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블레이드
天將雄師 , Dragon Blade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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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블레이드>를 재밌게 보려면 화려한 액션씬이나 볼거리 많은 CG에 눈을 두지 말고 인물에 중심을 두는게 좋다. 물론 영화의 출연진만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결국 등장 인물에 중심이 미리 맞춰져 있을테지만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한바탕 펼쳐지는 전투에서 그동안 헐리우드와 홍콩영화에서 보아왔던 배우들을 한번에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다.

때는 약 2,000년전, 서양과 동양의 길 실크로드를 지키는 부대 서역도호부의 총사령관 후오안(성룡)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채 변방 도시 옌먼관에서 성벽을 쌓는 공사를 맡게 된다. 부대 대장이었다가 흙바닥에서 노예처럼 공사를 하게 된 처지가 된 후오안에게 또다른 시련이 닥치는데, 로마 장군 루시우스(존 쿠삭)이 눈이 보이지 않은 어린 왕자와 함께 예먼관에 진군해 온 것.
양 나라의 유능한 군인인 후우안과 루시우스는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전투를 치르게 되지만 실크로드에 불어온 모래폭풍은 서로 잠시 휴전을 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휴전하는 동안 후오안은 보름안에 공사를 마감해야하고, 루시우스는 왕자와 함께 거처하기가 힘든 상황을 알게 되고 두 진영은 협력하여 공사를 같이 하게 된다. 그리고 사실 알고보니 루시우스 또한 로마에서 후오안처럼 누명을 쓴 채 쫓긴 상황인 것. 루시우스와 후오안은 서로의 처지가 같음을 알고 친구가 된다.
여기까지가 <드래곤 블레이드>의 커다란 이야기 축이라면 여기서부터 제3의 적이 나타나는데 어린 왕자를 제거하기 위해서 루시우스를 쫓아온 테베리우스(에이드리언 블로디)이다. 후오안과 루시우스는 테베리우스를 상대로 일대 전투를 준비하게 된다.

하나의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역사보다는 액션과 인물들의 포스에서 길을 찾게 한다. 성룡이 제작하고 주연한 영화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사물에서 성룡은 그동안 꽤나 진지했기에 성룡의 액션만이 아닌 배우 성룡으로서의 진정성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코믹하고 장난 같은 쿵후의 달인으로 홍콩 영화의 대부인 성룡이지만 배우로서의 성룡을 엿볼 수 있는 기존의 영화는 더러 있었다. <성룡의 신주쿠 살인사건> 이나 <신해혁명> 같은 경우 역사와 현대물의 간극을 채우는 진지한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기에 <드래곤 블레이드>의 교훈적 계몽은 쉽게 이해된다.

“혼돈을 평화로 바꾸고 적은 친구로 삼으리라” 라는 영화 첫부분의 이 문장은 그대로 후오안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고 영화의 전체 맥락을 설명하는 길이 된다. 실크로드의 서역길은 30개 넘는 부족이 하루도 끊일 날 없이 전쟁을 벌이는 난장판이었고 그곳의 평화를 지키는 일을 후오안이 맡으면서 ‘평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최고의 가치가 되기 때문에 생전 처음 보는 모습의 로마의 군대가 쳐들어왔을 때도 그곳은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 곳이었고 그들은 곧 친구로 만들어야할 목표가 되었던 것이다.
복수보다는 용서, 죽이는 칼이 아닌 살리는 칼, 그리고 전쟁보다 평화와 공존, 화합을 이끌어가는 것에 목숨을 걸었던 후오안의 사명감은 그래서 성룡이 비장한 얼굴과 투박한 영어 속에서도 정의롭고 도덕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우선 영화는 세 축의 인물군이 대립하는데 성룡과 존 쿠삭, 그리고 에이드리언 블로디를 주축으로 우리나라의 아이돌 스타 최시원이 등장하면서 동서양 배우의 잔치가 CG보다 화려하게 펼쳐진다. 특히 성룡과 우애가 깊은 유승준을 찾는 것은 또다른 재미라 할 수 있는데 그가 등장하는 중국 영화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것은 이제 오랫동안 중국에 머물면서 꾸준하게 영화계를 노크하는 연륜도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짧게 등장하여 금방 죽음으로서 사라지는 배역의 한계는 여전하고 최시원의 등장을 마치 헐리우드의 명배우가 탄생한 것처럼 마케팅을 한 부분은 <드래곤 블레이드>의 무게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격이 된다. 무한도전에서 최시원이 보여준 전셰계적인 배우들과의 인맥은 현존하는 어느 한국배우들보다 뛰어나지만 연기 이력이나 특징적 필모그라피가 없다는 점에서 아직 배워야할 부분이 많은데 성급한 주연 내세우기가 오히려 실망을 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얼마 있으면 개봉할 <터미네이터> 신작에서 이병헌이 악역 터미네이터로 등장한 것도 그동안 이병헌이 꾸준하게 헐리우드의 액션 영화에 등장해오며 쌓아온 커리어에 한 부부일텐데 그런 점에서 최시원의 분량은 유승준의 것만큼이나 아쉽고 허전하다.

성룡 영화치곤 그리 크게 마케팅을 하지 않았고 극장 상영 기간이 보통보다 짧았기에 온라인에서 만나는 <드래곤 블레이드>은 이르게 다가온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성룡 영화는 부족함 없고 볼거리가 풍부하며 진공포장 가득한 과자가 아니라 속이 꽉 찬 웨하스 비스킷 같은 영화로 여전히 만족스럽다.
엉뚱한 액션기를 지나서 이렇게 도덕과 교훈을 이야기하는 영화도 이제 어울린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의 연륜과 얼굴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흐름을 감지하는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룡은 여전히 청년이고 커다란 코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익숙하다. 2014년의 <폴리스 스토리> 이후에 만나는 성룡 영화치고는 다소 가볍고 억지스럽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성룡 영화 매니아라면 당연히 봐야 할 영화이다. 특히 최시원 팬이라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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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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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기간 7년, 771억의 제작비, 글로벌 배우들의 출연 등 <드래곤 블레이드>는 우선 시각적 측면에서 남다른 규모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거대한 사막과 성곽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부족 간의 전투는 거대한 스케일뿐만 아니라 각 부족의 특성을 재현한 의상과 소품의 디테일한 재현에 힘입어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역사의 고증은 교조적 대사로 일관하는 진부한 스토리텔링과 선과 악을 상징하는 전형적 캐릭터의 대립에 매몰된 영웅담으로 전락하고 만다. 드라마를 강조하기 위한 잦은 플래시백의 사용과 불필요한 액자식 구성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그 속에서 존 쿠삭과 애드리안 브로디의 피를 쏟는 연기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전쟁과 결투 신으로 인해 유혈이 낭자한 것만 제외하면 소시민적 영웅이 고군분투하는 선한 성룡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하는 영화다.
2015년 3월 5일 목요일 | 글_서정환 기자 (ppalma@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