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2010
4년전,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한 영화 <해결사>, 사실 추석이나 설, 크리스마스 처럼 연휴에 맞춰 개봉하는 영화는 특정한 공식이 있다. 특히 설과 명절에는 가족끼리 즐길 문화가 부족한 상황 탓에 연휴를 즐기기 위한 가족과 연인 단위의 관객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명절에는 가족 단위를 위한 영화들이 있다. 가슴 따뜻해지고 뭉클한 영화나 예술성이 짙거나 난해한 영화가 아닌 어떻게 보면 단순한 공식에 따라 흘러가는 액션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크리스마스에는 연인들을 위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이 개봉을 잇는다. 영화계에서는 이 때가 대목일 수 밖에 없고, 다양하지만 정해진 수요에 맞게끔 영화를 내놓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추세가 해외의 거대 블록버스터 영화들까지 가세하면서 예전과 같은 단순한 코미디 영화들은 뼈도 못 추린다.
대표적인 작품이 <두사부일체>다. 명절 대표 영화라 불렸던 이 영화는 시리즈가 이어질 수록 영화 자체가 매우 부족하게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높아진 관객 수준과 많은 해외 블록버스터에 밀려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실 더 이상 만들어질지 아닐지는 잘 모르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제는 그 시리즈를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시 영화 <해결사>로 돌아오면, 영화는 2010년 추석 '대목'을 겨냥해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크랭크인 이 후 엎어지는 영화도 많기에 영화의 개봉일을 선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마치 추석을 겨냥해 개봉 뿐만 아니라 크랭크인 당시 부터 오로지 명절만을 노린 영화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 이유는 이 영화의 몇가지 특징에 따라 말 할 수 있다. 첫번째로 액션 영화임에도 단순하다. 어려운 이야기나 기가막히는 반전은 온가족이 모여 보는 가족 영화에는 적합하지 않다. 액션영화는 액션영화 답게 악당을 물리치면 된다. 그 것의 근거가 바로 <해결사>의 장점인 빠른 전개와 속도감이다.
이야기를 펼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매우 빠르다. 이는 관객이 빠른 속도로 몰입하게끔 도와준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아도 대중적으로 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단점도 있다. 빠른 전개와 강한 몰입 반면에, 부실한 스토리가 지적될 수도 있기에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영화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두번째로는 캐스팅이다. 설경구와 이정진을 투 톱으로 내세웠다. 강철중을 연상케하는 설경구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는 주인공의 역할에 적합했고, 다양한 영화와 특히 드라마에서의 활약이 돋보였던 배우 이정진은 상대역으로 훌륭했다. 또 조연으로 등장하는 오달수,송새벽과 이성민는 액션에 코믹 요소를 더하기 위해 구세주처럼 모셔놓았다. 이 화려한 배우들로 대중에게 흥행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탄탄한 배우진을 구성하고 있다.
<해결사>의 정확한 장르는 액션 스릴러다. 액션과 스릴러가 함께 뭉쳐졌을 때 관객은 환호한다.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강렬한 스릴러 속에 통쾌한 액션이 녹아들기 때문이다. 그러한 곳에 적재적소에 배치된 코믹 요소까지 잘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을 정도다.
전직 형사였지만 이제는 남에게 의뢰를 받아 사람을 찾아주는 해결사 일을 하는 강태식(설경구)은 의뢰 받은 사건들을 해결하며 오히려 본인이 누명을 쓴 도망자가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 물 간 형사가 의뢰를 받아 사설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영화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와 비슷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 영화 보다는 좀 더 점잖다고 표현할 수 있다.
스릴러 형식의 기본적인 스토리에 강렬한 액션이 가미되지만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설정이 기억에 남는다. 4년전 영화를 리뷰를 쓰기 위해 알아보던 중 발견한 새로운 사실은 류승범의 친형으로 알려진 감독 류승완의 각본 참여였다. 그가 도맡아 흥행시킨 다수의 액션영화에서 그의 능력은 인정받았고, 액션만큼은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다.
