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츠
House At The End Of The Street, 2012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집
인적이 드물고 풍경이 아름다운 주택가. 크고 넓은 집이지만, 시세에 비해 값은 터무니없이 싸다. 이유는 바로 옆집에서 벌어졌던 충격적인 살인사건 때문이다. 한 소녀가 부모님을 죽이고 실종되었다는 꺼림칙한 미제 사건. 어머니와 단둘이 이 집으로 이사하게 된 엘리사는 마을사람들 모두가 싫어하는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집’에 대해 흥미를 가진다. 하지만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어머니 사라는 엘리사가 되도록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내기를 바란다.
그곳에서 만난 남자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이전 학교에서 밴드활동도 했던 엘리사는 순식간에 학교의 인기인이 된다. 하지만 엘리사의 마음을 끈 사람은 누구든 기피하는 ‘살인사건의 집’의 유일한 생존자인 라이언이다. 양친을 모두 여의고도 그 집에 살고 있는 라이언은 미제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 집 때문에 근처 부동산이 하락하는 이유로,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상황. 엘리사는 라이언이 갖고 있는 외로움과, 그럼에도 어른스러운 차분함에 이끌린다.
마음을 주고받는 순간
청춘남녀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물론 엘리사의 주변은 그녀를 말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라는 저녁식사에 라이언을 초대하여 두 사람이 가까이 지내는 걸 원치 않는다고 선언하며, 학교 친구들은 라이언을 꺼림칙하다고 생각하여 멀리한다. 그럼에도 엘리사는 라이언을 떠나지 못한다. 하지만 라이언과 친밀해지면 할수록, 엘리사의 주위에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사소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들이 반복됨에 따라 엘리사 또한 라이언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
폐쇄적인 분위기의 마을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 원인은 미제로 남은 가족 살인사건에 있다. 한 소녀가 부모님을 죽이고 사라져버린 사건 이후, 그 소녀가 마을 어딘가에 숨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이는 마을사람들로 하여금 또다시 살인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조장한다.
게다가 문제의 그 집에는 살해당한 부부의 아들이 살고 있는 상황. 극중 엘리사의 시선으로는 라이언을 멀리하는 주변인들이 냉혈한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사람들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라이언에 대한 마음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영화 자체의 플롯은 단순하다. 추리/스릴러 영화의 정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집,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주변인. 외부로부터 온 주인공은 좀처럼 마을 환경에 순응하지 않는다. 그들의 폐쇄적인 인식에 대항하거나, 누구도 손대지 않는 비밀을 파헤치거나. <헤이츠>의 경우는 전자였다. 등장인물의 심리변화와 무심코 지나갔으나 돌이켜보면 의미심장한 복선들이 돋보이기는 하나, 추리/스릴러 장르의 정석적인 흐름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 초반에는 스릴러 장르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평면적인 장면들이 많다. 두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부각되는 점도 있다. 엘리사가 밴드활동을 하는 인기인이라는 점에서는 하이틴 영화가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중반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여, 이내 마지막에 준비되어 있는 반전까지 단숨에 터뜨린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액션신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인공이 사건에 대해 흥미를 갖기까지의 과정이나,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단서를 찾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이 없으면 개연성 자체가 없어지기에 생략하기도 힘든 과정이다. <헤이츠>에서는 그런 한계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중간 중간의 반전 요소도 영화를 집중해서 본다면 충분히 알아챌 수 있을 만한 장치였다. 관객에게는 나름대로 친절한 작품이다. 킬링타임으로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헝거 게임>시리즈의 제니퍼 로렌스의 색다른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헤이츠>와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로는 스콧 데릭슨 감독의 <살인소설>을 추천한다.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집’이라는 소재가 같지만, <살인소설>의 주인공은 훨씬 적극적으로 사건에 대해 파헤치는 인물이다. 공포영화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