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잔잔한 ‘완전 범죄 프로젝트’ 일수도. 마지막에 끝장나게 뒤통수 때리는 거 기대한다면 다른 영화로 고개 돌리시길.
우리의 대머리 아저씨! 제이슨 스테이섬의 화끈한 액션을 기대했던 당신이라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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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겁나는게 뭔줄 알아? 찌질하게 사는거야.
일생 일대의 기회야, 놓칠 순 없어.
1971년 런던 동부, 카 딜러 ‘테리’(제이슨 스태덤)는 옛 애인 ‘마틴’(섀프론 버로즈) 으로 부터 경보장치가 24시간 동안 해제되는 로이드 은행을 털자는 제안을 받는다. 절호의 찬스라고 판단한 ‘테리’는 포르노 배우 ‘데이브’, 사진 작가 ‘케빈’, 콘코리트 전문가 ‘밤바스’, 양복 전단사 ‘가이’, 새 신랑 ‘에디’를 불러 모으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아마추어 7인의 일당이 의기투합하게 된다. 이들은 13m의 지하 터널을 뚫고 은행에 도착, 전문가 못지 않은 실력으로 수백개 금고에 보관중이던 돈과 보석을 챙겨 400억원의 짜릿한 한탕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들의 뒤를 쫓는 것은 경찰만이 아니었다. MI5(영국군사정보국)와 범죄 조직까지 테리 일당을 먼저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들이 마침내 훔친 것 중에는 돈 외에도 무언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 출연진의 다른영화 :
뱅크 잡 The Bank Job , 2008
<뱅크 잡>은 1971년 영국 런던의 베이커가에서 일어난 실제 은행 강도사건에 픽션을 더해 만든 영화이다. 당시 이 강도사건은 국가 안보상 기밀을 포함하고 있어 정부에 의해 기사화 되지 못하도록 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 와서야 도둑맞은 비밀 금고 중 일부에 국가적으로 민감한 사항이 담겨있었고, 영국 왕실의 주요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보도를 금지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영화 제작자들은 그 보도 금지 이유에 대해 MI5가 애초에 범죄를 구상했기 때문이었으며, 이는 마이클 엑스가 비밀 금고에 가지고 있던 마가렛 공주의 사진을 탈취하기 위함이었다는 이론을 토대로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실화에 상상력이 더해져 탄탄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스릴을 선사하는 영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어딘지 어설픈 아마추어들의 은행 털기 예쁜 아내와 두 딸과 함께 근근이 가정을 꾸려나가는 중고차 딜러 테리는 어느 날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마틴 러브로부터 베이커 가의 로이드 은행을 털자는 제안을 받는다. 그러나 이것은 순수한 범죄 제안이 아니라, MI5 내의 팀이라는 인물이 마틴에게 시킨 일이었다.
마틴이 마약을 밀반입하다 공항에서 검거되자 팀은 혐의를 눈감아 줄테니 로이드 은행 금고 안에 들어있는 마이클 X의 비밀금고를 털어오라고 지시했다. 흑인 갱들의 보스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X는 자신의 각종 범죄에 대한 일종의 보험으로 비밀금고 안에 마가렛 공주의 비밀스런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던 테리는 자신이 평소 하던 일보다 판이 큰 은행강도 짓이 꺼려졌지만, “내세울 것 없이 살다가 죽는 게 더 무섭다”면서 범행에 참가하게 된다. 마틴의 진짜 목적은 모른채로 말이다. 그리고 모든 범죄 영화가 그러하듯 범죄에 가담할 다른 사람들을 주변 곳곳에서 끌어 모은다. 그런데 테리부터 은행 강도 짓을 해본 적이 없는 아마추어다 보니, 그가 모은 사람들도 그다지 전문적인 은행털이범이 아닌지라 작은 실수들을 연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은행 건물 옆 가게를 임대해서 땅을 파는 작업을 하던 도중 포르노 배우 데이브는 범행장소로 치킨을 시켜먹고, 자칭 타칭 콘크리트 전문가라는 밤바스는 콘크리트를 절단하는 기계를 켜고 시범을 보이다 불똥이 튀자 당황해서 난리를 친다. 또 망을 보기로 한 에디는 워키토키로 다른 팀원들과 무전을 전할 때 상대방 이름을 마구 불러 댄다.
