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가족
東京家族, Tokyo Family, 2013
공기같이 늘 숨쉬고 물처럼 쉽게 마실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한 우리 주변의 물질일 뿐 더는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없으면 불편하고 심지어 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것. 또한 늘 그 자리에 한결 같은 모습으로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영원한 것은 없듯이 결국은 사라지고 마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추억이 생기고 기념을 하면서 잊혀지지 않으려고 애쓰는지도 모르겠다.
가족이라는 것도 그런 외양의 개념에서 내면 깊숙하게 파고들어온 운명이 아닌가. 남남이었던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의 동생을 낳고 그 아이들이 다시 남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서 펴져가는 가족의 외양은 동물들의 번식과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그 혈연관계가 퍼져가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DNA의 연결끈은 우리 인간을 동물과 다르게 만드는 이유이자 근본이다.
어릴적 엄마 아빠의 품에서만 놀고 자라던 아이가 점차 나이가 들어 어린이가 되고 청년이 되어 어른이 되면 잃어가는 것은 유년시절의 기억뿐만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의 근본인 엄마 아빠의 품이 아닌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정이 가족에게는 단절될 때 가족의 보이지 않은 연결끈은 나약해지고 무의미해지며 결국 슬픔으로 가게 된다.
이 영화 <동경가족>은 1953년작 <동경 이야기>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일본 거장 감독 야마다 요지 감독이 자신의 영화 인생을 돌아보는 50주년 기념작이자 <동경 이야기>의 감독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헌정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동경 이야기>가 전후의 일본 사회가 경제 성장 위주로 모든 사회가 달려갈 때 동경의 어느 가족을 조망하는 이야기로 가족에 대하여, 그리고 일본 사회에 대하여 고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면 이 영화 <동경 가족>은 2011년 일본 원전 사고 이후의 일본 사회를 돌아보며 자연재해가 곧 인재였음을(원전사고) 간접적으로 비추는 역할도 맡고 있다.
두 아들과 딸을 가진 노부부는 일본의 작은 섬에서 둘만 살고 있다. 아이들은 다 커서 동경으로 나갔기 때문. 해서 시간을 내어 노부부는 아이들을 볼 겸 동경으로 여행을 나온다. 하지만 부모를 모시기에 부담스러운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은 호텔로 가시라 하고, 부부는 호텔이 영 마뜩잖다.
셋째 아들은 직장도 변변치 않고 철도 없어서 미덥지 않았는데 오히려 이 셋째 아들이 부모님을 모시게 되고 심지어 여자친구까지 보여준다. 심지어 이 여자친구는 이쁘고 조신하여 부모님의 마음에도 쏙 든다. 하지만 이 가족에게 가장 슬픈 일이 벌어지는데, 가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시간이 온 것이다. 바로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마치 자식들을 보고 가려고 집을 떠나온 것처럼 황망하게 떠난 어머니를 보며 가족은 모두 경황이 없이 슬프고 좌절하지만 가족이라는 모습으로 이를 잔잔하게 마주하고 받아들이며 장례를 치른다. 애도하고 죽음에 대해서 돌아보며 부모님에 대해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시간은 왜 항상 가신 이후일까….
영화는 한 가족을 이야기 하면서 지금 2014년의 일본을 이야기 한다. 쓰나미가 지나간 후쿠시마 피해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만난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는 일본인들이 쓰나미와 원전 사태를 어떻게 극복하고 싶어하는지 잘 드러낸다. 특히 아버지 슈키치가 술을 마시며 나라가 잘못되었다고 탄식하는 장면은 핵가족화된 일본 사회를 말하는 것도 맞지만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이면서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껴안고 있는 일본 사회의 현 시점에 대한 절망이기도 하다.
이 절망감과 가족애를 함께 보여주려는 영화의 감정선은 느릿느릿 길게 이어지고 다다미숏이라는 말이 있듯이 다다미 아래에서 카메라가 보여주는 앵글을 그대로 오랫동안 보고 듣고 앵글 밖의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일본영화 특유의 숏들이 이어진다. 야마다 요지 감독은 거장답게 거칠지 않은 호흡으로 가족 한명 한명의 시점과 표정을 살려내려는 듯 천천히 움직이고 급하지 않게 진행한다.
호텔이라는 낯선 공간과 문화에 불편해하는 노부부의 모습은 그래서 이후에 이어질 이야기를 더욱 슬프게 하고 가슴 아프게 만들며 지금 집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부모님이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가슴 뜨겁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설날과 추석 명절이 되면 경부고속도로 같은 고속도로 교통상황을 헬기가 비춰주고 얼마나 차가 밀리는지, 예상 도착 시각은 어떤지 시시각각 보여준다. 그런 장면들 이후에는 그 긴 시간을 보내고 고향에 도착해서 부모님 집에 들어서는 아들 딸들의 모습도 역시 볼 수 있다. 손에 선물을 한가득 안고 부모님을 찾아뵙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모습엔 동네 어귀에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부모님의 모습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도시로 나가서 바쁘게 살다가도 명절이 되면 찾아가 보는 우리 고향, 우리 부모님. 하지만 역으로 그 고향과 부모님이 아들 딸들을 찾아왔을 때, 역시 같은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반가워하고 아쉬워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 속 3남매를 잘 키워낸 노부부의 동경 여행은 슬프게도 끝났지만 3남매의 가슴 속에는 부모님과의 여행은 영원할 것이다. 부모님이 주신 사랑, 헌신, 믿음, 따뜻한 손길은 변치 않고 영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슬프고 따뜻한 이 영화는 2014년 지금 아픈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도 마음 한 구석을 매우는 무언가가 가득 들어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2시간 넘게 지켜본 관객들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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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의 긴 숏에 익숙하고 가족에 대해서 돌아보고 싶은 관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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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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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부모를 대하는 자식들의 모습을 통해 효(孝)를 강조하는 이야기들은 오래 전부터 반복되어왔다.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를 리메이크한 <동경가족>은 효라는 가치를 내세우지 않고 인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방점을 찍은 원작의 미덕을 고스란히 이어받는다. 어른이 된 자식들을 만나러 도시에 들어선 노부부와 삶에 치여 부모를 돌보지 못하는 자식들이 보여주는 삶의 단면은 극적 과장 없이 담담하다. 하지만 살아가며 마음속에 담아둔 인물들의 숨은 감정이 새어나오는 섬세한 순간을 잡아낸 연출과 연기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감동을 준다. 자극적인 사건과 튀는 갈등에 기대지 않고 일상적인 삶을 풀어간 <동경가족>은 누구 하나 죄인으로 만들지 않고 보는 이들을 숙연케 한다.
2014년 7월 24일 목요일 | 글_김현철 기자 (bbunc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