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즈 데케루
Therese Desqueyroux , Therese D , 2012

포도주로 유명한 프랑스의 보르도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하였다. 부유한 가정에 시집와 억압된 삶을 살던 한 여인이 숨막히는 억압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독살 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 한 것이다. 당시 보르도 중죄 재판소에서 사건의 심리과정을 목격한 '프랑수아 모리아크'는 20년후 '까바니 사건'으로 불리웠던 여인의 안타까운 사건을 모티브로 <테레즈 데케루>를 완성 하게된다.
모리아크는 이 작품을 통해 '심리소설의 대가'라는 명성을 얻기도 하였고, 20세기 초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테레즈 데케루>는 1927년 출간 당시 전통적인 여인의 모습을 거부하는 듯한 파격적인 소재 때문에 사회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균등한 사회적 지위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동양 문화권 에서 전통적인 유교주의 사상이 여성의 지위를 억압했다면, 서양 또한 카톨릭을 기반으로 한 종교적인 문제로 여성의 사회참여도 힘들게 만들었고 기본적인 권리 마저도 보장 받지 못하고 살아가게 만들었다. 프랑스에서도 '68 여성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대다수의 여성이 집안에서 육아와 가사활동에만 전념하였고, 결혼한 여성은 미성년자로 간주하여 본인명의의 계좌도 남편의 동의없이는 개설하지 못할정도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각했다고 한다.
심지어 낙태수술 조차도 금지 하고 있어서 불법으로 임신중절 수술을 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발생 하였다고 하니 당시 여성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 했는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1928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영화 <테레즈 데케루>에서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강렬한 욕망을 지닌 '테레즈 데케루(오드리 토투)를 통해 사회적 위선과 규범에 가로막혀, 자유를 잃고 인간의 존엄성 마저 상실해 가는 과정들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혼생활
책 읽는것을 좋아하는 지적이고 똑똑한 여자, 그래서 인지 생각이 너무 많은 '테레즈 데케루(오드리 토투)'는 자신의 소유욕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지방의 부호 '베르나르 데케루(질 를르슈)'와 결혼을 꿈꾸고 있다. 테레즈의 친구인 '안느 드 라 트라브(아나이스 드무스티어)'의 오빠 라는 친분관계가 결혼을 생각하게 된 이유중에 하나가 되기도 하지만,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고, 정치판에서 힘좀쓰는 자신의 아버지와 베르나르 아버지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둘의 결혼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소유욕이 남다른 테레즈는 부유한 베르나르를 통해 자신이 소유한 재산을 불릴 수 있고 행복한 결혼 생활까지 꿈꾸고 있지만, 매일같이 반복되는 생활과 권태로운 일상, 형식적인 부부관계, 오로지 자신들의 재산 불리기에만 급급한 속물적인 시부모님 과의 불편한 관계 등 여성이 겪어야할 고통들로 그녀의 영혼은 서서히 잠식 당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으로 부터 탈출을 꿈꾸게 만든다.
풍족한 환경과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누리고 살면서도 그 현실속으로 들어가보면 여성에게 요구하는 수많은 규범들과 관습들로 인해 자신의 존재감 조차 찾지 못하고 한남자의 헌신적인 아내로, 시부모님께는 순종적인 며느리로 살아갈 것을 강요 당하며 점점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테레즈...
고독과 권태로운 일상을 살아오던 그녀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장 아베베도(스텐리 웨버)' 와의 짧은 만남은 새로운 삶에 의미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범죄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욕망을 위한 '잔인한 댓가'
영화의 전반부에서 보여지는 소녀시절 테레즈의 모습은 여느 소녀들과 다름없이 밝고 활기차며, 책을 즐겨읽는 문학소녀이다. 결혼과 함께 이처럼 밝은 모습은 사라지고 언제나 똑같은 무표정한 얼굴에 미소마저 사라진 창백한 얼굴로 형식적일 수 밖에 없는 가족과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아무런 감흥도 없는 부부관계는 그녀의 무미건조한 삶을 더욱더 비참하게 만들어 버린다.
누군가는 그럴것이다. "행복에 겨운 투정"이라고...부족함 없는 환경과 누구나 꿈꾸는 공기 좋은곳에서의 전원생활, 그러나 이처럼 좋은 환경속에서 느끼는 소외감이나 박탈감이 어쩌면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보다 더 큰 상처로 남을수도 있다.
한정된 공간안에서 이뤄지는 반복되는 행동들이 당당하고 활기찬 테레즈에게는 감옥과도 같은 답답함을 안겨줬을 것이고, 그녀를 더욱 옥죄어오는 관습과 규범들은 낮설은 사람의 작은 친절도 사랑이라 착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장 아제베도'와의 짧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안느와의 우정보다는 사랑을 선택하게 만들었고, 남편의 목숨을 담보로 무모한 사랑을 이뤄내려 한다. 평온한 일상에 안주 하지 않고 또다른 미래를 꿈꾸는 테레즈의 욕망이 그릇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와 동반된 가족의 희생은 그녀를 향한 동정을 거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