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갓>의 핍박받는 개들은 인간사회에서 차별받는 소외계층을 은유한다. 애완견 하겐이 악랄한 인간들의 손을 거쳐 노예처럼 팔리는 장면은 <노예 12년>을 연상시키고, 투견이 되어 피 흘리며 싸우는 모습은 <글래디에이터>의 콜로세움을 방불케 한다. 유기견 보호센터를 탈출한 개들이 악당들을 한 명씩 찾아다니며 물어뜯는 시퀀스는 명암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필름누아르의 조명을 활용한다. <화이트 갓>의 절정은 유기견 보호센터를 탈출한 하겐이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시저처럼 동족들을 이끌고 도시를 점령하는 장면이다. 사람처럼 행동하는 개들을 보고 있으면 헛웃음이 나오지만, 엔딩에 이르면 <화이트 갓>이 결코 블랙코미디나 패러디가 아닌 진지한 영화임을 알게 된다. 다니엘의 화염방사기 대신 릴리의 트럼펫 연주로 개떼들을 진정시키는 장면은 끔찍한 세상에 필요한 것은 폭력이 아닌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교훈을 남긴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화이트 갓>의 엔딩은 ‘끔찍한 존재들은 사랑을 필요로 한다’라는 인용구로 시작하는 오프닝과 상응하며 여운을 남긴다.
2015년 3월 26일 목요일 | 글_안석현 기자 (ash@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