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죽여야 하는 남자 | 사랑을 속여야 하는 여자 | 슬픈 이들의 잔인한 동화 |
{결정적인 패전 후 십 몇년 점령군 통치에서 겨우 벗어나 국제적 지위를 가지기 위해 일본은 급진적이고 고도 경제 성장을 위한 경제 재편성을 이루어 나갔다. 이에 따른 병패들로 많은 실업자들을 양산되었고 그 실업자들은 도시로 흘러들어와 슬램을 이루며 흉악 범죄를 일으키는 한편, 무장 투쟁을 일으키는 반정부세력이 급속히 대두하여 '자치 경찰'을 누르면서 심각한 사회 불안을 만들어냈다.
이에 정부는 '자위대'의 쿠데타의 가능성과 국가 경찰로 승격하고자 하는 '자치경찰'을 견제하기 위해 동경을 중심으로한 수도권 지역의 독자적인 권한과 군사력을 보유한 수도권 치안 경찰기구 '수도경'을 탄생시켰다.
* 출연진의 다른영화 :
인랑
人狼, Jin-Roh , The Wolf Brigade , 1999
'인랑'이란 인간 늑대, 그러니까 늑대인간이라는 뜻으로 보아도 좋을 듯싶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제목도 그렇고 이야기를 큰 틀을 이루는 '빨간 망토' 이야기는 이 영화가 비극적으로 흐른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반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고 예전에 감상했던 적이 있었지만 그 때 보았던 느낌과 지금 본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처음 접했을 당시에는 왠지 모르는 무거운 분위기에 끌렸던 반면에는 나이가 조금 들어서 보는 이 영화는 분위기보다는 이야기에 더 끌렸다.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의 형식이지만 웬만한 극영화보다 사실과 같은 느낌을 많이 주고 있다. 그리고 독일이 승전한 이후 일본이 패전국으로 관리를 받고 난 이후라는 가상의 역사를 설정하고 있지만 치밀한 고증과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60년대의 분위기를 세밀하게 재현함으로써 실제 역사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
이는 패트레이버 시리즈에서 보여준 극영화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추구하는 오시이 마모루의 손길이 많이 느껴졌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만한 특징이라고 본다. 그래서인지 가상의 역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그 시대를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다고 본다.
특히 초반에 묘사되는 시위 장면이나 진압하는 모습은 전공투 시대를 거쳐온 일본인은 물론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도 많은 공감을 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화염병이나 최루탄에 대한 묘사는 우리의 역사를 배경으로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밀해서 놀라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시위대를 진압하는 특수경찰인 후세가 자신의 눈앞에서 자폭한 여인과 그 사람의 언니를 만나면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부분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요 이야기이다. 냉혹한 전투 기계로 살아왔지만, 그도 인간이었고 그 죽음 앞에서 흔들리는 정체성을 사랑을 통해 채움을 받는 부분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이야기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진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빨간망토'에서 늑대가 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늑대가 빨간망토를 잡아먹기 위해 하는 거짓말은 특수부대 '인랑'이 착용하는 전투장치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중첩자로 살아왔던 주인공을 가리키면서 하는 말이라고도 본다.
즉, 이 영화는 '우화'라고도 볼 수 있는데 늑대에 빗대어 잔혹한 사회현실과 인간성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줄거리야말로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러닝 타임 내내 '빨간망토'이야기를 계속 들려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줄거리 이외에 영화 속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당시 거리 등의 사회상은 물론이고 무기에 대한 고증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MG42 기관총의 경우에는 실총으로 사격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그 외에 등장하는 권총도 실제의 그것을 매우 충실하게 재현했다.
또한, 전투장면 속에서도 단순히 흥미를 위해 자극적으로 장면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것과 같이 배치를 하고 총을 맞는 장면도 만화적인 과장보다는 실제로 맞는 듯한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사실과 가까운 느낌을 많이 받게 하였다. 이러한 치밀한 고증이 바로 이 영화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총은 쏘지 않았지만, 가해자의 측에 있는 사람과 피해자의 가족이 만나서 사랑을 쌓게 되는 요소도 흔한 전개가 아니었는데 서로 배신하는 설정 또한 흔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묘사였다고 보이지만 인간의 삶을 보면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라는 느낌도 있어서 오히려 이렇게 얽히고 설킨 것이 더욱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면 때문에 외적인 고증뿐만 아니라 실제 눈앞에서 이 사건이 벌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서로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 듯했지만 결국 두 사람이 눈앞에서 맞닥들인 것은 참혹한 현실의 벽이었고 그것이 이 영화의 결말이었다.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영화 내에서 일본의 사회갈등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주인공도 눈앞에서 두 명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았으니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빨간망토'이야기의 슬픈 결말이 그대로 이루어진 셈이었다. 처음에는 후세가 늑대의 한 사람으로 보였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누가 과연 늑대냐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을 장기말로 만든 조직들이나 아니면 그렇게 만든 시대 때문인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늑대의 틈바구니에서 인간의 정을 나눈 두 사람의 모습은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현실감 있는 설정과 고증을 철저히 한 제작진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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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