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잡
ウッジョブ 神去なあなあ日常 , Wood Job! , 2014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 소설가인 미우라 시온의 청춘소설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이 원작이다. 2010년 NHK 라디오를 통해 드라마화 되었고, 영화는 <우드잡,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이라는 타이틀로 2014년 일본에서 처음 개봉하였다. 전국 310개 스크린에서 공개되어 첫주 8만명을 동원, 흥행 수입 1억엔 이상을 기록하였다. 미국 헐리우드에서 열린 LA EigaFest 2014 에서도 공식 상영되었고, 국내에서는 제 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전회 매진으로 관객에서 큰 사랑을 받았으며 넷팩상을 수상하였다.
영화 <워터보이즈>와 <스윙걸즈>로 우수각본상,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한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제 36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소메타니 쇼타와 <모테키>로 우수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가사와 마사미가 주연을 맡았다. 일본의 미에현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1개월 반가량 올로케 촬영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별다른 걱정꺼리 없이 지내던 히라노(소메타니 쇼타)는 대학에 떨이지고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게 된다. 쓸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길. 특별해 보이는 전단지 한 장이 히라노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예쁜 표지 모델에 끌려 덜컬 산림관리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만다.
히라노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외딴 산골마을. 휴대전화 전파도 닿지 않고 온통 나무뿐인 그곳에서 히라노는 갈등을 한다. 어렵게 교육을 받고 뛰어난 벌목꾼 요키(이토 히데아키)의 집에 숙식을 하며 1년간 산림관리 연수를 받게 된다. 도시에 살며 부모 밑에 어렵지 않게 살던 히라노에게 산골 생활과 산림관리는 쉽지가 않다. 그리고 얼마 뒤 표지 홍보 모델이었던 나오키(나가사와 마사미)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하는데... 별다른 목표가 없던 히라노! 1년간의 연수를 무사히 마치고 벌목꾼이 될 수 있을까?

슬로우 라이프를 꿈꾸다
대학에 떨어지고 마땅히 할게 없었던 히라노는 산림관리업을 그저 아르바이트 정도로만 생각을 했고,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도 단순히 표지 홍보모델의 미모에 끌려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밖을 벗어난 적도 없고 부모님 밑에 편하게 지내온 그에게 타지 생활, 그것도 산골짜기의 생활과 임업이 쉬울리 만무하다.
현대인에게 필수품이 되어버린 휴대폰! 더군다나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우리의 모든 신경은 이 조그마한 기계로 집중이 되어 있다. 영화에서도 보면 실수로 떨어린 휴대폰이 고장나자 히로는 짜증을 내며 급하게 수리하려고 하지만 주변엔 온통 산과 나무들 뿐인지라 어찌할 방법을 몰라 당황스러워 한다.

일을 시작한 히라노는 초반까지만 해도 늘 날짜를 계산하고 이곳을 빠져나갈 날만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모습이 어쩌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늘 시간에 쫓겨 살고 편하기 위해 만든 기계들을 이제는 의지하며 살아 가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가무사리 숲에 사는 이들에게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해가 뜨면 아침이고 해가 지면 저녁이고 산림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와 잠깐의 전화 통하는 모습은 볼 수 있어도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거나 얽매이지 않는다. 이러한 생활 방식은 일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농부라면 품과 시간을 들여 지은 채소가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임업은 잘했나 못했나 하는 결과는 우리들이 죽은 후에야 알 수 있다. 라는 대사가 나온다.

농업과 달리 임업이라고 하는 것은 가깝게는 할아버지 세대 보통은 조상들이 심고 가꿔 놓은 나무들은 벌목한다고 한다. 그만큼 오랜 시간을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이 당장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도시 사람들과 달리 이들에게 시간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여유있게 살아가는 만큼 노동의 효과도 크고 삶의 질도 높아진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고되고 힘든 일이라 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여유과 있기 때문에 힘들어 하는 내색조차 보이지 않는다. 힘들어만 하던 히라노의 얼굴에서도 점차 여유로움과 보람을 차츰 느낄 수 있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든 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해도 몸을 쓰기 보다는 시원한 사무실에 앉아 편안한 일을 하기 원하는 것이 요즘이다. 히라노는 막상 지원을 하고도 몇 번이나 그만두려고 고민을 하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중간에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결국 그 생활에 익숙해 지고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많이 능숙해 졌다.
다른 이들에게는 특이하게 보이는 일이지만 이들에게는 일상적인 모습이 되기도 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던 히라노에게 고교 동창이 친구들과 함께 슬로우 라이프를 체험하다고 싶다는 연락을 하게 된다. 오랜만에 만나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을 했지만 친구들의 말과 행동에서 모욕감을 느낀 히라노는 화를 내며 쫓아내 버린다. 일에 대한 의욕도 없고 자부심이나 소속감이란 것을 찾아 볼 수 없었는데 히라노에게 임업이라는 것은 단순히 아르바이트가 아닌 존경과 자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장인이라고 하면 어느 한 분야에 있어서 최고라 부를 만큼 역사와 전통이 오래 되었고 대를 이어서 하기 마련이다. 그런면에서 한국에서 장인은 대우나 인식이 낮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장인이라고 하면 인정을 많이 받고 특별히 분야를 따지지 않는다. 최근 들어 일본도 그런 장인이 줄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장인정신은 뛰어나다. 다른 사람들은 힘들게만 보고 피하지만 이들은 천직으로 삼고 후세대를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자신에게 맞는 직업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지만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일이 아닌가? 주인공 히라노도 정말로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이 아니지만 하다 보니 좋아진 경우이다. 이 영화는 여유있는 생활에 대해 동경을 심어주고 진정한 노동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