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0주년을 맞아 개축을 위해 촬영장을 철거하는 '은영' 영화사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전설적인 여배우 '후지와라 치요꼬'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타찌바나 겐야' 에게 맡긴다. 평소 그녀의 작품을 수십 번이나 봤을 정도로 열혈 팬이었던 그는 그녀를 찾아 나선다. 그녀는 전성기를 누리던 30년 전 갑자기 은막 뒤로 사라진 뒤, 신비에 둘러싸여 온 인물. 타찌바나는 어렵게 찾아낸 그녀에게 그녀가 잃어버린 추억의 열쇠를 내 놓으며 인터뷰를 시작한다. 그 열쇠는 소녀 시절 그녀가 한 남자에게 받았던 것이자 그녀의 평생을 이끌어온 운명이었다.
1923년 관동대지진과 함께 태어난 치요꼬. 한참 국가가 전쟁에 몰두하고 있던 때, 그녀는 경찰에 쫓기고 있는 한 남자를 만난다. 부상 입은 그를 집에 숨겨주던 그날 밤 처음 만난 그에게 첫사랑을 느끼지만, 의문의 남자는 치요꼬를 다시 보지 못한 채 경찰을 피해 만주로 떠나버린다. 진정한 평화가 오면 고향의 밤하늘을 보여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가장 소중한 것을 여는 열쇠'만 남긴 채.
얼마 후 우연히 영화출연 제의가 들어오자 치요꼬는 그 제안에 순순히 응한다. 영화를 촬영하게 되는 만주에 그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 이때부터 그녀의 영화인생이 시작된다.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는 군주 또는 무사를, 에도 시대에는 반역죄인을, 막말에는 반역자로 몰린 개혁운동가를, 그를 처음 만난 1930년대 말에는 민권운동가를 사랑하는 여인으로, 치요꼬는 열쇠의 남자를 향한 사랑을 영화를 통해 더욱 키워나가는데... 그녀가 갑자기 은막 뒤로 사라진 이유는 무엇이며, 그 열쇠의 남자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퍼펙트 블루'로 유명한 콘 사토시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독특한 시각과 매력이 담긴 작품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독특한 작품이 바로 '천년여우'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운명적인 사랑을 잊지 못하는 한 여인의 일생을 일본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것이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겉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몰락한 영화사를 배경으로 갑자기 사라진 여배우를 찾아 나선 사람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몸은 늙었지만, 마음은 아직도 소녀 같은 그녀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의 큰 줄거리이다.
단순히 줄거리를 쫓아가고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재미를 느낄 사람도 있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쫓는 사람과 쫓아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면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가장 먼저 등장하는 쇼와(昭和) 시대에 만난 가난한 화가이다. 그는 주인공인 치요코가 평생 쫓아다니는 사람으로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이기도 하다.
결혼하고 나서도 잊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그를 잊지 못해 쫓아가는데 그가 생사조차 확실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를 잊지 못하고 쫓아가는 모습은 여러모로 논란과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고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목적지와 같은데 시대를 뛰어넘어서도 그의 모습은 등장하고 언제나 그랬듯이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엔 그 화가를 쫓는 형사이다. 쇼와 시대에서는 특고 형사로, 바쿠후 말기에는 신선조로, 메이지(明治) 시대에는 순사로 등장하는 그는 치요코가 사랑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는 사람이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쫓는 악역과 같은데 치요코가 사랑을 위해 그 화가를 쫓듯이 그는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를 쫓는다.
각자의 목적은 다르지만 한 사람을 쫓는 것은 같다. 하지만 그의 등장은 긴장감을 불어넣고 영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상황 가운데서도 그의 모습은 등장하고 있다. 마치 그림자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뒤를 쫓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환상의 주인공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다치바나 겐야'라는 사람인데 그는 치요코의 일생을 관찰하는 사람과 동시에 영화 속에 난입하여 그녀의 일생을 쫓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각자 다른 목표를 두고 서로 쫓아가는 모습이 빠르게 전환되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영화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콘 사토시 감독의 뛰어난 손길로 맛깔나게 만들었고 이것이 이 영화가 명작으로 불리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독특한 줄거리와 시선에 있지만 가장 뛰어나다고 느낀 점은 시대의 모습을 잘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본다. 쇼와 시대에는 그 시대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맛깔나게 연출하였으며 특히 마적의 등장과 만주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모습은 여느 영화 못지않은 효과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폭격에 대한 묘사와 참전 병사의 귀환, 무심결에 보여주는 시대의 흐름 -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생중계한 것 - 은 이 영화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서 웬만한 극영화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그녀가 찾아 헤매던 운명의 사람은 그림 속에서 말없이 걸어가는 모습으로 재회한다. 그런 그녀는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자신을 사랑했다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우주로 떠나가고 그녀가 일생을 보낸 영화 스튜디오는 허물어지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는 운명을 쫓아 살아왔지만 결국 그런 삶을 선택하고 행복을 느낀 것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나타내었다고 생각한다. 그를 쫓았지만 비참한 모습으로 그녀 앞에 나타난 형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결말 때문에 당황하는 사람도 있을 법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때문에 매우 인상적인 영화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뛰놀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무비스토리
최신방송
좋아요 :
2명
글쎄요 : 1명
콘 사토시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