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
Honour , 2014

사랑하는 자신의 딸을, 피를 나눈 여동생을 누나를 단지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살해를 한다. 성(性)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자유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최근 62년만에 간통죄를 폐지하며 개인의 성적자유를 법적으로 인정한바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점 으로 본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지금도 중동과 아시아 몇몇 국가에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가족 구성원 이라도 결혼전 정조를 잃었거나,결혼후에 간통을 범한 여성들에게는 생매장이나 돌팔매질,화형 등 잔인한 방법으로 처벌 하는 행위들을 '명예살인'이라고 하는데, 가족과 부족을 중심으로 이뤄진 이슬람 문화권 에서는 가족과 공동체의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탓에 아직까지도 명예살인 이라는 문화가 남아있고, '파키스탄'에서는 살인을 저지른 가족에 대한 처벌도 가족 내부의 문제로 규정하여 친척들에게 일종의 위자료 형식으로 지불하면 다른 법적 처벌없이 용서가 된다고 한다.

소개할 영화 <아너>의 주인공 모나(이이샤 하트)의 가족들은 혼전순결에 대해 엄격한 파키스탄에서 영국으로 이민온 가족으로, 모나는 부동산 중계업을 하고있고 오빠는 경찰관, 동생은 배달일로 부유하지는 않지만 부족함 없이 살아가고 있다.
모나의 직장과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의 매니저 탄비르(니케쉬 파텔)와의 인연으로 관계는 발전되고 사랑에 빠지면서 모나와 가족들간의 마찰은 시작된다. 탄비르가 인도와 파키스탄의 접경지역인 펀자브 지방 출신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데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오래된 종교분쟁과도 연관이 있고, 이같은 문제로 인해 탄비르의 집안에서도 반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명예로운 삶을 방해하는 올가미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파키스탄은 아직도 영국식 주거문화와 풍습이 남아 있고, 철저히 이슬람 교리에 준한 생활을 하고 있다.부 자들은 부자들끼리 결혼하고 부를 분배 하고 싶지않은 그들은 사촌 간에도 결혼을 하다보니 사촌형제가 처남,매제 간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풍습 때문인지 탄비르도 세살때 부모님이 정해준 약혼자가 있기는 하지만 코고는 소리까지도 세련되 보이는 모나의 매력에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탄비르를 향한 모나의 사랑도 만만치 않은데 둘의 사랑만으로 이슬람의 엄격한 율법을 헤쳐나가기는 버겁기만 하고, 임신까지 한 모나는 가족들의 손길이 닿지않는 먼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한다. 결혼도 하기전에 이미 외간남자의 아이를 잉태하고 도주를 계획한 사실을 알고있는 오빠는 경찰관 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탄비르를 찾아가 협박하고 끝내는 모나와의 도주를 포기하게끔 만들어버린다.

그녀의 숨소리 마저 사랑할 수 있었던 간절했던 감정들이 협박에도 이겨내지 못할만큼의 값어치 없는 유희로 전락하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모나는 이제 사랑의 달콤함 보다 위태로운 목숨을 보전하기 위한 필사의 도주를 감행 한다.
작년 영화 속 주인공 탄비르의 고향 펀자브에서 가족의 동의 없이 결혼한 신혼부부가 흉기에 목이 잘린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는데,이 또한 신부측 가족 5명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으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만큼 명예를 실추시킨 가족에 대한 응징이 잔혹 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가족들에게 사랑을 축복받고 싶었고 후회없는 선택 이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던 모나의 운명은 가족들에 의해 떠맡겨진 살인 청부업자 바운티(패디 콘시딘)의 판단에 따라 생과사가 결정 될 수 있다.

오욕(汚辱)의 세월을 감춰버린 '헤드 스카프'
알라신의 뜻이라면 사랑하는 자식의 희생도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가족들은 혼전 순결을 잃었다는 이유로 명예로운 죽음을 강요하고, 타인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킬러는 모나의 생명을 보호하려 한다. 모나와 처지가 비슷한 임산부 자밀라를 가족들에게 인계한뒤 뉴스에서는 잔인하게 난자 당한 자밀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19살의 즐겁고 활달하던 소녀가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두 오빠에게 잔인하게 살해 되었고, 그 직전 바운티를 바라보며 원망과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는 것을 그는 알고있었다. 자신의 몸을 자해 하며 자책하고 자밀라와 뱃속의 태아에게 용서를 구한다.

위대한 영국인 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백인우월주의 에 빠져있던 바운티의 신념은 확고하다. 남자는 남자 다웠고, 여자는 여자 다웠다. 노예는 노예로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를 알고 충실했을때 영화롭던 영국이 존재 했었다고..여자와 노예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면서 모든게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고...
사회의 변화와 무관하게 그릇된 관념속에 허우적거리던 청부살인업자는 자신의 슬픈 과거사를 들먹거리며 헤드스카프를 과감히 벗어던진 여인에게 참다운 삶을 살아볼것을 권유한다. 때론 아프고 힘들더라도 어딘가에서 쓸모있는 사람이 되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