여기서 <오션스 일레븐>처럼 각 분야의 프로 범죄자들이 등장해 화려하고 멋지게 한 탕 하는 통쾌한 범죄영화와 차이가 생긴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보통 프로들의 빛나는 지략과 기술, 철저한 계획과 실행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게 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뱅크 잡>은 겨우 먹고 사는 어딘지 어설픈 범죄자들이 벌이는 생계형 범죄 공모를 보며 실소하고, 왠지 제발 성공하기를 바라며 몰입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제이슨 스타뎀의 무게감 아마추어 티를 벗지 못한 팀원들 사이에서 그나마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테리(제이슨 스타뎀)이다. 그는 나중에 마이클 X의 금고에서 나온 마가렛 공주의 사진과 사창가 마담 소니아가 금고에 보관하고 있었던 높으신 의원들의 은밀한 사진을 가지고 MI5와 거래를 한다. 또 부패하지 않은 착한 경찰이라고 생각되는 경찰에게 부패 경찰 리스트를 넘겨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아주 철저하게 세운 계획은 아니고 운과 배짱에 맡긴 면이 많은데, 그걸 아는 관객들은 이 덕분에 그가 계획을 실행하는 상황에서 더욱 손에 긴장감을 쥐고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다른 모든 인물들에 비하면 거의 범죄 천재급(?)인 그의 활약에 박수를 치게 된다.
테리역의 제이슨 스타뎀은 <뱅크 잡>외에도 각종 범죄, 액션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데, 그의 이력은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꽤나 흥미롭다. 그는 1967년 영국 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축구나 다이빙 같은 스포츠 분야에서 활약하다가 스포츠 모델링 에이전시를 통해서 French Collection이라는 의류브랜드 모델을 하게 되면서 엔터테인먼트 계로 발을 디디게 된다.
이후 그는 여러 뮤직비디오에 종종 출연하다가, 1998년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톡 앤 투 스모킹 배럴스>라는 영화로 데뷔하게 된다. 가이 리치가 연기라고는 해본 적 없는 스타뎀을 캐스팅한 이유는, 그가 아버지를 따라 길거리에서 가짜 향수와 보석을 파는 뒷골목 세계의 잡상인이었다는 사실을 들어서라고 한다. 정말 어느 길거리에서 마주칠 것 같은 건달들이 거친 언어로 나쁜 짓을 하는 생생한 장면을 원했던 가이 리치는 스타뎀을 통해서 현실감을 제대로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의 과거 때문인지 첫 연기였음에도 자연스럽게 배역을 소화한 스타뎀은 이후 <스내치>를 통해서 가이 리치와 한번 더 호흡을 맞춘 뒤 평단과 흥행 면에서 성공적인 스코어를 올린다. 이후 스포츠로 다져진 몸과 남성적이고 거친 매력과 카리스마를 앞세워 최근까지도 다양한 액션, 범죄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날카로운 지성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프로급 범죄자라기 보다는 어딘지 저 뒷골목에 실재하는 건달들 중 한 명일 것처럼 터프하고 친근하면서도, 또 걔 중에는 가장 군계일학인 듯한 그만의 분위기는 <뱅크 잡>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다.
나쁜 놈, 놈, 놈의 향연 <뱅크 잡>의 또 다른 매력은 떳떳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나쁜 놈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동시에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이다. 일단 범죄를 제안하는 마틴은 MI5의 계획을 테리에게 숨기고 있다가 뒤통수를 치고, 테리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하는 범죄를 일체 알리지 않으면서 겉으론 한 없이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인다. 또 마이클 X는 각종 더러운 짓을 일삼으면서 겉으로는 혁명가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며, 루 보글은 피해자 인척 하면서 자기가 상납하는 경찰의 명단을 일일이 적어두고 있다. MI5의 팀은 마틴에게 일을 맡기기 위해 마약에 단속되게 만들기도 하며 정부의 높은 의원들과 왕실의 공주는 박물관을 열어도 될 만큼 방대한 성추문의 증거들을 흘리고 다닌다.
서로를 속이고 부패와 부정으로 가득한 세계의 이면, 각각의 나쁜 사람들의 이야기가 동시다발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테리 일당이 금고에서 훔친 내용물에는 보석과 지폐뿐 아니라 그들 보다 훨씬 악랄한 범죄자들이 보관해놓은 고위직들의 민감한 사진이 가득하다 보니, 은행을 턴 이후부터 이런 범죄자들은 물론 MI5와 부패 경찰들이 몽땅 그들을 쫓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각 진행되는 이야기가 산만하게 흩어져 버리기 쉽지만, 짜임새 있는 각본 덕에 다행히 복잡한 이야기들이 그물처럼 꼼꼼히 얽히고 설켜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해준다. 또 아마추어 범죄자 일당이 처리하기에는 ‘미션 임파서블’처럼 보이는 문제들을 나름의 방식과 배짱으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꽤나 심박수를 높이며 재미를 준다.
