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Stories We Tell, 2013
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이야기라보다는 혼돈이라 할 수 있다.
어도운 포효, 맹목... 산산조각난 유리 잔해 쪼개진 나뭇조각 회오리바람에 휩싸인 집 빙산에 충돌한 배
아니면 급류에 휩쓸린 배처럼 그 안의 사람들은 멈출 힘이 없다.
시간이 지나야 이야기의 형체를 갖추게 된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때에서야.
-우리가 들어줄 이야기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는 위 마가렛 애트우드의 <알리아스 그레이스>에 발취된 일부분을 들려주면서 시작되고, 캐나다의 배우겸 감독인 사라 폴라는 자신의 가족들과 주변 인물 한명씩을 스튜디오에 불러놓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도 사랑일까>를 통해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만들었던 사라 폴리의 가장 사적인 이야기이다. 과거 유년시절 사라는 어머니 다이앤에 기억을 가질 새 없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보내고, 아버지와 자란 사라가 어른이 되어서 하나 둘씩 되짚어가는 어머니의 과거. 그리고 우연히 수렴했던 과거와 마주하며 한순간 발산하는 그녀(사라)의 출생에 비밀은 관객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끔 진실에 다가간다.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그들의 이야기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가 기존 다큐멘터리와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다면 사라 폴리의 자전적인 탐구에 이야기를 증폭시켰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이미 지나간 이 이야기들을 다시금 회고하며 사건의 관계자들과 진행하는 회상을 담아내는 것을 담아낸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감독 사라 폴리는 사람들을 모으는 과정과 녹화를 진행하는 과정, 심지어 나래이션을 녹음하는 모습까지 노출시킨다. 사실 영화가 다큐멘터리라고는 하지만 이를 모큐멘터리의 틀로 잡아내면서 관객들에게 자신의 출생 이야기를 꺼리낌없이 보여주어 한 가정에 한 획을 긋는 이야기를 화면에 가장 밀집하여 다가서도록 유인한다. (양념을 넣자면 영화 초반부 화장실을 가려는 남성을 주목해라.)
-아날로그에 담근 폴로라이드
인터뷰를 진행하는 장면들 사이사이로 다이엔이 살아있던 시절의 영상들을 계속 집어넣는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인터뷰와 대립하는 과거 회상을 지켜보았을때 대부분은 회상장면이 배우들에 의해 연기된 픽션이란것을 눈치 챌 수 있는데, 사라 폴리의 유년시절을 보여줄만한 필수불가결 레퍼런스가 워냑 적다는 하자에서 출발하지만 녹화한 영상에 필름을 당시와 알맞게 조절하는 센스를 보여 관람 내내 걸림이 거의 없이 생생한 다이엔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 가정의 모습을 인터뷰 내영에 맞추어 보여주면서 실제와 거의 흡사한 연기를 펼치는 인물들 덕분에 사실 지루해질 수 밖에 없는 이 감정을 뺀 <사랑과 전쟁>(번외판?)을 시종일관 지루함 없이 사건의 쾌감에 젖도록한다.
-개성과 스토리의 힘
이러한 사라 폴리의 노스텔지아적인 연출은 많은 영화들이 떠오르게 만든다. 한 인물(혹은 가정)의 실제 사건을 다루면서 작은 실타래를 풀어내어 큰 기적과 마주하게 하는 구조(혹은 뒷담화)는 가수 로드리게즈의 기적적인 인생을 다룬 <서칭 포 슈가맨>과 유사한 구성을 가지고있고,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을 절제된 화법으로 덤덤하게 그려낸 방식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흡사한 내용이다.
실제로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에서 중간부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해리 걸킨은 <서칭 포 슈가맨>의 로드리게즈와 같은 중심인물로 자리하고 있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릴리 프랭키와 유사한 피사체적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에서 가장 중심적이고 헌신적인 인물은 다이엔임이 변함없다. 생전 그녀의 쾌활하고 인자한 성격은 주변 사람들과 그녀의 자식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기는데, 덕분에 인터뷰 내내 주변 지인들은 그녀의 모습을 풀어놓는데에 굉장히 구체적으로 설명을한다.
어쩌면 다이엔은 <그을린 사랑>에나왈 어머니란 이름으로 보여주었던 박애적인 사랑의 표본으로써 (연기하는 배우마저)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다가온다. 영화에서 다이엔은 갈등을 빚어내는 큰 잘못을 범했음에도 극중 인물들의 비난을 받지않고 오히려 그들은 다이엔을 추억하며 감성에 젖어 신파적인 요소를 보여줌에도 실로 애틋한 사연으로 다가와 관객들의 마음을 뺏는다.
사라 폴리의 가정은 방둑이 무너져 진실이라는 급류에 휩쓸림에도 결코 덤덤하게 의지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받아들인다. 아마 이는 다이엔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고 그녀의 존재와 이별 자체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가장 성찰적인 증거가 아닐까.
기억은 우리를 배반하고, 착각은 생을 행복으로 이끈다
(줄리언 반스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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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갈등으로 힘든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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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박준영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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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기억하는 어머니, 남편이 회상하는 아내, 친구들이 추억하는 좋은 친구.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이 비슷한 듯 미묘하게 다르다. 기억이란 자신만의 독특한 창을 통해 여과되고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영화 대신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사라 폴리 감독의 선택은 진실에 대한 탐구이다. 좋은 것들만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최초로 양육권을 잃은 여성’이라는 수치스러운 과거를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여정을 통해 마침내 어머니의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진실과 마주한 남편은 혼돈과 충격에 빠지지만 글을 씀으로써 승화시킨다. 가족은 더욱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다이앤을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광경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장면 중 하나다. 슈퍼 8 필름으로 재연된 과거 장면은 실제 녹화분과 어우러져 사실감을 높인다. 진실을 보여줄 뿐 판단은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 점이 이 작품의 최대 미덕이다.
2014년 3월 6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young@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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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이야기라보다는 혼돈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들어줄 이야기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그들의 이야기
-아날로그에 담근 폴로라이드
-개성과 스토리의 힘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에서 가장 중심적이고 헌신적인 인물은 다이엔임이 변함없다. 생전 그녀의 쾌활하고 인자한 성격은 주변 사람들과 그녀의 자식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기는데, 덕분에 인터뷰 내내 주변 지인들은 그녀의 모습을 풀어놓는데에 굉장히 구체적으로 설명을한다.
어쩌면 다이엔은 <그을린 사랑>에나왈 어머니란 이름으로 보여주었던 박애적인 사랑의 표본으로써 (연기하는 배우마저)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다가온다. 영화에서 다이엔은 갈등을 빚어내는 큰 잘못을 범했음에도 극중 인물들의 비난을 받지않고 오히려 그들은 다이엔을 추억하며 감성에 젖어 신파적인 요소를 보여줌에도 실로 애틋한 사연으로 다가와 관객들의 마음을 뺏는다.
사라 폴리의 가정은 방둑이 무너져 진실이라는 급류에 휩쓸림에도 결코 덤덤하게 의지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받아들인다. 아마 이는 다이엔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고 그녀의 존재와 이별 자체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가장 성찰적인 증거가 아닐까.
기억은 우리를 배반하고, 착각은 생을 행복으로 이끈다
가족 갈등으로 힘든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