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일로
Ilo Ilo , 2013

<일로 일로> - 부모 없는 집
아시아 금융위기로 암울했던 1997년을 배경으로 한 <일로 일로>는 자연빛과 밝은 조명을 사용하는 아름다운 영상미로 눈을 사로 잡은 영화였다. 위의 포스터는 싱가포르 자살의 메카로 알려진 한 빌딩의 옥상에서 꼬마 주인공자러와 필리핀 가정부 테레사가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같은 곳을 바라 보면서 웃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들의 머리 위에 무채색 물감으로 물들여진 구름의 색감은 이들의 웃음과 대비되어 여운을 남긴다.
제66회 칸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에 해당하는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한 안소니 첸 감독의 영화 <일로 일로>는 부산 국제 영화제 에서 첫 개봉을 한 이후에 반응이 좋아서 한국에서 4월 2일에 재개봉했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은 1997년 우리나라 역시 IMF가 터지고 경제상황이 안좋아 졌을 당시 이야기이다. 한국에서는 모두들 IMF가 김영삼 대통령의 잘못된 경제 파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아시아 전역에 경제적 타격을 맞았던 시기이다. 우리나라랑 동일하게 이웃들이 자살하고, 부모들은 모두 나가서 이일 저일 하느라고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는 시기였다.
현재 싱가폴은 아시아에서 일본, 한국, 다음으로 잘 사는 나라이지만 급성장하는 개발 도상국으로서 겪는 아픔은 같아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었다. 싱가폴이 배경이지만 사실은 필리핀에세온 가정부와 그 아이가 주된 내용이기 때문에 필리핀 언어가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궁금해서 싱가폴 언어가 있는지 검색해 보니 싱가폴 언어는 없고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은 말레이시아 언어라고 한다.
영화 내용은 경제 위기 속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급변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삼으며, 한 가정에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 테레사가 등장하며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내용의 반은 영화 감독 안소니 첸의 자전적인 얘기라고 한다. 실제로 97년도에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를 가사 도우미로 고용했던 자신의 부모님들의 이야기와 그리고 자신을 돌봐주고 어려운 시절 같은 시간을 보내고 희망을 찾기위해서 언어가 다르지만 노력 해주었던 가사도우미의 얘기라고 한다.
영화가 이렇게 유명세를 탄 이후에 필리핀에서 여러 방송 매체에서 감독의 실제 가정부를 찾기위해서 백방으로 수소문 했다고 한다. 감독은 절대로 못찾을거라고 엄포을 놓았지만, 의지의 필리핀 매체들은 2주만에 실제 주인공을 찾았고 감독과 실제로 눈물의 조우를 했다고 한다.
주인공 12살 소년 자러는 자신을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는 부모님들 보다, 매일 매일 밥 챙겨주고 깨워주는 테레사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테레사 또한 타국에 와서 느끼는 외로움들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자러에게 전하면서 서로 의지한다.
또, 큰 경제 위기라는 큰 파도에 휩쓸려 실직하게된 자러의 아버지는 우연하게 테레사에게 들키게 되고 고민을 들어주면서 비밀을 공유한다. 이 비밀이 나중에는 갈등을 심화시키는 장치로 쓰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이렇듯 가정부 테레사는 서서히 자러의 가족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녹아든다.
하지만 극은 갈등이 존재해야하는 필연성을 지녔다. 실직한 자러의 아빠가 결국은 숨기지 못하고 털어 놓게 되고 집안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기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가족이 되어 버린 테레사를 자르고 만다.
스토리 자체는 복잡하지 않은 심플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여러 사회적 문제를 꼬집기도 하면서 가족애를 강조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찍는 감독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면 낮은 조명과 분위기를 연출 했겠지만 기억에서 끄집어 내 보니 아름다운 어린시절로 기억되기에 자연스럽게 서술되고 흘러간다.
최근 <어벤져스2>가 개봉하고 여러 화려한 영화들로 극장가가 시끄럽지만, 어린시절이 추억이 담기고 흠잡을 데가 없이 흘러가는 플롯 구성을 가진 이런 영화도 봄날에 본다면 더욱 감성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한국은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기억 나듯이 곁에 나를 누구 보다도 잘 아는 가족들에게 소홀히 하지 않고 가깝기 때문에 더욱 막 대할 수 있었던 자신을 반성해 볼 수 있는 지각을 가질 수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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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가족 감성을 채우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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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원종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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