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
Mommy , 2014

‘칸의 총아’ 자비에 돌란은 다섯 번째 영화 마미로 칸 영화제에서 최연소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자비에 돌란의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기대치가 높은데 그것 때문에 더욱 궁금증이 일었었다. 아트나인에서 선공개한 마미의 포스터도 매혹적이었다. 돌란의 영화에 자주 출연하였던 안느 도발과 쉬잔느 클레몽의 이미지, 그리고 새로운 배우, 앙투안 올리비에 필롱의 뒷모습. 1:1 비율과 파스텔 톤 배경 위에 인물의 순간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잔잔한 색감이지만 어딘가 터질 것 같은 감정을 쥐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미는 인물들이 지닌 감정을 멋지게 터트려 놓은 영화였다. 내 몸 속 곳곳에 퍼진 감정의 세포 하나하나를 건드려 깨워놓는 느낌이었다. 찬란하고 자유로웠으며 섹시하고 따뜻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온 마음을 적셔놓았다.

스티브, 카일라, 디안은 제각각의 인생에서 무언가가 결핍된 사람들이다. 스티브는 가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카일라는 말 더듬는 상태로, 디안은 ‘스티브’, 아빠가 죽은 후 보호시설을 전전하는 아들의 존재와, '외로움'으로 나타난다.
어느 날 스티브가 한 아이에게 화상을 입히고 보호시설에서 쫓겨나 엄마에게 돌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엄마 디안은 불같은 성격에 유쾌하고 매혹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이다. 그러나 남편이 죽고 아들이 제 곁에 없게 되면서 신열 같은 외로움을 앓았다. 원래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무너졌다. 그러나 스티브가 돌아오고 나서 안느는 강인함을 얻는다. 스티브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모욕당하고 일자리에서 쫓겨나 화장실에서 펑펑 울던 엄마를 위로해준다. 이젠 내가 엄마를 지켜줄 거라고. 일그러진 엄마의 입을 자신의 손으로 가리고 그 위로 조심스럽게 키스하던 스티브는 사랑, 그 자체였다.

그러나 스티브와 엄마는 여전히 감정전달이 서툴다. 카트를 타고 자유롭게 뛰놀다가 맛있는 음식과 Mommy 가 세공된 목걸이를 내미는 스티브를 엄마는 도둑질해온 게 아니냐며 단호하게 내친다. 스티브는 다시금 폭발하고 엄마는 죽음을 느껴 창고에 숨는다. 그 사이 카일라가 스티브의 상처를 치료해주며, 그들은 만난다. 카일라는 학교에서 받은 상처로 틱 장애를 오랫동안 앓고 있었다. 말을 더듬는 모습을 놀림거리로 삼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모자의 모습에 카일라도 조금씩 마음을 연다. 그들은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며 교감한다. 디안은 카일라에게 스티브와 자신의 상황을 조심스레 털어놓는다. 카일라는 안느의 고민을 이해해준다. 전직 교사였던 카일라에게 디안은 스티브의 공부를 부탁한다.
어느 날 스티브는 수업 도중 카일라를 도발한다. 찬찬히 쌓아올렸던 친밀감이 서로에 대한 ‘이해’로 바뀌는 순간이다. 모욕하는 제스처, 오래된 마음의 상처를 건드리는 스티브의 모습에 카일라는 아주 강하게 분노한다. 틱 장애를 가진 내성적인 사람이 아닌 가둬둔 분노를 모조리 끌어올린 모습이다. 스티브는 카일라의 말 더듬는 행동 속 깊은 상처와 분노를 마주하고, 자신의 가장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순간, 스티브와 카일라도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깊은 상처를 숨기려고 했던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 후, 스티브는 카일라와 함께 엄마를 맞이하면서 강하게 보이려고 취했던 제스처들을 지우고 연약하지만 한없이 따뜻하고 맑은 웃음을 짓는다.

돌란은 1:1 비율로 인물의 감정에 아주 세심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무언가 ‘결핍’ 된 스티브, 디안, 카일라의 온몸을 아주 소수의 배경과 함께 집중적으로 잡아내는 느낌이 좋다. 우울한 순간일지라도 따스함을 품은 그의 영상 톤도 좋다. 화면비가 커지는 순간도 기가 막히게 연출해냈다. 세 명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모습. 고민도 울음도 없는 완전하게 찬란하고 행복한 순간. 세 명이 온전히 교감하고 있는 그 순간. wonderwall이 귓가에 울린다. 스티브는 도로 위를 달리면서 환호성을 지르고 디안과 카일라 역시 뒤에서 아름답게 웃고 있다. 햇빛이 도로 위를 비추고 스티브과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달려온다. 그가 얼굴 한 가득 웃으며 1:1 비율의 화면을 연다. 나는 한 세계가 새롭게 열리는 기분을 느꼈다. 감정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환하게 열어 제친 듯했다.
그런 그들에게 한 장의 편지가 날라 오면서 문은 닫힌다. 디안은 소송의 변호를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한 변호사에게 부탁하려한다.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엄마를 보내기 싫었던 스티브는 변호사와 싸운다. 그와 동시에, 디안은 자꾸만 자신의 미래를 막아서는 아들, 스티브에게 마음 한 켠에 밀어두고 있던 분노를 터트린다.

스티브는 엄마의 분노에 충격을 입고 한참을 떠돌다 집에 돌아간다. 그 후, 언젠간 엄마도 날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만 나는 영원히 엄마를 사랑할거라는 그 말은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디안은 평소처럼 카일라와 다니며 소송도 준비하고, 스티브와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스티브는 미안함과 죄책감에,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려 자해를 하게 된다. 이후 ‘우리가 제일 잘 하는 게 사랑이잖아’ ‘엄마가 아들을 덜 사랑하게 될 일은 없어’ 같은 디안의 대사는 마음을 강하게 두드린다. 그러나 오랫동안 스티브를 감당하기에는 불규칙적인 수입을 가진 디안의 현재가 너무 무겁다.

결핍과 무한한 사랑, 그리고 이해로 이루어진 이들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될까. 온전한 행복을 가진 결말은 아니다. 그러나 햇살 사이로 뛰어나가는 스티브의 다리는 자유와 사랑을 추구하는 그의 모습과 겹쳐져 역으로 행복한 환상을 상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