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La jalousie , Jealousy , 2013

'질투없는 사랑은 진실된 사랑이 아니다' 사랑과 질투의 연관관계에 대해 확실히 결론을 내어 버려 마치 사랑은 당연히 질투를 동반하고 상대에게 질투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을 하는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은 집착을 낳고 그 광적인 애착은 질투로 이어져 필요없는 감정싸움에 시간을 허비하고 사소한 시비들은 사랑을 파탄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그 아프고도 황홀한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사랑이 결코 행복한 시간만을 주는것이 아니다 라는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랑때문에 몸이 망가질 정도로 비틀거려 보기도 하고 사랑으로 인해 내가 해야될 일을 포기하고 사랑에 매달리는가 하면, 상처를 받고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며 사랑이란 감정을 내 편의대로 이용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처절히 팽개쳐 지며 갈갈이 찢겨진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을것이다.

사랑이라는 단어 속에 내포된 수많은 감정의 변화중에 질투라는 위험요소를 끄집어 내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히 관찰하고 그 미세한 감정들을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풀어내는 '필립 가렐' 감독의 연출 방식은 독특하다. 개인적인 영감과 비전을 영화속에 투영하여 작품속에 담아낸 감독은 '누벨바그의 거장'으로 불리울 만큼 자신의 기억과 경험들을 작품속에 고스란히 담아 놓기도 하는데 마약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연인 '니코'의 이야기를 <와일드 이노센스>를 통해 보여준것도 그의 작품에 대한 성향이 그대로 반영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필립 가렐' 감독의 아들 '루이 가렐' 과의 다섯번째 작품인 <질투> 에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법과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고 어릴적 자신이 경험했던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질투' 와 연관시켜 그윽한 흑백의 영상으로 사랑에 대한 시적인 성찰을 가능하게 만들어 버린다.

불안정한 사랑과 방황
무슨 연유인지 이별을 고하는 남편 루이(루이스 가렐)에게 아내 클로틸드는 자신을 버리지 말라며 눈물로 호소한다. 매몰차게 뿌리치고 가방을 챙겨 나가는 루이와 한없이 흐느끼며 울부짖는 어머니의 모습을 숨어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딸 샬롯의 시선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과거의 삶보다 더 나을것이 없어 보이는 클로디아 와의 옥탑방 생활, 몇년간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현실에 지쳐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클로디아는 가정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루이의 열정을 존중하고 그가 떠날것을 두려워하지만 빛하나 들어오지 않는 방은 암울한 삶을 더욱더 힘들게만 한다.

드러내놓고 아픔을 토로한들 하나 나아질 것이 없어보이는 생활과 루이에 대한 불안감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더욱더 과장되게 포장하고 자신의 외도를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합리화 시키기도 한다. 사랑을 하면서도 공허하고 외로운 감정들은 돌발적인 행동들을 유발하고 그것을 사랑으로 인한 불안감으로 착각한 루이는 곁에 있는 클로디아를 위로 하기보다 극단 단원과의 짜릿한 자극을 즐기고 극장에서는 옆자리의 낮선 여인과의 은밀한 접촉을 즐길뿐이다.
루이가 새로운 사랑을 향해 머뭇거릴때 클로디아의 사랑찾기는 의외로 격정적이며 빠르게 진행된다. 상대의 이름이나 취미를 물으며 서로의 감정에 동화되기 위한 과정들은 저속해 보일뿐이며 비밀로 간직될 둘만의 시간과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며 상대를 알아가는것에는 조급해 한다.

끝없는 욕망에 대한 동조와 공감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사랑에 대한 믿음이 불확실한 상황속에서 클로디아의 공허한 마음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그 빈자리엔 시기와 미움으로 단단히 다져진 비뚫어진 질투만이 자리하고 그 어리숙한 질투의 잔상들은 푸념을 늘어놓는다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나타나 끊임없이 상대방을 괴롭히며 힘들게 만들어버린다. 질투와 사랑의 상관관계를 증명이라도 해보이듯이 영화 속 인물들은 질투라는 염료에 서서히 물들어간다.
질투의 감정들은 사랑하는 연인관계 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루이의 딸 샬롯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루이에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장면과 은근히 자신에 대한 아빠의 사랑을 엄마에게 과시하는 장면들은 상대방이 누구냐와 상관없이 경쟁상대가 되어버리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와도 연관된다.

각각의 플롯들이 분리되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장면들의 순차적인 배열로 극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배우들에게 완벽한 절제력을 요구하는 연출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는 부모님과 클로디아의 삼각관계의 연결고리 이자 관찰자 역할을 한 샤롯의 역할이 결정적 이라고 할 수 있다. '필립 가렐' 감독의 분신과도 같은 샬롯을 눈을 통해 어른들의 섬세한 사랑이 변화되는 과정을 전해주고 천친난만한 샬롯이 표출하는 질투의 감정과 고상한척 하는 어른들의 분출되지 않는 질투의 감정들은 묘한 대비를 이루며 가식적인 어른들의 행동들을 질타 하는 듯 하다.
질투를 드러내는 방법은 루이의 아내처럼 고요하게도 나타나고 때로는 루이처럼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며 자신뿐 아니라 상대에게도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 사랑을 하면서도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을 낮선이와의 하룻밤 사랑을 통해 해소하려는 클로디아의 행동이 그릇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도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한 동조이며, 나 또한 공허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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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영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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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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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으로 펼쳐지는 <질투>는 포스트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필립 가렐 감독의 영화다. 자신의 기억과 개인적 경험을 통해 삶의 본질을 포착하려는 필립 가렐의 작품들은 ‘사적 영화’로 불린다. <질투>는 필립 가렐의 아버지이기도 한 프랑스의 유명배우 모리스 가렐의 이야기다. 필립 가렐의 아들이자 <몽상가들>로 잘 알려진 배우 루이스 가렐이 자신의 할아버지를 연기한다. 커다란 서사 없이 연인들의 만남과 헤어짐만을 반복하는 <질투>는 길거리에서 주운 일기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흑백영상은 시간을 가늠할 수 없어 보편적인 이야기로 치환되고, 특별한 클로즈업 없이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카메라는 등장인물들을 넌지시 바라본다. 이야기는 건조하고 특별할 것 없지만 한 시간 남짓한 상영 시간으로 인해 지루할 틈은 없다. 4년 만에 복귀한 필립 가렐의 <질투>는 <평범한 연인들>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연기한 이후 정확히 10년 만에 할아버지를 연기하는 루이스 가렐을 보는 것만으로 반가운 영화다.
2015년 4월 2일 목요일 | 글_안석현 기자 (ash@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