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앤 더머 투
Dumb and Dumber To, 2014

구관이 명관!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작고하신 피천득님의 ‘인연’이 떠 오른 건 왜일까? 정확히 20년 전 겨울, 한편의 헐리우드산 코미디 영화가 한국에 상륙했었다. 덤 앤 더머(Dumb and Dumber) 그야말로 멍청한 놈 그리고 더 멍청한 놈이다.
당시 에이스벤츄라와 마스크를 통해 주가를 상승했던 코미디 배우 짐 캐리는 현재는 미국 드라마계의 명배우로서 자리매김한 제프 다니엘스와 출연하여 명콤비 화장실 개그를 통해 배꼽과 함께 감동을 주었다. 허나 그 시절엔 통하던 개그 수준이었고 덤 앤 더머는 단순히 배꼽잡고 웃기는 영화를 넘어서 한편의 로드 무비 형식의 수준 있던 영화였다.
그들은 20년 동안 각자의 필모그래피를 만들며 인생을 살아가다가 올해 다시 의기투합하여 오래 전 머저리 두 남자를 기억하는 지금은 중년과 장년이 된 이들의 뇌수를 건드렸다. 모두들 덤 앤 더머 보러갑시다! 라고 향수에 젖어 문자와 톡을 날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마치 이선희와 조용필 혹은 90년대 가수의 향수에 젖어 그들의 콘서트를 보러 가듯이…….
뚜껑을 열고 보니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설정에 혀를 내두르며 러닝타임 100분을 넘기는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퇴장하신 관객에게 오히려 박수를 보낼 정도였다! 그 시절의 향수는 그 시절의 묘한 분위기와 함께 그 시절 배우가 가지던 나름대로의 매력을 불러오는 것이 정수인데 어찌 같은 감독들(패럴리 형제)이 메가폰을 쥔 영화가 이리도 다른가? 우리의 개그 수준과 영화를 보는 수준이 20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변해 버렸단 말인가?
터무니없는 개그 설정 그리고 사라져 버린 위트
요즘 한국 영화 코미디를 보면 물론 한국적인 문화와 세태를 반영한 말과 위트가 웃음을 준다. 예를 들자면 너무나 식상한 이야기이지만 국제시장에서 황정민이 김윤진과 데이트 하는 장면에서 김윤진이 ‘나잡아 봐라!’며 도망갈 때, 황정민이 달려가 그녀의 뒷머리 채를 휘어 잡는다! 너무나 식상한 장면이지만 함께 보는 관객들을 위트 있는 설정으로 웃음을 주었다.
물론 국제시장은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덤 앤 더머 전편와 비슷한 시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웃음을 주는 폴리스 아카데미 시리즈가 기억이 난다. 극장용으로 제작되어 1984년부터 10년간 7편이 나왔던 영화였다. 물론 덤 앤 더머 같은 화장실 유머 즉 방귀, 섹스어필, 똥, 오줌 같은 소재들이 웃음을 쥐어짜는 것으로 사용되긴 하지만 폴리스 아카데미 시리즈는 당시 시대를 풍미했던 헐리우드 코미디 영화의 주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덤 앤 더머는 개그 설정과 위트가 주는 재미가 빠져 있다. 아쉬운 장면들이 눈에 보이면서 그리고 뒤로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이 너무 작위적이어서 관객들이 재들 모하나? 하는 이질감을 보이는 설정이다. 배우들은 나름 열심인데 그 배우들의 들고 있는 시나리오는 마치 유치원생 연기 발표회의 대본 수준이랄까? 잔뜩 덤 앤 더머의 향수에 젖어 스트레스를 풀러간 관객들의 마음에 멍이 들게 하는 수준이다.
짐 캐리 vs 제프 다니엘스 vs 패럴리 형제들
이 영화를 리뷰하면서 짐 캐리와 제프 다니엘스라는 명배우를 빼놓을 수 없다. 짐 캐리는 여전히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배우이다. 그는 이미 다작하여 많은 영화에 출연했는데 가장 필자의 기억에 남는 영화는 1998년 영화 트루먼 쇼이다. 물론 그는 이미 1990년대 헐리웃 영화의 주역이면서도 그가 아끼는 장르 코미디 영화의 명맥을 이어왔다. 2003년 브루스 올마이티, 2008년 예스맨과 2009년 필립 모리스, 그리고 2013년 엥커맨2와 인크러더블 버트 윈터스톤으로 여전히 웃음을 주고 있다.
제프 다니엘스는 이미 장르가 다양한 영화에서 주연과 조연을 불사하며 출연한다. 비록 그가 출연한 영화들이 주류의 흥행작은 없었지만 뉴스룸 시리즈로 2013년 65회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그의 연기력을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든 패럴리 형제(피터와 바비)는 우리들에겐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와 “날 미치게 하는 남자” 그리고 2011년 “홀 패스”라는 코미디 영화로 유명한 형제 감독이다. 그들의 필모그래프를 보자면 이미 감성적인 로맨스 영화류의 코미디 영화와 더불어 많은 영화들이 재미와 감동을 함께 주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 속의 메시지 - 가족과 우정
3편은 아직 설정되지 않았지만 (필자는 감히 3편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덤 앤 더머 시리즈에 포함된 미국 코미디의 메시지를 들여다보자!
전편에서 보이듯 상류에서 멀어지는 실패한 두 머저리 남자의 이야기가 단지 웃음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번 편에서도 학술 박람회에서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는 이성과 지적 탐구가 극대화된 주류의 미국 사회를 비웃고 해체시키는 두 남자의 어설픈 활약이 꽤 오랫동안 그려진다. 물론 필자는 차라리 그 장면들이 적게 묘사되고 오히려 딸의 찾아가는 과정이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후반부의 박람회 장면은 확실히 지적 유희에 빠진 미국 사회의 더 멍청한 주류를 비웃는 것은 틀림없다.
두 번째로 들어오는 메시지는 한국 드라마의 주된 소재이기도 하지만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 태생이 누군지에 대한 모호성이다. 짐 캐리가 보여주는 미국 부모들의 특성 중의 하나인 자신의 문란함에는 관대하고 자식의 자유분방함에는 잣대를 들이대는 부모의 속성이다. 어느 나라에서든지 보여지는 부모와 자식간에 있을 수 있는 묘한 긴장감이다.
세 번째 메시지는 진한 친구 사이의 우정이다. 친구는 가족을 넘어서고 나를 넘어서는 우정이라는 묘한 사랑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친구는 그런 설정 안에서 오히려 이 형제 감독이 말하는 가장 위대한 관계인지도 모른다. 끝으로 오랜만에 만난 두 머저리 친구에 대한 반가움이 오히려 그냥 기억 속에 담아둘걸 하는 아쉬움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