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진실 앞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그리고는 그 진실이 가슴 아프면 외면하거나 다른 방법으로는 적극적으로 진실을 홍보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보는 객관적 시선 안에는 반드시 진실이 담겨 있기 마련이고 그 진실 앞에서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게 현실이기에 가슴 한구석, 아련한 마음을 가지고 펜을 들었다.
2004년 재난영화의 거장 롤랜드 에머리히(Roland Emmerich)의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가 개봉했을 때, 탄탄한 구성과 더불어 대자연 재해의 공포 앞에서 분투하는 인간 군상들의 치열함과 과연 개연성이 있는 재앙 앞에서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인류 공동체의 문제의식에 동참한 기억이 있다.
물론 영화는 각 대도시를 덮치는 자연 재앙들을 실감나게 묘사하며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빙하기가 도래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09년, 마야 달력으로 인류의 종말을 고한다는 2012년 인류 종말론의 흉흉한 소문과 더불어 당시 또 하나의 신드롬을 일으킨 같은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 [2012]가 개봉했을 때 어땠는가? 이 영화는 2013년 스펙터클한 장면을 3D로 입혀서 재개봉할 정도로 웅장한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필자는 유년기와 청년기를 토요명화, 명화극장 그리고 이따금 케이블에서 하던 영화들을 봐왔던 세대다. 한국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은 수작들을 명쾌한 설명과 함께 함께 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미개봉 수작들을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기에 그 때의 손꼽아 기다리며 봤던 시절이 더 그리워지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 수작을 골라주던 그 시절이 정말 그리웠다!
이 영화를 소개하기 전부터 많은 얘기를 주절주절 거린 이유는 한가지다! 일단 재난 영화의 공식인 재난의 가연성과 더불어 재난이 엄습하기까지의 긴장감, 그리고 그 재난에 휘말리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설정, 재난이 도래했을 때, 그 장면에 대한 생생한 묘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스토리를 이어가는 감독의 연출력이 재난영화를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만든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우선 한숨이 절로 나온다. 초반 장면은 마치 영화 [2012]의 티벳 산맥을 넘어오는 거대한 파도장면을 연상시키고 거기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엉성한 컴퓨터 그래픽이 초반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거기에 우왕좌왕하는 인물들의 엉뚱한 모습들에 혹시 이거 코미디 영화? 라는 의심을 들게 한다.
이런 장면과 설정의 실패는 영화를 보는 내내 지속되어서 한참을 배꼽을 붙잡고 웃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그래 차라리 코미디 물이라고 여기자! 라고 스스로를 위로해야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다. 아래의 스크린 캡쳐의 인물들의 엉뚱한 동상이몽을 보면 필자가 말하는 바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이미 앞의 시놉시스에서 많을 얘길 늘어놓았지만 그게 전부다. 설정과 영화를 찍은 세트는 어떠한가? 황금광 시대에 미국 영화들이 서부영화를 찍기 위해 말달리는 장면에 거대한 그림을 그려 넣었던 시절이 차라리 멋있다고 해야 할까? 무슨 비행기 격납고 같은 곳을 빌려서 찍은 흔적과 인류를 구원한다는 터빈을 돌리는 부품은 전혀 내용에 설득력 없는 고철떵어리이고, 그리 중요하지도 않을 것 같은 꿀벌들을 찾아 헤매는 여주인공의 비행기는 활주로 없이도 이륙하며 더군다나 이미 물에 쓸려 죽은 조종사대신 주인공을 옆에서 보좌한다는 군인이 비행기를 운전하다.
모든 설정이 너무 어설퍼서 배꼽을 쥐고 웃은 장면이 너무 많다.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지구가 멸망하는 위급한 와중에 커피나 타마시면서 말로만 권위 있는 명령을 내리는 장군은 어떠한가? 전혀 설득력 있는 역할도 연기도 아니다. 더군다나 이 영화는 투모로우 같은 가족애, 그리고 2013같이 미국의 가족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내면의 이야기는 아예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하며 두 영화에 출현했던 유명 배우들의 연기에 전혀 근접하지 못하는 2~3류 배우들의 어설픈 동작과 연기를 봐야 한다니 애초에 8,000원을 내고 다운받아야 하거나 IPTV에서 돈을 내고 본 관객에게 수입업자는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누군가 필자에게 물어볼게다! 아니 그러면 이 영화의 리뷰는 왜? 쓰는 것이오? 라고 이유는 하나다! 처음부터 이 하류 미국 영화의 리뷰를 쓸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쓰는 건, 그 영화에 대한 홍보가 아니라는 점. 진실은 나는 영화를 이렇게 보았다! 이런 관점과 이런 느낌! 그러니, 혹시라도 독자인 당신은 이 영화를 이렇게 느껴보시는 것도 좋겠다! 라는 것과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주는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짐작했겠지만 물론 이 리뷰를 보시는 당신은 이 영화에 굳이 돈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필자의 최조의 의도가 성공한 것이다. 이 리뷰의 의도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아까운 시간, 아까운 돈 낭비 마시고 정말 심혈을 기울인 수작들을 골라 보시라! 그게 독자님들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것 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