하고 폴은 상처받은 이 매력적인 여인과 육체관계가 아닌 진정한 친구와 소통의 대상으로서의 관계를 원하는 자신은 발견하고 만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이 여자는 남자를 떠나 자취도 없이 사라지도 만다. 폴은 집을 떠나 호텔에 묵으면서도 그녀의 흔적을 찾아다니지만 어디서도 그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바(Bar), 거리, 학교......
그녀의 이름 루 발레, 붉고 선명한 빛깔의 장미 한 다발, 상처받기 쉬운 영혼을 소유한 사람. 이 모든 단서에는 이 남자에게 찾아온 사랑에 대한 욕망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끝내 이 남자가 마주하는 진실은 엄청난 반전으로 다가온다.
루 발레, 그녀는 확실히 폴이 말한 대로 그의 인생을 다시 시작점으로 돌려 놓고 말았다. 다시 돌아온 일상, 대저택,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서 때깔나는 식탁에 앉아 지난 이야기, 축하할 이야기, 행복한 표정이지만 이 남자의 심장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그녀의 노랫가락은 그에게 다시 물음을 묻고 마지막 엔딩 장면을 바라보는 관객에게 묻고 있다! 과연 무엇이 외도이고, 무엇이 사랑인가?
2008년 데뷔작,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란 영화로 많은 반향을 일으킨 프랑스 작가 필립 클로델의 감독의 영화로서 이미 유럽에서 화제 집중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