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경찰 패트레이버
Patlabor: The Mobile Police , Patlabor: The Movie , 1989
‘패트레이버’는 상당히 특이한 작품이다. 원작과 애니메이션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 작품인 점이 바로 그것이다. 처음 극장판을 보았을 때 느꼈던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패트레이버는 ‘레이버’라는 로봇이 산업이나 기타 현장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대의 배경으로 삼은 98년은 레이버가 등장하지도 커다란 발전을 이룬 것도 아니지만 언제나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바탕으로 하는 이 작품은 밝으면서도 무언가 어두운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레이버’라는 기계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그 기계가 누군가에 의해 폭주하게 되었을 때 막을 방법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을 던진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위기대응능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알려준 작품이라 보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공상과학영화가 허황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문제점은 우리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법한 것이 아닐까 싶다. 레이버가 산업 현장의 주역이 되는 것은 언제가 될지 몰라도 어떠한 산업기계가 인간의 제어를 벗어나는 상황이 되는 것은 당장 눈앞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인기 ‘드론’이 높은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를 도와주고 택배를 배달해 주는 등 많은 편리한 점을 제공하지만, 사생활 침해와 테러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서 보여준 레이버의 폭주는 생각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이 작품에서는 원인이 프로그램 개발자가 심어놓은 바이러스였지만 이것은 인간의 악한 의도가 기술의 발전이 악용될 수 있고 인간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대응이 힘든 이유가 레이버를 만드는 회사의 독점욕 때문이라는 것도 인간의 욕심과 잘못된 방향성이 인간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의 주제를 설명한 대사는 다음과 같다. ‘인간이 잘못하지 않는 한 기계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기계는 인간의 명령대로 움직일 뿐이고 인간의 욕망이 기계를 이롭게 할 수도,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이 작품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즉,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해롭게 할 수 있는데 그 원인은 바로 인간의 잘못된 욕망 때문이라고 이 작품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기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두 노 정비사와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1989년에 만들어졌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작화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일본은 버블경제의 말기에 있었는데 그 여파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제작비를 아끼지 않고 투입하였다.
그 결과 지금은 재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영상이 만들어졌고 컴퓨터 제작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에 보여준 작화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서 예술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보는 재미는 여느 극영화 못지않게 상당하다고 본다. 오히려 극영화보다 훨씬 자유로운 상상력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높이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현실감 넘치는 작화로 인하여서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우울한 분위기가 넘치지 않는다. 오히려 OVA에서 보여준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무거운 주제를 풀어나가는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준다.
덕분에 한없이 무겁게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이면서도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렇게 균형감 있는 연출력을 보여준 것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연출력 덕분이라고 본다.
이 작품에서 당시 그렸던 미래는 10년 후에 펼쳐지지 않았지만 지금 현실이 된 부분도 있고 아직 현실로 다가오려면 먼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놓고 있다고 본다. 기계와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 혹은 기계를 편리하게 사용하면서 인간이 가져야 할 자세를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무거운 주제를 굳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무언가 군기가 빠져도 단단히 빠진 2과와 뛰어난 작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이 주는 재미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도 극영화 못지않은 진지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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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서영갑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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