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The 100 year 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 2014
요즘 신문이나 TV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대한민국에 과연 희망이란 게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심각한 이야기로 설전을 벌이는 걸 볼 수 있고, 인간성 상실의 군상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본성, 그리고 인간의 역사, 아니 뭔가 굴절된 한국의 역사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옳고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행복인가? 라는 본연의 철학적인 물음을 다시 스스로에게 하곤 한다.
이런 암울한 상념들에 빠져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을 무렵, 100세라는 살만큼 산 나이에 죽음을 기다리다가 문득 창문 넘어 도망간 할배가 무엇인가를 찾아 현실을 떠나는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스웨덴 출신의 이 할배는 100세라는 나이가 가늠하게 하지만 멀리 보면 나름 인류역사에 중심이 되었다는 서구의 역사를 뒤에 업고 살아온 인간사를 나타낸다. 그에게 있어서 인생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이고 ‘인생지사 세옹지마’라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담고 있기에 더욱 그의 탈출에 동조하여 그를 따라 기나긴 여행을 떠났다.
자신의 생일 날, 도톰한 케이크와 파티를 마다하고 창문넘어 도망친 알란이란 이름의 이 할배는 우선 기차역을 통해 또 다른 할배, 줄리어스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사람이 그리운 것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듯이 만나자 마자 인생의 여정에 동행이라는 것을 함께 한다. 할배가 우연히 손에 넣었던 여행용 가방엔 어마어마한 현금이 들어 있고, 그들을 추격하여 온 ‘조직의 따라지’는 냉동고에서 최후를 맞는다.
이야기의 태동은 이렇다. 우연히, 문득, 갑자기 창문을 탈출했듯이 우리는 모두 세상에 던져졌다. 할배를 보고 그 엄마가 소리를 질렀고 그를 보고 무수한 많은 이들이 탄성, 혹은 비명을 질렀다. 시작과 마찬가지로 영화가 끝에 보여주는 내레이션에서 할배의 이 비명이야기가 반복되는 건, 요즘 각종 문헌에서 강조로서의 화법으로 자주 이용되는 ‘수미쌍관법’ 정도로 이해해야 하나? 하여간 최종 그의 말에서는 우연히 태어난 것 그 자체에 엄청난 축복이 있었노라! 라고 말하는 것이 분명하다.
동료를 거듭 만나서 도망치는 할배의 과거로의 여행은 자신의 출생을 타고 왜? 그토록 그가 폭파에 흥분했는가? 그리고 그 폭파 흥분의 원초적 시점인 시대를 앞서간 부친의 이야기, 가련한 어머니의 죽음, 1930년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여 파시스트 프랑코와 인연을 맺고 나아가 미국으로 흘러가 오펜하이머옆에서 원자폭탄의 탄생에 그가 어떤 역할을 했고 그로인해 소련의 스탈린 앞으로 불려가 어떤 에피소드가 벌어졌는지,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멍청이 동생 허버트 아인슈타인과 보낸 소련 수용소에서 탈출하는 장면, 냉전시대에 소모적인 소련과 미국의 첩보전에서 이중첩자의 노릇을 하며 인간 군상이 만들어 낸 허상에 대해 위트 있게 비웃고 있는 시선으로 무수한 역사의 이면에서 재미와 위트가 묻어나는 장면들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역시나 복잡하게 전개 되는 추격전속의 현실에서 보여주는 위트 있고 웃긴 장면으로 가득한 이 영화의 장르를 블랙코미디 정도로 말하는 게 좋겠다.
할배와 함께한 악은 스스로 우연, 혹은 필연이란 이름으로 자멸하고 할배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인생을 통해 배웠고 판단했던 상황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에 그 장면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주는 깨달음이 바로 감독이 의도했던 바가 아닐까? 인생사 수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그 이야기가 전달하는 진실은 바로 사랑이라며 궁금증으로 끝까지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감독은 창문 넘어 문득 도망가서 결국 낙원으로 상징되는 - 이미 악이 제거된 - 그 낙원에서 서로 인간이란 끈으로 연결된 사람들을 고즈넉이 바라보면서 마지막 대사를 칠 때, 우리는 또다시 ‘인생지사 세옹지마’란 명언을 떠 올리며 100세 할배의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내레이션이 주는 감동에 젖는다.
“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 우리에게 내일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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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재미있는 그리고 진한 여운이 있는 영화가 그리운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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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파코스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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