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Our Family, 2013
남자아이들이 거실 같은 한 방에 모여서 짜장면을 먹고 있는 포스터와 영화 제목 <우리 가족>을 보면 우선 드는 생각은 사촌지간끼리 모여 이사라도 한 것처럼 보인다. 코밑 수염이 컴컴하게 생길 나이의 청소년들. 그들 사이의 나이든 형 같은 남자. 이들이 모여서 가족을 이룬다는 것은 한편의 실험 영화로 보일 수 있겠으나 이 영화는 실제이다. 북에서 온 소년들과 함께 15개월간 같이 정말 가족처럼, 피를 나눈 형제처럼 생활하면서 촬영한 영화이다. 다큐같은 영화, 논픽션 영화, 어떤 수식도 좋지만 다만 그 다큐의 연장에서 꾸밈없다는 것만은 사실이라 할 수 있다.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에게 가끔 부모는 이런 말을 한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굶고 있는데 너는 복에 겨워서 있는 밥도 안먹느냐고. 실제 아프리카 어린이들과 한국의 어린이들이 밥을 먹고 안먹는 것에 비교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 말 뜻의 이면에는 먹는 것의 소중함을 잊고 있는 한국 어린이에게 위협적으로도 들리는 말일 수 있다. 굶어봐야 정신 차리겠냐… 는. 이 영화의 사실성은 이런 위협적인 말도 쉽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 새끼들 한번 또 북한에 보내야 돼”라는 질책, 그리고 들려오는 아이의 해맑은(?) 답변 : “2박3일권으로 끊어주소”
가족의 탄생
제도권에 속한 정규 학교에 대신하여 대안 학교가 있듯이 대안 가족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사회적 협의에 의하여 가족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가족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적인 조직이라고 불려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가족이라는 의미에는 피를 나눈 사이라는 혈연이라는 공통적 DNA가 필요로 하고 한민족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한국의 경우에는 혈연은 어떤 불법도 눈감아 주는 막강한 권력도 누리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죽기를 같이 하기로 결의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피를 물에 풀어 서로 마시는 의식은 그래서 죽음 이전의 생명인 피를 나누는 정신과 육체의 정교한 교감을 전제로 하므로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더욱 공고히 하는 절차이다. 삼국지에서도 유비 관우 장비는 도원결의를 하며 태어난 때는 다르지만 죽는 날은 같은 날이 되기를 맹세하지 않는가. 피는 그렇게 가족의 기본 매체이면서 끝까지 함께 가는 끈이다.
하지만 여기 <우리 가족>의 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죽음을 무릅쓰고 생명의 땅으로 건너왔다는 동지의식이 아닐까 어설프게 짐작해본다. 두만강이라는 큰 강을 건너야 했던 어린이들, 혹은 어린이를 겨우 벗어난 청소년들. 그들에게 두만강은 황천길처럼 이승과 저승을 구분하는 강이자 한번 건너면 돌아오지 못하는 결정의 강이었다.
비록 그 강을 10명의 가족을 이룬 청소년들이 같이 떼를 이뤄 건넌 것은 아니었지만 북한이라는 땅을 건너온 것은 죽음을 전제로 한, 그 절체절명의 순간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가족의 끈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들 가족은 그래서 북한을 공유하고 남한을 분배하는 가족이면서 죽음의 의미를 너무나 서로 잘 알고 있기에 서로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존중하기도 하는 가족의 형태를 자연스럽게 형성한다.
다큐의 힘
15개월간의 일상을 1시간 30분이 채 안되는 시간에 보여준다는 것은 영화가 가진 기능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영화 감독의 힘이다. 김도현 감독은 1년이 넘는 기간동안 같이 생활한 내용을 다큐의 힘으로 적절하게 배분하여 소개한다. 영화적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사계절의 변화 외에 스토리는 가족의 희로애락으로 변할 수 밖에 없을테지만 다큐는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매듭을 풀고 잇는 작업에 능숙하다.