그가 참여했다는 것이 왜 그 때는 알려지지 않았는지는 그가 흥행시킨 작품들의 개봉연도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또 한가지는 <해결사>의 총 연출을 맡은 감독이다. 지난 다수의 영화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권혁재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영화는 보다 훌륭해 보인다. 즉, 류승완식 액션과 코미디에 조연출로 많은 내공을 쌓은 신인감독의 조화가 어떠한 영화를 탄생시켰을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해보였다.
앞서 말했듯, <해결사>는 명절 특수를 겨냥한 오락 영화에는 손색 없이 만족스럽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영화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한 이유는 단순하다. 영화에도 일정한 공식을 따르면, 어느 정도 안전한 수준에 머무를수 있는 공식이 있다. 그 안전장치들을 많이 깔아두었다. 기존의 영화와 크게 벗어난 특색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신인감독이 데뷔하기 위해 내놓은 첫 영화이기에 그럴수도 있다고 받아들여지지만, 이 영화가 만약 명절 특수를 노린 영화가 아니었더라면, 개봉일이 한참 당겨지거나 늦춰졌었더라면 어떤 반응이었을까하는 점이다. 가장 확실하고 가장 쉬운 요소들을 활용했다는 점 역시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그 이상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큰 만족을 주기는 어려웠을것으로 생각된다.
스릴러와 액션, 그리고 코미디까지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 세가지 요소는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반면에 가장 접하기 쉬웠기 때문에 진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번잡스럽다고 느낄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밋밋한 스토리는 영화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큰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였고, 그 속에 가미된 코믹 요소를 몇 번의 실소에 그칠수도 있다.
이러한 단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계속해서 관객에게 호기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한다. 시종일관 주인공 태식과 그를 협박하는 한 남자, 그리고 태식이 납치해야만 하는 남자와 태식을 추격하는 형사들..정치인들의 움직임 등 이러한 여러 인물들과의 관계를 나름 복잡하게 연결시켜가며 호기심을 유발하려고 한다. 즉, 관객을 심심하게 할 틈은 없다는 것이다.
단 한순간도 놓치지 말아달라는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는 긴박하게 흘러가며 진행된다. 100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는 러닝타임도 한 몫하지만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롤러코스터' 적인 움직임의 속도감있는 전개와 편집의 힘이 돋보였다. 이 점은 <해결사>가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2010년 당시 추석 극장가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경쟁작도 상당히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당시 영화를 알아보면, 경쟁작으로는 <퀴즈왕>,<무적자>,<그랑프리>였다. 등장하는 배우만 놓고 보면 팽팽해 보였지만 뚜껑을 열어보았을 때 <해결사>가 압도적 승리를 얻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 그와중에 연휴가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전 일찌감치 개봉한 이 영화는 입소문이 중요한 극장가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으로도 보여진다.
개봉 당시 설경구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완벽한 영화라고 본인의 영화를 소개했다. 액션 영화에 화려함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 보다 대중적인 요소가 풍부한 이 영화를 선택한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라던 그의 바람대로 영화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흥행에 성공했다고 평가된다.
그도 그럴 것이 수 많은 액션영화들이 액션이나 멜로에 과도한 무게를 두는 바람에 이야기가 산으로 가거나, 액션영화에 멜로가 더해진 것인지, 멜로물에 액션이 가미된 것인지 헷갈려하는 영화들이 쓴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설경구가 맡은 캐릭터가 공공의적에서 '강철중'과 상당 부분 겹쳐보였다.
