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마녀전: 명월천국
白发魔女传之明月天国 , The White Haired Witch Of Lunar Kingdom , 2014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으로 하얗게 백발이 된 여인의 사랑과 증오. 판빙빙, 황효명 주연의 백발마녀전:명월천국으로 새롭게 시작되는 백발마녀전이 관객들을 찾아왔다. 20년의 추억을 간직한 백발마녀전. 장국영, 임청하가 주연했던 백발마녀전과 비교해 보는 건 어떨까?

백발마녀전 명월천국의 배경은 명나라말기다. 무당파의 신임 장문 탁일향은 홍환을 황제에게 바치기 위해 도성으로 가던 중 맑은 피리소리를 듣고 어느 동굴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옥나찰을 만나게 된다. 탁일향과 옥나찰은 첫눈에 서로에게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탁일향은 홍환을 황제에게 진상하지만 환관의 농간으로 얼마되지 않아 황제가 사망한다. 황제의 죽음에 대해 탁일향은 의심받고 무당파는 그 의심을 탁일향을 찾아 내어 해명하려 한다. 우연히 탁일향은 관군과 싸우던 옥나찰을 다시 만나게 된다. 옥나찰이 살고 있는 명월채로 들어온 탁일향은 옥나찰을 도우며 그녀에게 연예상이란 이름을 지어주며 둘은 강렬한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옥나찰이 탁일향의 조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며 탁일향은 옥나찰을 오해하게 되고 둘의 사이는 틀어진다.

장국영. 임청하 주연의 백발마녀전과 명월천국은 서로 같은 영화가 아니다. 연결된 시리즈도 아니다. 제목이 같고 여주인공의 외모와 몇 가지 설정-무당파, 극중 남녀주인공의 이름 등- 다소 비슷할 뿐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먼저 과거의 백발마녀전이 괴기스럽고 몽환적인 느낌이 강한 영화였다면 명월천국의 이야기의 논리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한 면이 많이 보인다. 마교 집단의 절대 고수 연하상을 사랑하게 된 정파의 일인자 탁일향의 이야기가 그 옛날의 백발마녀전이라면 명월천국은 관군의 폭력과 금군의 침략에 맞선 봉기 집단 명월채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한다.
사성을 가미하여 리얼리티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명나라 말기의 실존인물인 환관 위충현과 명장 원숭환이 영화에 등장한다.) 게다가 과거의 백발마녀전보다 액션씬이 훨씬 사실적이다. 근래 홍콩영화의 액션은 SF를 사용하면서도 사실적인 움직임의 구현을 놓치지 않는데 명월천국 역시 그 흐름을 이어간다. 손가락을 튕기면 바위가 부서지고 물 폭탄이 터지는 그런 액션이 아닌, 검과 창이 부딪치고 발로 뛰는 액션이 주류를 이룬다. 강인함이 느껴지는 힘의 액션. 러브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진 과거의 백발마녀전과는 다른 점이다.

유유자적하는 탁일향의 자유로움과 사랑은 독약이란 사부의 가르침을 받아 자신을 억누르며 무공수행에만 집중하는 옥나찰의 만남. 선남선녀의 만남은 영화의 초반부터 로맨스의 열기를 더한다. 판빙빙의 아름다운 외모가 빛을 발하는 옥나찰의 폭포에서의 수행 장면. 사랑을 보여주는 남자와 거부하려는 여자의 실랑이.
그러나 곧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드는 두 남녀의 강렬한 감정을 영화는 잘 보여준다. 사랑은 독약이지만 증오도 독약이긴 마찬가지란 탁일향의 말속에 자신의 마음을 녹이는 옥나찰. 비록 그 사랑이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해도 관객들은 그들의 아름다운 몸짓에 마음을 뺏긴다.

환관 위충현의 폭정으로 명나라는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백발마녀전: 명월천국은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강호의 의리, 의협심, 당파싸움 같은 테마들이 역사적 사실들로 대체된 것이다.
여기에 배우들의 사실적인 움직임이 드러나는 액션씬과 더불어 두 남녀의 운명 같은 사랑까지...백발마녀전: 명월천국은 분위기로 압도했던 장국영, 임청하 주연의 백발마녀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어떤 영화가 더 좋은지는 관객의 몫. 두 영화를 비교해 보며 색다름을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