10명의 가족을 설명하기로 하자면 지루할 수 있으나(만약 이들이 마블의 히로인들이라면 무슨 ~맨 하면서 흥미로운 소개가 될테지만) “북한에서 와서 사람들이 불쌍하게 생각하는게 되게 싫다”고 하는 아이의 고백 같은 대사를 처리하면서 그 능숙한 작업을 헤쳐나간다. 그렇게 10명의 가족을 이어가는 힘은 다큐가 가진 스토리의 정리기술이지만 실제 아이들과 함께 살아온 감독의 시선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북한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식당에 가면 어눌한 한국말을 하는 한국인이 있다. 사람들은 쉽게 조선족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러려니 여긴다. 하지만 만약 그 분이 북에서 온 분이라면? 나아가 전학을 온 학생이 강원도에서 온 것도 아니면서 강원도의 투박한 억양을 쓰고 있다면 그것이 단순히 아이의 발음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은 우리가 북한이라는 땅을 너무 멀리 인식하고 있고, 탈북자라는 이미지를 단순히 우리와는 상관없는 하나의 먼 집단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점점 늘어나는 북한을 탈출한 이웃에 대해서 가깝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탈북이웃도 남한의 이웃에게 가깝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한사코 반대했지만 끝까지 밀고 나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 삼촌은 결국 아이들을 나중에 어머니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인정과 이해와 소통과 아이들의 투명하고 순수한 마음. 어머니는 아들을 생각했고 아들은 다른 아이들을 생각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기에 다큐 속에 피어나는 온정을 느끼는 순간이 커다랗게 다가온다.
우리는 가족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보통 가족이라면 휴식의 공간이자 안정되고 보호받고 온화한 곳이다. 사회에 나가면 전쟁터처럼 살벌한 세상이지만 가족안에서는 무슨 일을 하던지 자유롭고 아름답다. 그런게 가족이고 믿음이다. 하지만 여기 10명의 청소년 가족은 쉬지 않고 일을 한다. 그 일은 경제적인 일은 아닐지언정 그저 몸을 눕히고 휴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봉사활동을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무언가를 만들거나 모으거나 하면서 몸을 가만두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족은 무언가를 더 만들려고 노력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겪는다. 결국 방학 기간 동안 외진 아카 마을을 돕기 위해 국제봉사활동을 떠나는 것까지 보자면 이 가족은 무언가를 끝없이 베푸는 가족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가족이 있는 반면 가진 것을 나눠주는 가족이 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가족과 북한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숙제를 슬그머니 던져주면서 여유 있는 웃음을 짓는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관객은 그 숙제를 거부하지 않고 일상 생활 속에서 그 명제를 생각해볼 시간을 기꺼이 가질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힘이자 여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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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한 다큐 영화 한편 감상하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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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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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이가 새 식구가 되면서 가족도 영화도 더욱 풍부해진다. 철광이가 10명이 넘는 가족 구성원의 이름을 차례로 외우거나 첫 등교 전날 긴장하는 모습은 지금은 가족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그리 쉽고 간단하지만은 않았을 다른 10명의 아이들의 적응과정을 연상시킨다. ‘어차피 해야 되는 일은 두려워도 해야 된다’는 철광이의 말에서 두만강을 넘는 살벌한 여정을 견뎌낸 다부진 애어른의 모습도 엿보인다. <우리가족>은 짧지 않은 제작기간을 통해 11명의 북한 이탈 청소년이 가족처럼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마치 또 하나의 가족 구성원처럼 자연스레 카메라에 담아낸다. 하지만 아이들이 삼촌과 조금씩 친분을 쌓아가는 과정, 탈북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타인에게 자신의 고향을 밝히기 힘들어하는 심리적 갈등이 내레이션이나 인터뷰를 통해서만 언급된 점은 아쉽다. 보이는 부분보다 남겨진 부분이 더욱 궁금한 영화다.
2014년 7월 17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 ( jeongin@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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