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그레이
The Grey, 2012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 일수밖에 없다.생명을 위협하는 맹수와 재해의 위협으로 부터 방어 하기 위해 인간은 뛰어난 지능을 이용하여 무기를 만들어내고 그 무기와 도구를 이용하여 다른 동물들의 제왕으로 군림 하는가 하면,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면 자연의 파괴 마저도 서슴치 않고 행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지만 대 자연 속에 고립된 인간은 그저 동물군의 하나로 그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이겨내야만 하는 먹이 사슬의 일부분일 뿐이다.
한없이 자애로운 자연은 인간에게 많은것을 내어주기도 하고 그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선사 하기도 한다.온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 을 바라보면 생각나는 영화 <러브 스토리>, 배경음악과 함께 '올리버'와 '제니'가 눈 밭 에서 눈싸움 하는 장면은 겨울이면 생각나는 영화속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기도 하고,아름다운 설경을 배경으로 "오겡끼 데스까!"를 외치던 '와타나베 히로코'의 순수한 사랑이 아름다웠던 <러브 레터>에서도 하얀눈을 배경으로 인간의 감수성을 자극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많은 영화를 통해 설경은 아름답게 묘사 되기도 하였지만 영화 <투모로우>에서는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며 결코 아름답지 못한 거대한 재앙으로 그려지기도 한다.영하 30도를 넘나드는 알래스카의 설원에서 오로지 생존을 위해 버탸야하는 이들에게 흰눈은 결코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볼수없는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총 하나만 있어도 무서울것이 없지만 갑작스런 비행기의 사고로 조난당한 이들은 가진게 아무것도 없고 들짐승의 공격에도 대책없이 당할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버리고 만다.
눈과 얼음에 둘러싸인 알래스카에서 비행기의 추락에도 살아남은 이들은 이제 자연과 맹수로 부터 살아남기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이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하는 영화 <더 그레이>는 재난영화 이지만 그속에 담겨진 메세지는 깊이있고 심오하다.
미아로 남겨진 알래스카의 개척자들
세상끝 작업현장 알래스카의 정유회사에서 근무하는 유전 노동자들은 전과자,도망자,떠돌이들이 대부분으로 2주간의 휴가를 얻어 춥고 황량한 알래스카를 잠시 떠나게 된다.거대 정유회사의 킬러로 고용된 오트웨이(리암 니슨)는 알래스카의 야생동물로 부터 동료들을 보호하는 사냥꾼으로 그 역시도 노동자들과 함께 휴가를 얻어 비행기에 오르게된다.
세상을 떠나버린 아내의 빈자리는 그를 힘들게하고 휴가를 떠나기전날 오트웨이는 유서를 남긴채 자살을 결심하지만 어디선가 울리는 늑대의 울음소리는 자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깨닫게 해주며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가게 만든다.
폭풍이 몰아칠거라는 예보도 무시한채 휴가길을 재촉한 비행기는 결국 알래스카 툰드라 지역 한복판에 추락하게 된다.삶의 희망도 없는 오트웨이와 생존자들은 알래스카의 혹독한 추위와 맹수의 습격에 맞닥뜨리며 극한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지만 그들을 지킬수 있는 무기라곤 횃불과 나무막대기 그리고 단검이 전부이다.생존자는 오트웨이를 포함한 7명,구조의 손길을 기다리지만 폭풍을 동반한 기상과 넓디 넓은 알래스카의 지형은 마냥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고 거기다 굶주린 늑대는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낮선 존재들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있을리도 없다.
영화 '데스티 네이션'에서 '알렉스 브라우닝'의 환영으로 목숨을 건진 7명의 생존자들에게 죽음의 사신이 다가오듯 알래스카에서 조난된 7인의 유전 노동자들은 굶주린 늑대의 공격과 혹한에 하나,둘씩 목숨을 잃게 된다.늑대사냥꾼 오트웨이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일행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려 하지만 폭풍이 몰아치는 알래스카의 기후는 그들의 목숨을 담보하여 치열한 생존게임의 참여를 유도하게 된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리암 리슨'은 <태이큰>을 통해 액션배우의 이미지를 강하게 굳혀왔지만 <더 그레이>에서는 강한 액션보다는 강렬한 눈빛과 카리스마로 일행을 리드하고 늑대와 맨몸으로 맞붙는 장면을 보면 그가 왜 액션배우로 성공할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풀리기도 한다.
죽음과 대면하는 인간의 심리
시원한 액션 블록버스터 'A특공대'에서 재기를 꿈꾸는 고립된 주인공들의 도약을 보여주었던 '조 카나한'감독은 비행기의 추락과 살인적인 추위,굶주린 늑대의 공격 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연출하며 117분 이라는 시간을 결코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나간다.늑대의 습격으로 3명만 남은 상태에서 디아즈(프랭크 그릴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고 동료들과 함께할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남겨놓고 떠나라고 한다.하지만 동료들은 민가도 얼마남지 않았으니 자신들이 부축하여 함께할것을 권유하지만 그들을 위해 아니 어쩌면 힘겨운 세상과의 인연을 끈기위한 자신의 판단을 존중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올수 밖에 없었던 힘겨운 여정과 이별을 고하게 된다.극한의 상황을 맞이하는 이들중 누군가는 고행의길 을 택하기 보다 모든것을 포기한채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 하고 누군가는 생명을 부지하기 위한 간절함으로 혹독한 추위도 이겨내고 굶주린 늑대와의 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다.