강철중의 성격과 해결사 속 태식의 성격이 거의 흡사했으며, 마치 강철중에서 일을 그만두고 해결사 일을 시작했다고 생각될 정도..후속작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는 그 만큼 설경구가 갖는 이미지에 강철중으로 부터 강렬히 인상에 남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액션을 좋아하고, 톡톡히 등장하는 코미디 요소까지 더해진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흔히 '킬링타임'이라고 칭하지만, 킬링타임용까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재미난 영화, 4년전 놓쳤던 영화라면 지금이라고 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
|
 |
 설경구를 좋아하는 사람
코믹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 |
|
| 글: 이주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설경구와 류승완 감독이 <해결사>로 뭉쳤다. 여기에 정두홍 무술감독까지 합세했다. 물론 연출은 류승완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권혁재 감독이지만, <해결사>는 각각 각본과 액션을 맡은 두 감독의 스타일이 물씬 풍기는 영화다. 뭔가 궁합이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조합은 영화를 통해 롤러코스터처럼 멈추지 않는 액션의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다채로운 액션의 경연장으로 초대한다.예전엔 강력계 형사였지만, 지금은 흥신소를 운영하는 강태식(설경구). 어느날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불륜현장을 급습한 태식은 싸늘한 여자의 시체를 발견한다. 어떻게 알았는지 경찰이 들이닥치고 태식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될 찰나,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누군가를 납치하는데 성공하면 누명을 벗게 해주겠다는 의문의 목소리. 태식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납치에 성공하지만 바로 그 사람이 정치사건에 연루된 윤대희(이성민)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가 쳐놓은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강력반장 상철(오달수)과 종규(송새벽)가 그의 뒤를 쫓고, 딸이 위험에 처한다. 태식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해결사>가 가장 주력한 부분은 뭐니 뭐니 해도 액션이다. 영화는 시작한 뒤 10분도 채 안되는 시점에서 액션을 통해 롤러코스터가 수직 낙하하는 쾌감을 준다. 태식은 계속해서 문제에 직면하고, 온몸으로 그것을 해결한다. 해결 방식은 바로 고난이도의 액션이다. 와이어 액션으로 첫 포문을 연 영화는 의자다리 하나로 검찰 수사관들을 때려눕히는 타격 액션과 비상계단을 비롯해 욕실에서 펼쳐지는 1:1 액션을 차례로 보여준다. 권혁재 감독은 다수의 액션 영화에서 등장했던 액션 스타일을 <해결사>에 녹여낸다. 태식의 아내를 죽인 살인범과 태식이 벌이는 복도 액션 장면은 엽위신 감독의 <살파랑> 골목 액션 장면과 흡사하고, 욕실에서 이뤄지는 1:1 액션 장면은 <본> 시리즈의 액션 스타일과 그 궤를 같이 한다. 게다가 영화는 카 액션으로 정점을 찍는다. 감독은 종전 한국영화에 나온 카 액션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총 20대의 차량을 완파하고, 빠른 컷과 편집을 통해 다이내믹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특히 배우의 등 뒤에 카메라를 부착하는 등 총 5개의 카메라로 찍은 카 액션장면은 보는이로 하여금 리얼 액션을 체감하게 한다.그렇다고 <해결사>가 액션만 난무하는 영화는 아니다. 금융비리사건과 알게 모르게 이뤄지고 있는 정치적 암투가 삽입되면서 무게감을 잡는다. 영화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은행 불법매각과 상대 정당의 치부를 드러내 더 많은 권력을 누리려는 정치인들의 싸움을 이야기의 축으로 삼는다. 이 두가지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중반 이후 교차점이 생기면서 태식이 왜 함정에 빠졌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더불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거짓 가면을 벗고, 서서히 자신의 본 얼굴을 드러낸다.영화는 실제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경제적, 정치적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태식을 통해 이 문제를 통쾌하게 해결한다. 그러나 그 통쾌함이 더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해결사>는 태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면서 그를 함정에 빠뜨리는 장필호(이정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인 윤대희, 정치인 오경신(문정희) 등 다수의 인물들이 포진된다. 그리고 영화는 얽히고설킨 문제가 해결되는 정점으로 향해간다. 감독은 마지막에서 이 모든 인물과 이야기가 한꺼번에 정리해 강한 임팩트를 보여줘야 했지만, 매끄럽게 정리되지 못해 장황한 느낌을 준다.다만 영화는 <아저씨>의 유혈이 낭자한 액션과는 차별화를 두는데는 성공한다. 붉은 점퍼에 1980년대 스타일로 호쾌한 액션을 보여주는 설경구의 움직임은 재미를 더한다. 또한 오달수와 송새벽의 코믹한 연기는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가는 지점마다 유쾌함을 주면서 자신들의 몫을 다한다.
