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의 열쇠
Elle S'appelait Sarah , Sarah's Key , 2010

홀로코스트를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의 자세는?
1942년 7월, 파리 마레지구 생통주가 36번지 3층에는 유대인 가족 스타르진스키 일가가 살고 있었다. 어느날 이곳에 나치에 협력하는 프랑스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본능적으로 동생 미셸을 보호하기 위해 벽장에 감추고 열쇠를 챙긴 사라로 인해 미셸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만 수용소로 향하게 된다. 부모님과 헤어져 아이들만 따로 모인 수용소에 수감된 사라의 머릿속은 오직 동생 생각 뿐. 사라는 끝내 동생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다. 과연 사라는 동생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시대를 넘어와 2009년, 프랑스 파리. 프랑스 남자와 결혼해 살고 있는 저널리스트 줄리아(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분)는 1942년 당시 파리에서 있었던 유대인 집단 체포 사건을 취재해 나가던 중 시부모님이 소유하고 있는, 곧 자신이 남편과 함께 살게 될 생통주 아파트에 2차 대전 당시 사라 스타르진스키라는 유대인 소녀가 살고 있었음을 알게된다. 줄리아는 그렇게 소녀의 행방을 쫓기 시작한다. 영화 <사라의 열쇠>는 이처럼 과거와 현재를 병렬로 연결해 끊임없이 오고 간다.
사라의 일생을 보여주는 과거는 플래시백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결론을 고려하면 그건 결국 누군가의 기억을 소환한 것이다. 누구의 기억일까? 물론 영화는 사라를 알고 있었던 누군가의 기억, 가장 핵심적으로는 사라가 직접 남긴 일기를 통한 기억의 소환이겠지만, 사라의 일생은 프랑스의 아픈 과거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2차 대전을 피해자로서 또는 가해자로서 거쳐 온 집단으로서 프랑스의 기억이고 이의 소환일 것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선한 프랑스인들도 많이 등장한다. 사라를 구해준 군인, 노부부.. 내가 저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본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을 도와줄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게 한다. 공공연한 불의와 정신나간 맹목을 진실과 구분할 수 있었을까? 물론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의 우리 시대에 불의와 맹목을 구분할 수 있는 혜안을 갖기를 소망할 수 밖에.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사라의 그 다음의 행보는 아쉽다. 소설로써는 훌륭한 전개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영화로 만들어놓으니 조금 산만하게 느껴졌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 마츠코처럼 기구한 여자의 팔자에 집중하였더라면, 더욱 여운과 안타까움이 남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말은 너무 좋았다. 또 하나의 사라가 태어났고 그 사라의 미래는 훨씬 밝을 것이기에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먹먹한 마음이 들었고, 그 감정은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 영화를 보다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영화가 너무 길다고 느껴질 정도로 지루한 영화가 있다. 나에게 이 영화는 1시간 45분이라는 상영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껴졌다. 결코 내용이 지루하거나 흥미있지 않아서가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시계를 보기전 나는 적어도 3~4시간이 흐른 느낌이었다. 두 시대를 번갈아가며 한 인생을 통째로 들여다본 거대한 사건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작1시간 45분 이었다니..... 이 영화는 한순간도 쉬지않고 달려간다. 끊임없이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관객들을 모두 '줄리아'가 되게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홀로코스트 영화와는 다르게 담담하다. 우리가 느낄 감정을 '줄리아'가 대신 느껴주고 관객은 이를 지켜볼 뿐이다.

슬프게도 영화는 사라의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기꺼이 철조망을 들어준 군인, 사라를 어른으로 키워주신 부부, 돈으로나마 성의를 보여주신 트작과 사라의 존재를 밝혀준 줄리아까지..함께 마음 아파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위로를 해주고 싶다.
'우린 모두 역사의 산물이야' 라는 윌리엄의 아버지의 말은 주위사람들에게 피치못할 상처를 주면서까지 그토록 '사라'를 찾던 '줄리아'가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눈앞에 닥친 일에 전전긍긍하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다시금 역사의 중요성과 나의 존재를 일깨워 주게한다.

추악하지만 알아야 될 역사의 한 사실, <사라의 열쇠>는 바로 그런 키(key)였다. 잊혀질뻔했던 진실의 책장 한 페이지를 열어준 하나의 열쇠. 그 열쇠는 감추어진 역사를 여는 열쇠였다. 영화 속 그들은 극중대사처럼 모두가 역사의 산물이었다.
모두들 고통스럽고 괴롭게 만들었던 비극의 역사 속에서 살았던 그들. 하지만, 이런 역사는 버젓이 반복되어왔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가진 가장 잔인함임을 사라의 열쇠를 통해 또 한번 기억해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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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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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원종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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