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스: 욕망의 법칙
The Hoax, 2006

<혹스: 욕망의 법칙>은 언제까지고 인정받지 못하는 삼류작가로 사는데 염증을 느낀 클리포드 어빙이 하워드 휴즈라는 괴짜이자 은둔자인 백만장자의 자서전을 가짜로 쓴 뒤 휴즈의 행세를 하며 출판사와 계약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맥 그로우 힐과 라이프지를 감쪽같이 속인 이 전대미문의 사기 사건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어 탄탄하고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주며,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클리포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또한 끝까지 거짓말을 하다 종국에는 어느 것이 진실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클리포드를 보며 거짓으로 쌓아 올린 삶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것인지 깨닫게 한다.
감독인 라세 할스트롬은 <개 같은 내 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사이더 하우스>, <초콜릿>등 인간의 나약함, 미성숙함, 어리석음, 욕망, 질투 등 어둡고 불완전한 면을 드러내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시선으로 평범한 듯 독특한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데 탁월함을 보여줬던 감독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성공과 명예를 얻기 위한 지나친 욕망으로 결국 자기 자신을 수렁으로 밀어 넣는 클리포드 어빙의 내면과 갈등을 훌륭한 연출력으로 잡아내고 있다.

거짓말과 기만으로 쌓아 올린 성공
명예와 부, 성공을 거머쥐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잠들어 있다. 클리포드 어빙 또한 모두가 주목하는 화려하고 성공한 삶을 원하지만, 현실과 자신의 이상과의 괴리에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그는 안드레아라는 편집자에게 자신의 신작 소설을 보여주지만 삼류 로맨스 소설이라며 출판사 마다 퇴짜를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이 무시당한 것에 분노한 클리포드는 안드레아를 찾아가 세기 최고의 책을 쓰고 있다며 큰 소리를 친다.
그에게는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었지만, 자신의 허풍에 맞추기 위해 그는 우연히 발견한 시사 잡지의 표면을 장식하고 있던 하워드 휴즈라는 괴짜 거부의 자서전을 쓰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워드 휴즈는 은둔자이기 때문에 그가 가짜 자서전 때문에 표면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며, 큰 소송에 휘말려있는 상태에서 이런 가짜 자서전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말이다. 클리포드는 시사잡지에 실린 하워드 휴즈의 필적을 모방하여 자신이 하워드 휴즈의 친구가 되었으며 그가 자신에게 자서전 집필과 출판에 관련한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는 거짓말을 담은 편지를 쓰고 이것을 안드레아와 맥그로우힐 출판사에 보여주고 선금을 받는다.

이렇게 시작된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서 그는 친구 딕과 함께 국회 도서관, 국방부, 하워드 휴즈의 은퇴한 오른팔을 찾아가 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으며 가짜 자서전을 써내려 간다.
그러면서 니나라는 내연녀와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고, 자꾸 그만두겠다는 딕이 자신을 계속 돕게 하기 위해 함정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서전을 쓸 때뿐만 아니라, 점차 클리포드 자신의 개인적인 삶에서도 거짓이 넘쳐나게 되고 나중에는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는 지경에 이른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망아지
영화는 자신이 원하는 성공과 명예를 얻기 위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기만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혹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자기 자신과 남에게 하는 끝없는 거짓말은 과정은 어떻든 결과적으로는 파멸을 가져오게 된다. 특히, 그것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서 계속 거짓말을 재생산하면서 눈덩이처럼 그 거짓이 커져갈 때는 말이다.
성공에 대한 갈망을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노력과 헌신의 동기가 되도록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다. 하지만 웬만한 자제심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대체로는 클리포드처럼 이런 욕망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폭주하도록 놔두고, 이 욕망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 결과는 영화 마지막에 드러나게 된다. 영화는 클리포드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욕망을 이루겠다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눈이 멀어 자신과 주변의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을 망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단초가 되다
1970년대 닉슨 대통령 시절, 재선 투표를 앞두고 초조해진 닉슨은 민주당 선거 운동 본부가 있던 워터게이트 호텔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는데, 이 사실이 발각되고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닉슨 정권의 다양한 부정부패, 비리 또한 수면위로 드러나 닉슨은 결국 탄핵당하고 만다.
이것이 미국 역사에 최초의 탄핵당한 대통령이라는 오점을 남긴 워터게이트 사건인데, 혹자는 클리포드의 가짜 자서전 소동이 이 사건의 작은 발단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클리포드는 자서전을 써 내려가며 어느 날 휴즈가 보냈다고 생각되는 소포를 받는다. 이 소포에는 닉슨 대통령의 동생을 통해서 휴즈가 대통령에게 뇌물을 전달했다는 폭로가 담긴 문서들이 대량으로 들어있었다.

클리포드는 점차 닉슨에게 영향력을 잃고 있던 휴즈가 자서전에 이 내용을 담아서 대통령을 압박하고자 한다 생각하고, 자서전에 이 내용을 싣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이런 폭로가 담긴 자서전이 발간 될 것이라는 사실이 미디어를 통해 나돌기 시작하자, 휴즈는 닉슨 편을 들어주면서 대통령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결국 닉슨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되찾고 진행중인 TWA 소송에서 승소한다.
이후 닉슨의 자신의 지위에 대한 불안과 편집증은 더욱 심해졌고, 재선이 임박하자 민주당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클리포드는 대통령의 부정을 폭로한다는 대의 명분으로 자신의 거짓말을 합리화하고자 했으나 당시에는 거대한 정치 싸움판의 체스 말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휴즈를 이용했던 클리포드는 휴즈에게 이용 당한 채 버림받게 되고, 대통령에 대한 폭로도 실패로 돌아가지만, 그 자신이 나중에는 대통령의 비리를 폭로하는 것을 넘어서 닉슨을 탄핵시키는 일말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다.

영화는 끝까지 거짓말을 하는 클리포드 덕분에 그의 배짱 넘치고 스케일 큰, 하지만 자기 파괴적인 거짓말이 언제 드러날지 초조해 하면서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힘을 보여준다. 또한 이 소동이 거대한 정치적 스캔들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특히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동시에 거짓말과 기만으로 성공에 가까워 지려는 한 인간의 그릇된 욕망과 어리석음, 나약함을 드러내고, 클리포드가 자신의 내면적 갈등을 대의 명분을 통해 어떻게 합리화 시키려고 하는지를 추적하며,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한 이 모든 몸부림이 종국에는 그를 어떻게 추락시키는지 보여준다. 관객은 클리포드를 통해 잘못된 방식으로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어두운 초상을 보며 자신을 돌아본다. 그리고 성공을 위한 야망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주춧돌이 모래 위의 성처럼 부숴지기 쉬운 것이어선 안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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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에 기반을 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
리차드 기어의 완벽한 사기꾼 연기를 보고 싶은 사람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탁월한 연출로 빚어낸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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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소로우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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