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극장판 2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2 劇場版 , Patlabor 2: The Movie , 1993
전편에서도 원작의 분위기를 파격적으로 바꾼 패트레이버가 두 번째 극장판으로 접어들면서 더욱 다른 작품이 되었다. 우리가 알던 발랄한 패트레이버가 아닌 패트레이버의 등장인물과 기본 설정만 변하지 않은 채 정치, 군사 드라마가 된 느낌이었다.
작화도 더욱 사실적으로 바뀌었고 연출도 애니메이션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실사 영화의 형식을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 '공각기동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공각기동대에서 보여주는 그의 표현 방법을 우리에게 먼저 선보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평화로운 일상이 파괴되는 순간을 통해 일본이 고민하는 문제를 건드린다. 일본에 있어서 '평화'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관객들에게 던지며 동시에 자위대와 경찰과의 갈등을 통해 그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데 그러한 갈등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무엇때문에 저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평화로운 일상이 파괴되는 혼란과 동시에 그 일상을 통제하는 순간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 무거운 주제를 더욱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지는 어려움과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패트레이버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2과는 그렇게 두드러지게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 등장하는 그들의 모습은 쓸쓸함을 더해갈 뿐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고토와 나구모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편 중간에 등장했던 마츠이 형사도 의외의 비중을 더해가며 작품에 등장한다. 이는 앞서 설명했듯이 작품의 발랄함을 버리는 대신에 사실감을 더함으로써 이 작품이 이야기하는 무거운 주제를 더욱 드러내는 장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어느 저녁 파괴된 베이브릿지를 중심으로 그것을 파괴한 '츠게'라는 남자를 쫓는 것이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전편에서 호바 에이이치는 성경에 등장하는 '여호와'라는 존재로 익살스럽지만, 신의 위치에 서 있었던 존재라고 한다면 본편에 등장하는 '츠게'라는 인물은 인간의 입장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용의자'라는 점 외에는 주인공과 아무런 연고가 없었던 호바에 비해서 '츠게'는 본편에서의 주요 등장인물인 나구모와 깊은 인연이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것이 이 작품의 어두운 면을 깊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성격을 전편과 매우 다르게 하는 요소라고 또한 생각한다.
이 작품은 '패트레이버 극장판'이지만 전편과는 다르게 레이버의 등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레이버도 갈등의 큰 요소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흔히 볼 수 있는 병기가 갈등의 요소이며 사람과 사람과의 갈등이 이 작품을 이끌며 갈등을 풀어나가는 가장 큰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평화를 지키는 무기가 도시 한가운데를 누비며 파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헬기가 도쿄 시내를 공습하는 장면은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충격적인 요소로 나오고 있다. 이 작품은 레이버가 뛰노는 경쾌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빌린 군사, 정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장면을 비롯한 여러 장면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작품에서라면 기존의 병기를 이기고도 남을 레이버가 이 작품에서는 속절없이 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밀리터리 요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열광할만한 장면과 장치가 여러 번 등장한다.
또한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레이버를 비롯한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영화에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을 충실하게 묘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시대에 현실화되었을 정도로 놀라운 묘사를 보이고 있다. 어쩌면은 예언적인 요소도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레이버의 등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갈등의 중심이 되고 풀어나가는 주체는 앞서 설명했듯이 고토와 나구모이다.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 원작을 비롯한 극장판 전편과도 매우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츠게가 ' 이 도시의 미래를'이라는 대사로 여운을 남긴 것도 '인간'에 초점을 맞춘 감독의 의도를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
비록 이 작품은 버블경제의 끝에 만들어진 극장판 전편보다는 작화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사실적인 연출과 갈등의 밀도는 더욱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보면 볼수록 깊은 맛을 내는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한 번쯤 생각할만한 거리를 던져주는 이 작품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작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무비스토리
최신방송
좋아요 :
5명
글쎄요 : 0명
밀리터리물을 좋아하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