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의 선물
Le pere Noel , 2014
크리스마스의 소원
어린 소년 앙투완의 소원은 별나라에 있는 아빠를 만나는 것이다. 하지만 별나라에 가기 위해서는 산타의 썰매가 꼭 필요하다. 앙투완은 크리스마스에 간절히 소원을 빌고, 뜻밖에 앙투완의 소원은 이루어진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산타가 뚝 떨어진 것. 앙투완은 산타를 졸졸 따라다니며 썰매를 타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이 산타는 어쩐지 수상하다. 선물은 주지 않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금을 찾는다. 금을 모아야 썰매가 날 수 있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은 앙투완. 산타의 정체가 도둑임을 모른 채, 도둑의 금 훔치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지붕 위를 걷고, 밧줄에 매달려 남의 집 창문을 들여다보고, 앙투완은 난생 처음 해보는 일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산타 할아버지의 썰매 타기
어릴 적 누구나 믿었던 산타 할아버지 이야기. 잠이 들면 머리맡에 놓여 있는 선물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아이는 어른이 되며 차차 사실을 알아가지만, 그래도 어릴 적 소중한 기억은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의 산타는 어른들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특별한 날에 받는 깜짝 선물은 누구에게나 특별하니까. 그때의 감동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으니까.
산타와 더불어, 산타가 타고 다닌다는 썰매도 아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코가 빨간 루돌프가 끄는 하늘을 나는 썰매. 그걸 타고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고, 평소에는 갈 수 없는 하늘도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다. 앙투완에게 산타의 썰매는 보다 특별하다. 별나라에 있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니까. 그래서 꼬마 앙투완의 크리스마스 소원은 멋진 로봇이나 재미있는 장난감이 아니다. 산타의 썰매를 탈 수 있다면, 그래서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면 더 이상은 바랄 게 없다.
수습 산타가 되다
썰매를 꼭 태워달라는 앙투완에게 산타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오늘 하룻밤 나를 도와서 금을 모아주면 썰매를 타게 해주겠다고. 산타는 그 역할을 ‘수습 산타’라고 했다. 앙투완은 산타에게 선택받았다는 기쁨에 눈을 빛낸다. 앙투완은 위험하다는 것도 모른 채 지붕 위를 걷고, 밧줄을 타고, 밤거리를 활보하며 특별한 경험에 흠뻑 젖는다. 하지만 그 누가 알았을까.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산타의 정체는 따로 있었다.
산타의 정체는 도둑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이라면 도둑도 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오판이다. 오늘의 도둑은 모두가 즐거운 크리스마스에도 훔치기에 여념이 없다. 오히려 특별한 날일수록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모두가 즐거움에 젖어 있으니까. 그는 산타 복장을 하고, 얼굴에는 수염까지 붙인 채 행동 개시에 나선다. 여차하면 산타 이벤트 중이라고 속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크리스마스는 그에게 있어 ‘대목’이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 웬 꼬마가 나타나 산타 썰매를 태워달란다. 적당히 얼버무려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이 꼬마, 완전히 똥고집이다. 줄기차게 따라오는 탓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려 한다. 결국 선택한 방법은, 오늘 하루 이 꼬마를 데리고 다니기. 그는 꼬마에게 수습 산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의 범죄에 동참시킨다.
하룻밤의 동행
노엘(père Noël) 불어로 산타클로스다. 영화의 제목인 <노엘의 선물>은 산타의 선물을 뜻한다.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바랄까? 우리가 어릴 적 부모님들은 신기하게도 우리가 원하는 물건을 사주셨다. 그래서 진짜로 믿었다. 산타는 내 마음을 알고 있고, 일 년 동안 나를 지켜보며 선물을 줄지 말지 결정한다고. 그러니 일 년 동안 착하게 지내야 산타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앙투완에게 이번 크리스마스는 특별했다. 앙투완이 받은 선물은 산타와의 동행이었다. 비록 그가 진짜 산타는 아니더라도, 산타는커녕 사람들이 말하는 범죄자라 하더라도,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산타클로스였다. 또래의 그 어떤 아이도 하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이었다.
파리의 밤거리는 화려하고 다채롭다. 눈이 펑펑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괜찮다. <노엘의 선물>속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의 감성을 한층 고조시키는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앙투완이 만난 산타는 이야기 속의 산타와는 백팔십도 달랐다. 사실 수염도 없고, 할아버지도 아니고, 호호 웃지도 않으며 껄렁한 옷차림과 말투는 구사한다. 꼬마 앙투완과 도둑 산타의 동행은 그래서 더 재미있다.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가 있을 것이다. 특별한 기억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최근에는 명절이나 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 사회의 극심한 빈부격차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사람들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하고자 하는 일에 실패한 사람들, 뜻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들, 어쩔 수 없는 가난으로 특별한 날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종종 발생하는 불행한 일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노엘의 선물>의 두 등장인물도 그렇다. 앙투완은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생활하는 외로운 소년, 도둑 산타는 크리스마스에도 도둑질을 하는 범죄자다. 평범하게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아마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삶도 달라질 것이다. 그들이 서로에게 준 선물은 세상 어떤 물건보다 값졌다. 지상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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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은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