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테이션 게임
The Imitation Game , 2014
앨런 튜링을 처음 접한 것은 위대한 패배자라는 책에서였다. 2차 대전을 승전으로 이끈 장본인이었지만 사회의 철저한 외면을 받아왔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심각한 금기였던 동성애를 했다는 이유로 호르몬 주사를 맞아 우울증에 걸리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천재의 이야기를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이 영화는 그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였고, 튜링을 연기하는 배우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열연을 펼치게 되었다.
영화의 시작은 1951년 맨체스터에서 시작된다. 전형적인 전기영화에서 쓰는 방법으로, 한 시점을 기준으로 이야기의 큰 틀이 되는 내용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영화는 흘러가는데 이 영화에서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튜링이 지난날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특히 동성애 방지를 위한 호르몬 주사로 정신이 이상해져 가는 와중에 자신의 빛나는 과거였지만 결코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털어놓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튜링의 인생은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삶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누구에게나 인정받을만한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에 다른 이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의 암호를 깨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일에 튜링은 지원한다. 하지만 면접 중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서 면접관의 기분을 언짢게 해서 떨어지게 되는 와중에 에니그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것이 그의 인생을 바꾸게 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 박히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 과정이 영국식 유머와 함께 흥미롭게 진행된다. 이 영화의 매력이 빛나는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튜링은 독일의 암호를 해독하는 팀의 일원으로 합류하지만, 그의 사회적이지 못한 성격 때문에 다른 팀원들과 갈등을 일으킨다. 더군다나 그가 팀의 책임자가 되면서 갈등은 극에 달하고 프로젝트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면서 시간은 흘러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종류의 영화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와 조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어 매우 보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간중간 나오는 영국식 유머와 재치 있는 대사는 영화의 재미를 더해가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등장하는 인물이 홍일점이자 영화의 또 다른 중요한 인물 조안 클라크이다. 앨런 튜링이 원했던 천재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여성이자 튜링에게 부족한 사회성도 갖추어 삐걱거리는 팀을 구해내는 영웅이 아닐 수 없다.
전기영화를 비롯한 영화에 필수적 요소인 로맨스를 더해가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여타 영화와는 성격이 매우 다른 로맨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왜냐하면, 앨런 튜링은 일반적인 사랑을 하기에는 성격이 너무나 독특하였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영화에서는 매우 잘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가 좋았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튜링은 지지부진한 프로젝트의 진행으로 정부의 지원이 끊기고 팀원과의 갈등이 다시 깊어지는 우여곡절을 겪지만, 조안 클라크의 도움으로 위기에 처한 프로젝트를 구하고 에니그마를 해석할 실마리도 찾으면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암호를 해독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해독한 암호를 토대로 팀원의 가족을 구할 것인가를 놓고 싸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사실과 다른 것일뿐더러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라 감동을 강요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감동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사족이란 바로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필요 없는 설정이었다고 본다.
튜링과 다른 팀원의 노력으로 에니그마를 해석한 덕분에 전쟁은 연합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승리를 얻게 되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지난 연구결과를 모두 없애라는 것과 조용히 지내라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기본적인 인류애를 위해 자신의 재능과 시간, 노력을 쏟아부어 힘을 쓴 결과물이 악용될지 모른다는 정부의 우려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던것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대표되는 인생이 부정당한 느낌이 들자 튜링은 더욱 망가진다. 이 망가지는 모습이 영화 마지막에 묘사되는데 동성애를 방지하려는 호르몬제의 부작용으로 더욱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튜링이 가졌던 상처의 근원을 학창시절의 회상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튜링을 이해하는 데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튜링은 비극적으로 생을 마쳤지만, 그의 연구결과는 뜻밖에도 많은 사람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다. 컴퓨터가 바로 그것이며 애플의 상징인 깨물어진 사과는 바로 튜링이 깨물었던 사과를 상징하고 있다. 인류의 삶을 바꾼 컴퓨터라는 물건과 아이폰이라는 전화기로 인류의 삶을 바꾼 애플사의 상징이 튜링의 사과라는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게 인류를 구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든 장본인이 잊힌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그를 발굴한 이 영화의 공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게 만들어진 전기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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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좋아하는 사람
전기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영국식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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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서영갑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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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미테이션 게임>은 1940년대 영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시대극이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튜링 머신을 발명해 전쟁을 2년 앞당겨 종식시킨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실화를 다룬다. 앨런 튜링은 전 세계를 구한 업적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운의 인물이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의 천재성보다 그의 특이성 자체에 더 집중한다.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튜링 머신을 구상하는 앨런 튜링의 모습보다 보통 사람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앨런 튜링의 어색한 모습이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이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했던 과거를 플래시백으로 보여줌으로써 남들과 조금 다른 그가 어떻게 차별받으며 외롭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 활동을 제약받는 조안 클라크를 통해 성 역할의 구분이 지금보다 뚜렷했던 당시의 분위기를 강조한다.
2015년 2월 12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 ( jeongin@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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