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者와 죽은 者… 누구도 이 집을 벗어날 수 없다!
악령
Haunter, 2013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2013년도 작품 <악령>입니다. 국내에는 최근에 정식 개봉이 이루어졌네요. 사실 이 작품은 2013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혼령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개봉이 되었었는데요, 국내에 정식 개봉을 하면서 바뀐 이름으로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원제인 'haunter'의 뜻이 유령, 귀신 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원제를 나름 살려서 번역한 제목인 듯 하네요.
이 'haunter'이라는 뜻에는 유령 외에 자주오는 사람, 단골이라는 뜻도 함께 있는데요, 영화를 보면 이 뜻으로 해석하기에도 너무 절묘해서 번역하는 것 보다는 원제 그대로 개봉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부천 영화제 개봉 당시의 이름인 <혼령의 집>이 더 마음에 들지만 말이죠. 영화에 대한 잡담은 그만하고, 작품에 대해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제처럼 오늘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보내는 '리사'는 어느 날 자신을 부르는 낯선 속삭임에 이끌려 지하실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죽은 자들의 흔적이 담긴 물건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리사', 결국 그녀는 악령이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네이버 등의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제가 위에 언급한 내용보다 더 길고 세부적인 줄거리가 나오는데요, 개인적으로 포털 등에 나온 줄거리 자체가 너무 큰 스포일러 역할을 하는 듯 하여 나름 중요하다 생각한 부분은 제외하고 간단하게 소개를 해보았습니다. 이 부분이 영화 초반에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알고 보는 것 보다는 모르고 보는 것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거든요,
이 작품의 경우 공포/스릴러 장르라는 옷을 입고 있는데요, 부천 영화제 소개 당시의 이름은 <혼령의 집>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공포영화의 고전적 소재인 '유령의 집'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귀신 나오는 집, 저주받은 집 등의 소재를 가지고 만든 영화는 무궁무진했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아미티빌 호러>부터 해서 '알레한드라 아메나바르' 감독의 2002년도 작품 <디 아더스>, 거기에 현재 상영 중인 '오치아오 마사유키' 감독의 <주온>시리즈 등등 참으로 흔하디 흔한 소래자 할 수 있는데요, 감독은 이 흔한 소재를 가지고 나름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자 하고 있습니다.
즉 <악령> 이라고 하는 하나의 작품 안에 유령의 집, 유령, 그곳에 사는 사람 이렇게 크게 세 꼭지로 다시 구분을 지어 각각의 세 꼭지에 대해 의미 부여랄까요, 전혀 다른 역할이랄까요, 각각을 소재로 활용하여 톱니바퀴가 맞물려 가면서 돌아가는 식의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톱니 바퀴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처음의 동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 동력을 위해 즉 영화의 타당성 부여를 위해 초반 반복되는 장면으로 인해 지겨울 정도지만, 사실 이 작품의 엔딩까지 매끄럽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 장면이 꼭 필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전 거부감 없이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나오는 공포영화와 이 작품을 비교할 때 이 작품에만 있는 개성이랄까요, 특이한 점이 있는데 바로 공포영화라는 타이틀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위가 높지 않다는 점 입니다. 물론 모든 공포영화가 시각적, 청각적 자극만을 가지고 만들어지진 않지만, 최근 나오는 작품들의 수위가 워낙 높아서인지 이 작품은 그 원초적인 공포감 조성은 거의 없다고 느껴지더군요.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주온>시리즈만 해도 청각적 공포를 극대화하여 공포감을 조성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 상영중인 <주온 - 끝의 시작>의 경우 기존에 보여줬던 이러한 청각적 공포 보다는 목이 꺾이거나 신체 일부분이 훼손 되는 등 시각적 공포감을 주는데 더 비중을 두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그럴 수도 있구요.
물론 스토리가 탄탄하기 때문에 각각 맞물린 톱니바퀴들은 서로 잘 움직이고 있어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긴장감 등은 유지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무섭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어느순간 공포영화의 미덕이라도 되는 듯 나오는 갑자기 튀어나와 놀래키는 장면이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청각적 자극 등이 이 작품에서는 크게 도드라지지 않아서 더 그렇게 느낀 것 같네요. 이런 부분들은 오히려 작품 자체에 대한 재미보다는 지루함이 극대화 되면서 영화의 호불호를 가르게 만드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해보게 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이 작품이 꽤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통한 공포감 조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도 이미 그 줄거리만으로 긴장감을 충분히 이끌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일단 영화 자체가 꽤 재미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어딘가 어린시절 즐겨봤던 옛날 공포영화 생각도 나는데요, 작품이 어딘가 옛스럽달까요, 그런 느낌도 들더군요.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레베카>나 <다이얼 M을 돌려라>, <현기증> 같은 작품도 생각나고, '토브 후퍼' 감독의 <폴터가이스트>도 연상이 되었는데, <폴터가이스트>같은 경우 영화 후반 해골들이 대량 등장하면서 시각적 자극을 통한 공포감 조성등을 하는 장면이 나타나지만, 어딘가 원초적인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주로 하기 보다는 탄탄한 스토리 그 자체를 승부로 걸었다는 점 때문에 이런 작품들이 생각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보기에 따라서 <악령>은 주인공 '리사'의 성장 드라마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공포영화'라 함은 자고로 영화를 보면서 공포감을 느끼는, 즉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이 매력적인 장르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자 역할을 하기도, 그리고 10대 청소년들의 방황과 고뇌 등을 담아내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넓은 의미의 공포영화의 역할을 볼 때 한 소녀가 스스로의 힘으로 어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아냈다 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주연을 맡은 '아비게일 브레스린' 외의 많은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장면과 장면이 만날 때의 연결 지점(소녀와 다른 소녀가 만날 때의 장면 등)도 매끄러워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자극적 장면을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는 영화 자체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신작인걸요. 열대야로 축축 쳐지는 요즘같은 날씨에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는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즐거운 영화 감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