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
Tess , 1979

가난한 집안의 장녀 테스는 가족을 위해 부유한 더버빌 가의 하녀로 보내진다. 뛰어난 미모를 가진 테스는 더버빌 가의 후계자 알렉의 눈에 들고, 그와 원치 않는 관계를 가지고 아이까지 출산한다.
그러나 현실에 신데렐라는 탄생하지 않았다. 테스는 아이를 잃고, 비참함 속에서 더버빌 가를 떠나게 된다. 이후 일하게 된 낙농가에서 진짜 사랑하는 남자 앤젤을 만나지만, 앤젤은 테스의 순결을 문제 삼아 그녀를 떠난다.

예로부터 여성에게는 혼전순결이 중요시되었다. 현대에 이르러 그러한 인식이 개인의 선택으로 자유로워졌지만, 과거에는 순결을 잃은 여인은 자진을 해야 할 정도로 중요했다. 극중 테스에게 열렬한 고백으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테스의 비밀을 알게 된 후 그녀를 떠나는 앤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여인이 단지 순결을 잃었다는 이유로 마음이 바뀔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테스는 그 정도밖에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 어느 쪽이든 테스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원하지 않는 관계 때문에 간절히 원하는 순결을 빼앗겼으니. 불행은 끊임없이 덮쳐온다. 술주정뱅이였던 아버지가 죽고, 일가족이 거리에 나앉게 되자 테스는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아름다움은 양날의 검이다. 아름다운 여성은 분명 축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아름다움이 때론 삶에 커다란 불행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건 대개 가난이라는 사회적 어려움으로부터 비롯된다.
사실 누가 그렇지 않겠는가. 세상은 우리가 도덕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아름답지 않다. 기브 앤 테이크의 원리로 돌아간다. 주는 게 있으면 당연지사, 받을 것을 기대한다. 적어도 <테스>의 남자들은 그랬다.

가난을 무기로 테스를 취했던 올렉은 시종일관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한다. 아마 그는 테스와의 관계에서 철저히 지배자의 위치에 서고 싶었던 것 같다. 그는 테스를 자신의 이상적인 여성으로 만들려 했다.
그녀를 손에 넣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휘두르려고 했다. 그러나 테스는 마냥 순진한 시골 아가씨가 아니었다.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이었다. 실제로 테스는 올렉을 떠났고, 불행하게나마 스스로의 앞날을 개척했다.

‘두 번째 남자’이자 테스의 첫사랑인 앤젤. 그는 올렉에 비하면 한없이 순박하고 성실했다. 상대방의 진심을 얻고,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여자라면 충분히 혹할 매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역시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테스가 순결하지 않다는 것은 앤젤에게 있어 크나큰 상처였다. 이로 인해 앤젤은 테스에게 큰 상처를 주고,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된다.
사실 어느 쪽이 ‘더 나은’쪽이라고는 고르지 못하겠다. <테스>는 평범한 소녀가 왕자님을 만나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다. 테스의 남자들은 인간적이다. 인간적이라는 건 불완전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들의 삶은 변화 앞에 흔들렸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은 초조함으로 타들어갔다.

그녀가 행복했으면 했다. 영화 초반부의 테스는 여자라면 누구나 마음 설레 할 만한 조건을 가진 남자의 접근에도 꿋꿋했고, 쉽게 휩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가 연상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제인이 불행을 딛고 과감히 올라섰다면, 테스는 자신의 운명을 위해 금기를 범했다.
<테스>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작가 토머스 하디는 <테스>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 운명의 개척에도 정해진 선이 있었다. 이것을 넘으면 인간은 불행해진다. 작가는 독자와 관객이 간절하게 바라는 기대를 보기 좋게 배신했다.

<테스>의 관계도를 간편하게 정리하기는 어렵다. 단순한 삼각관계라기엔 서로에게 향한 감정을 정확히 하나로 요약할 수 없고, 그러한 감정이 인물들 간의 관계나 사건의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테스>에서 부각되는 것은 주인공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 여성에게 중요시되는 잘못된 이념 등이다. 흔히 알렉을 만나고부터 테스의 삶이 꼬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테스를 부유한 집안에 하녀로 보낸 것은 그녀의 아버지다. 일개 술주정뱅이이던 테스의 아버지를 ‘기사 집안의 후예’라고 생각하게 만든 건 어쭙잖은 족보 지식을 늘어놓은 목사고. 거슬러 올라가자면 끝이 없다.
비슷한 작품을 꼽으라면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추천한다. 1600년대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가난한 집안의 소녀 그리트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신분의 화가를 사랑하게 됨으로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내고 있다. 신분이 다르다는 것과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는 상황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카야 스코델라리오 주연의 <폭풍의 언덕>또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한 여자를 둘러싼 기묘한 삼각관계, 독립적이면서도 사랑에 휩쓸리는 여주인공 캐서린이 <테스>와 흡사하다.

최근 오래된 고전 영화들이 연이어 재개봉을 맞으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테스> 또한 1980년대에 많은 관객들의 심금을 올린 명작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전혀 빛바래지 않은 여배우 나스타샤 킨스키, 서정적인 느낌과 햇빛 가득한 배경이 돋보이며 한층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뜻밖에도 촌스럽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시간이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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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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