2010년 9월 7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 ( zzack08@movist.co.kr )
무비스토리
최신방송
좋아요 :
34명
글쎄요 : 0명
4년전,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한 영화 <해결사>, 사실 추석이나 설, 크리스마스 처럼 연휴에 맞춰 개봉하는 영화는 특정한 공식이 있다. 특히 설과 명절에는 가족끼리 즐길 문화가 부족한 상황 탓에 연휴를 즐기기 위한 가족과 연인 단위의 관객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명절에는 가족 단위를 위한 영화들이 있다. 가슴 따뜻해지고 뭉클한 영화나 예술성이 짙거나 난해한 영화가 아닌 어떻게 보면 단순한 공식에 따라 흘러가는 액션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크리스마스에는 연인들을 위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이 개봉을 잇는다. 영화계에서는 이 때가 대목일 수 밖에 없고, 다양하지만 정해진 수요에 맞게끔 영화를 내놓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추세가 해외의 거대 블록버스터 영화들까지 가세하면서 예전과 같은 단순한 코미디 영화들은 뼈도 못 추린다.
대표적인 작품이 <두사부일체>다. 명절 대표 영화라 불렸던 이 영화는 시리즈가 이어질 수록 영화 자체가 매우 부족하게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높아진 관객 수준과 많은 해외 블록버스터에 밀려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실 더 이상 만들어질지 아닐지는 잘 모르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제는 그 시리즈를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시 영화 <해결사>로 돌아오면, 영화는 2010년 추석 '대목'을 겨냥해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크랭크인 이 후 엎어지는 영화도 많기에 영화의 개봉일을 선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마치 추석을 겨냥해 개봉 뿐만 아니라 크랭크인 당시 부터 오로지 명절만을 노린 영화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 이유는 이 영화의 몇가지 특징에 따라 말 할 수 있다. 첫번째로 액션 영화임에도 단순하다. 어려운 이야기나 기가막히는 반전은 온가족이 모여 보는 가족 영화에는 적합하지 않다. 액션영화는 액션영화 답게 악당을 물리치면 된다. 그 것의 근거가 바로 <해결사>의 장점인 빠른 전개와 속도감이다.
이야기를 펼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매우 빠르다. 이는 관객이 빠른 속도로 몰입하게끔 도와준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아도 대중적으로 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단점도 있다. 빠른 전개와 강한 몰입 반면에, 부실한 스토리가 지적될 수도 있기에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영화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두번째로는 캐스팅이다. 설경구와 이정진을 투 톱으로 내세웠다. 강철중을 연상케하는 설경구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는 주인공의 역할에 적합했고, 다양한 영화와 특히 드라마에서의 활약이 돋보였던 배우 이정진은 상대역으로 훌륭했다. 또 조연으로 등장하는 오달수,송새벽과 이성민는 액션에 코믹 요소를 더하기 위해 구세주처럼 모셔놓았다. 이 화려한 배우들로 대중에게 흥행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탄탄한 배우진을 구성하고 있다.
<해결사>의 정확한 장르는 액션 스릴러다. 액션과 스릴러가 함께 뭉쳐졌을 때 관객은 환호한다.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강렬한 스릴러 속에 통쾌한 액션이 녹아들기 때문이다. 그러한 곳에 적재적소에 배치된 코믹 요소까지 잘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을 정도다.
전직 형사였지만 이제는 남에게 의뢰를 받아 사람을 찾아주는 해결사 일을 하는 강태식(설경구)은 의뢰 받은 사건들을 해결하며 오히려 본인이 누명을 쓴 도망자가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 물 간 형사가 의뢰를 받아 사설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영화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와 비슷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 영화 보다는 좀 더 점잖다고 표현할 수 있다.
스릴러 형식의 기본적인 스토리에 강렬한 액션이 가미되지만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설정이 기억에 남는다. 4년전 영화를 리뷰를 쓰기 위해 알아보던 중 발견한 새로운 사실은 류승범의 친형으로 알려진 감독 류승완의 각본 참여였다. 그가 도맡아 흥행시킨 다수의 액션영화에서 그의 능력은 인정받았고, 액션만큼은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다.