비행기의 사고로 생존한 사람들의 여정은 조난영화에서 흔히 보여주던 패턴을 되풀이 하는듯 하지만 영화<더 그레이>에서는 늑대의 눈빛과 소리만으로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를 유발시키며 위기의 순간에 조난자들이 죽음을 대면하는 순간을 다양한 시선으로 그려내기도 한다.비행기가 추락하는 장면은 전작 'A특공대'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더 리얼하게 표현되고 늑대의 잔혹함은 실제상황에 버금가는 실감나는 영상으로 재현되며, 자연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의 모습을 더욱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한번 더 싸우자..마지막으로 폼나게 싸우자..바로 이날 살고 또 죽자. 바로 이날 죽고 또 살자" 늑대와 대적하는 오트웨이는 아버지가 남긴 글을 되뇌이며 폼나게 죽기위한 아니 어쩌면 폼나게 살아남고 싶은 삶의 의욕을 불태우기도 한다.그가 늑대와 대적할수 있는 무기라곤 단검과 유리병 따위가 전부이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고 마지막일지도 모를 늑대와의 사투를 벌이게 된다.그 결과는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듯 하지만 자막이 올라가고 끝까지 보신다면 일말의 단서를 찾을수도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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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를 즐겨보신다면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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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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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가. 문명 속에서는 자연을 섭취하고 군림하는 것 같지만 야생에 던져지는 순간 성난 이빨도 추위를 견딜 가죽도 없는 몸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뿐이다. <더 그레이>는 생존과 사투, 서바이벌이라는 단어로 점철된 영화다. 혹한의 설원이 펼쳐진 알래스카 평원은 자연과의 전투지가 된다. <더 그레이>는 사회라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남자들이 무더기로 나온다. 과거도 출신 성분도 모호한 거친 남자들은 정유회사 소속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알래스카에서 노동을 마치고 짧은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잠이 든 것도 잠시, 심하게 흔들리는 기체는 그대로 설원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생존자는 일곱 명. 부서진 기체 잔해와 시체더미는 금세 눈보라에 파묻히고 몸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또 다른 존재가 이들을 덮쳐온다. 날카로운 송곳니의 늑대들이다.추락, 늑대의 습격, 혹한, 굶주림까지. 완벽한 서바이벌의 조건이 마련되자 생존자들은 그대로 생존리얼리티의 주인공들이 된다. 블록버스터의 풍미를 마련했지만 흐릿한 회색 빛 와이드스크린에 담긴 설원 위 사투는 처절한 시에 가깝다. 시공간이 정확히 가늠되지 않는 이곳은 알래스카, 수색대도 찾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이다. 이 차갑고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소규모 사회가 구축된다. 리더, 보안관, 협력자, 문젯거리까지, 적절히 역할을 나눠가지면서 <큐브> <미스트> <파리대왕> 등 극한 상황 속에서 시현되던 사회의 압축판이 마련된다. 여기에 <더 그레이>는 조역들은 휘발시키고 리암 니슨이 연기한 리더 오트웨이와 늑대의 사투에 집중한다. 영화는 사투라는 단어에 들어맞는 상황을 연이어 마련한다. 비행기 추락, 늑대의 습격, 절벽 횡단 등 도미노처럼 위험은 찾아오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한다. 이렇게 생존이라는 목표는 공포를 훌륭하게 제조한다. 초반은 미드 <로스트> 이후 비행기 추락 씬의 한 획을 그을 만큼 강렬하다. 그밖에도 나무에서 추락하는 장면과 폭포에 떠내려가는 장면 등의 실감나는 카메라워크는 감각과 오락을 겸비한 테크니션으로서 조 카나한 감독의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부분들이다. 감독은 여기서 조금 욕심을 내고 <더 그레이>를 축조한다. 인간은 극렬한 공포에 놓이면서 신을 찾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더한 공포가 기다릴 뿐이다. 인간은 스스로 일어선다. <더 그레이>는 후반부에 가서 대자연이라는 공포 앞에서 신을 부르는 인간의 모습으로 철학적인 옷을 걸친다. 격렬한 재난 액션을 밑그림으로 그리고 연극적인 캐릭터로 수를 놓은 후 철학적 정점을 찍으려 한다. 물론 재난 액션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대면하는 상황을 실존주의적인 문제로 승화시키는 것은 순전히 노장 액션 배우 리암 니슨의 힘이다. 사고 바로 전날 삶을 포기하려고 한 자에게 가장 강렬한 생존과의 사투를 짊어지게 하면서 아이러니한 시험에 들게 한다. 강한 아버지라는 아우라와 액션으로 부지런히 필모를 쌓고 있는 노장 배우 리암 니슨은 <더 그레이>의 얼굴이자 주제의 수호자로서 임무를 훌륭히 수행한다. 홀로 광포한 늑대를 앞에 두고 시구를 반복적으로 읊조리는 마지막 실루엣은 시적이다.
2012년 2월 14일 화요일 | 글_양현주 (siwoorain@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