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굽쇠
Tuning Fork , 2014

일본은 만주사변을 시작으로 중일전쟁까지 전선이 확대되며 전쟁이 장기화되자 강간과 성병을 막고 군의 사기를 진작한다는 명목 하에 군위안부제도를 만들었다. 1930년대부터 일본이 패망한 1945년까지 한국, 일본,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의 여성들은 강제로 동원되어 일본 군인들의 성노예로 인권을 유린당했고, 그 후유증으로 인해 그들은 전후에도 고통을 당하며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일본군에 의해 체계적으로 동원된 군위안부 숫자는 적게는 5만명에서 많게는 수십 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여성들이 동원되었다. 유괴나 강제 연행식으로 끌려간 경우도 있었고 빈곤한 가정의 여성들은 식당종업원이나 간호사, 여공으로 취업 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끌려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소개할 영화 <소리굽쇠>의 주인공 귀임(이옥희)도 중국 방직공장에 취직시켜 주겠다는 말에 속아 끌려간 피해자로, 일본의 패망으로 전쟁이 종식된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중국에 남아 조선족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위안부 여성중 한 명 이었다. 영화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고향에 갈 수 없었던 귀임 할머니의 고통스러운 시간들과 참담했던 기억들을 끄집어 내어 지금까지도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는 고통과 안타까운 현실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놓는다.

일제강점기 방직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중국으로 간 귀임은 일본군의 성 노리개가 되어 비참한 생활을 하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중국에 남아 조선족 할머니가 됐다. 누구도 그들의 아픔을 기억하지 않은채 잊혀진지도 70여 년, 외면받으며 중국에서 살아 온 귀임 할머니의 유일한 희망이라면 손녀 향옥(조안)이 이쁘게 커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이처럼 아끼던 향옥이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자 귀임은 홀로남아 손녀가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린다. 영화의 첫 장면은 향옥이 중국으로 다시 돌아온 뒤 한국에서 만났던 정신대 연구소 구소영 소장과 나눔의집 사무장이 귀임 할머니의 댁을 방문하며 시작된다.

구소장이 방문한 목적은 귀임할머니의 귀향을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와 주겠다는 것인데 할머니는 이들의 말을 듣고도 그리 달가워 하지 않았다. 이유는 향옥이 한국을 다녀온 이후 말도 없어 우울해하다 목을 메어 자살 하려고 했기 때문인데 귀임이 일찍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목숨을 잃을뻔한 시건이었다. 이런 향옥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귀임과 이를 보고있던 구소장과 사무장의 시선은 묘하게 엇갈린다. 향옥이 한국으로 갈때만해도 밀양에 살아계신 이모 할머니와 귀임의 첫 사랑을 찾아주겠다는 부푼꿈을 안고 떠났었다. 그런 향옥이 한국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일이 있었길래 슬픔에 젖어 귀임의 주위를 맴돌고 있을까? 그 해답은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편협한 시선과도 연관 되어진다.

어학연수를 위해 한국에 온 향옥은 우연히 구소장의 강의를 듣게 되고 나눔의 집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할머니를 모셔올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고 찾고자했던 이모할머니의 근황도, 소리굽쇠로 기억하는 할머니의 첫 사랑 이영준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도 알게된다. 교회 피아노를 조율하며 아름다운 청춘을 함께하던 이들은 영준이 일본군에 강제징용되면서 소리굽쇠만 하나씩 간직한채 귀임은 중국으로 영준은 일본으로 먼길을 떠나며 기약없는 이별을 경험한다. 미완성으로 끝나버린 귀임과 영준의 사랑은 후세까지 이어져 영준의 손자 덕수와 귀임의 손녀 향옥은 서로를 의지하며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하는데..

중국에서도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대접받지 못하고 살았던 귀임의 아픔은 한국에 온 향옥에게도 그대로 이어져 아픔을 감내하며 살아가길 강요받았다.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인 영준의 고통은 손자 덕수에게 이어졌고 덕수의 아픔은 고스란히 향옥에게 전달된다. 영화 <소리굽쇠>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향옥의 한국생활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아직도 이들을 조선족이라는 편견속에 가둬놓고 바라보는 우리들의 그릇된 시선을 꾸짖는다.

한쪽이 울리면 다른 한쪽도 똑같은 음을 내는 소리굽쇠의 울림처럼 해방 뒤에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귀임 할머니의 아픔은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뒤 향옥에 의해 공명되고 있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가 얼마나 크고 위중했는지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건만 정작 가해자 일본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말을 바꾸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들을 아직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이땅의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인권침해와 치욕스러운 아픔들을 더이상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선 그 기억들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며, 아픈상처를 덮으려 하기보다 치유하기 위해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해방된 뒤에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아직까지도 대물림되고 있는 상처의 흔적들을 감동적으로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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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중 최고의 작품
묵직한 주제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수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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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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