그가 참여했다는 것이 왜 그 때는 알려지지 않았는지는 그가 흥행시킨 작품들의 개봉연도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또 한가지는 <해결사>의 총 연출을 맡은 감독이다. 지난 다수의 영화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권혁재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영화는 보다 훌륭해 보인다. 즉, 류승완식 액션과 코미디에 조연출로 많은 내공을 쌓은 신인감독의 조화가 어떠한 영화를 탄생시켰을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해보였다.
앞서 말했듯, <해결사>는 명절 특수를 겨냥한 오락 영화에는 손색 없이 만족스럽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영화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한 이유는 단순하다. 영화에도 일정한 공식을 따르면, 어느 정도 안전한 수준에 머무를수 있는 공식이 있다. 그 안전장치들을 많이 깔아두었다. 기존의 영화와 크게 벗어난 특색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신인감독이 데뷔하기 위해 내놓은 첫 영화이기에 그럴수도 있다고 받아들여지지만, 이 영화가 만약 명절 특수를 노린 영화가 아니었더라면, 개봉일이 한참 당겨지거나 늦춰졌었더라면 어떤 반응이었을까하는 점이다. 가장 확실하고 가장 쉬운 요소들을 활용했다는 점 역시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그 이상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큰 만족을 주기는 어려웠을것으로 생각된다.
스릴러와 액션, 그리고 코미디까지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 세가지 요소는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반면에 가장 접하기 쉬웠기 때문에 진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번잡스럽다고 느낄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밋밋한 스토리는 영화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큰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였고, 그 속에 가미된 코믹 요소를 몇 번의 실소에 그칠수도 있다.
이러한 단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계속해서 관객에게 호기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한다. 시종일관 주인공 태식과 그를 협박하는 한 남자, 그리고 태식이 납치해야만 하는 남자와 태식을 추격하는 형사들..정치인들의 움직임 등 이러한 여러 인물들과의 관계를 나름 복잡하게 연결시켜가며 호기심을 유발하려고 한다. 즉, 관객을 심심하게 할 틈은 없다는 것이다.
단 한순간도 놓치지 말아달라는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는 긴박하게 흘러가며 진행된다. 100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는 러닝타임도 한 몫하지만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롤러코스터' 적인 움직임의 속도감있는 전개와 편집의 힘이 돋보였다. 이 점은 <해결사>가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2010년 당시 추석 극장가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경쟁작도 상당히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당시 영화를 알아보면, 경쟁작으로는 <퀴즈왕>,<무적자>,<그랑프리>였다. 등장하는 배우만 놓고 보면 팽팽해 보였지만 뚜껑을 열어보았을 때 <해결사>가 압도적 승리를 얻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 그와중에 연휴가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전 일찌감치 개봉한 이 영화는 입소문이 중요한 극장가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으로도 보여진다.
개봉 당시 설경구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완벽한 영화라고 본인의 영화를 소개했다. 액션 영화에 화려함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 보다 대중적인 요소가 풍부한 이 영화를 선택한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라던 그의 바람대로 영화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흥행에 성공했다고 평가된다.
그도 그럴 것이 수 많은 액션영화들이 액션이나 멜로에 과도한 무게를 두는 바람에 이야기가 산으로 가거나, 액션영화에 멜로가 더해진 것인지, 멜로물에 액션이 가미된 것인지 헷갈려하는 영화들이 쓴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설경구가 맡은 캐릭터가 공공의적에서 '강철중'과 상당 부분 겹쳐보였다.
강철중의 성격과 해결사 속 태식의 성격이 거의 흡사했으며, 마치 강철중에서 일을 그만두고 해결사 일을 시작했다고 생각될 정도..후속작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는 그 만큼 설경구가 갖는 이미지에 강철중으로 부터 강렬히 인상에 남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액션을 좋아하고, 톡톡히 등장하는 코미디 요소까지 더해진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흔히 '킬링타임'이라고 칭하지만, 킬링타임용까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재미난 영화, 4년전 놓쳤던 영화라면 지금이라고 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설경구를 좋아하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