테리와 그 일당들에게 해피 엔딩이 찾아 올지는 영화 속에서 확인해보자. 실화를 기반으로 한 짜임새 있는 스토리 속에서 긴장감을 잃지 않는 점이 돋보이는 범죄영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영화이다.
아마추어 범죄자들의 흥미진진한 범죄를 보고 싶은 사람
다양한 범죄, 액션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
글: 소로우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살아가는 내내 세상에 순응하여 곧이곧대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건, 아니면 사사껀껀 세상에 삿대질을 해가며 역주행을 했던 사람이건 간에, 누구나 한 번쯤은 제대로 된 완벽한 ‘한탕’을 꿈꿔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 이것은 ‘꿈’ 또는 ‘쓰잘데기 없는 소리’로 치부되며 당장 번잡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혹은 꽉 막힌 도로에 기름 태워가며 차를 몰고 나가야 하는 드럽고 치사한 현실의 일터에 자리를 내어준다. 하지만 이런 허황한 ‘꿈’들이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는 참 자주도 일어나는 현실이 된다. 물론 다 성공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아니지만, 비중 있고 잘 빠진 배우가 주인공 일수록 성공의 확률은 커진다. 그래서 그들의 ‘한탕’을 향한 꿈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결국 현실의 보통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대리만족의 기회를 선사하는 조금 부러운 놈들이 된다. <뱅크잡>은 바로 ‘한탕’의 꿈을 가진 이들이 ‘완벽한 한탕’으로 향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처자식 줄줄이 딸린 것도 모자라 빚도 줄줄이 딸려 마음고생 하던 찰나에, 옛 애인인지 친구인지 잘 빠진 여인이 다가와 완전 범죄의 한탕을 제안하니 테리(제이슨 스태덤)의 마음은 동동거린다. 하지만 구미가 철철 당기는 은행 금고 털이 계획을 마다하기엔 현실이 너무 궁핍하다. 결국 그녀(섀프론 버로즈)의 의심스러운 행보에도 불구하고 테리는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정신 바짝 차리고 범행 계획에 몰두한다. 하지만 이들 7명은 다른 영화의 일당들과 달리 아마추어 냄새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은행털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준비된 것이라곤 설계도와 땅 파는 기계들 정도다. 여기다 노크 소리에도 숨을 목구멍 밑으로 숨기는 소심함까지 가지고 있으니, 어디다 ‘나 강도요’하면 ‘네~ 그러세요?’ 나오기 딱 알맞다. 그러나 그들은 최선을 다해 땅굴을 파고 결국은 일확천금을 품에 안는다. 하지만 품에 안은 일확천금이 영국 군사 정보국 MI5의 계획아래 목숨을 담보로 대신 수행되어진 것이며, MI5가 그들을 통해 빼내려 한 것이 영국 왕실과 정치계 주요 기득권자들에게 대대손손 치부로 남을 기념비적 음란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이유로 또 다른 존재들의 위협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일확천금을 써보기는 커녕 목숨부지도 힘들다는 것에 거품을 문다. <뱅크잡>은 극적인 반전요소를 쓰거나 범행의 과정을 비추는데 있어서 감탄을 자아낼 만큼 현란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기 다른 조직이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모아지고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물고 물리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완전 범죄 프로젝트’ 영화가 보여 줘야 하는 치밀함을 탄탄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급커브 몇 십번 나오는 추격신이 없어도, 공상과학 영화 보는 듯 한 현란한 기술이 없어도, 지루함 없이 영화의 결말에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영화 초반 서로 다른 조직 간의 이해관계를 눈치 채려면 충분한 집중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중반부로 넘어 가면서 어떤 금고 하나에 왜 모두다 안달복달 하는지, 이 영화가 마지막에 가서야 뒤통수 한 대 때리고 끝나버리는 ‘한탕’ 영화들과 달리 좀 더 똑똑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영국의 실제 미해결 사건이라는 사실은 더욱 큰 감정적 흥분을 보는이로 하여금 유발시키는 요소이며, 어리숙해 보이지만 착해보이는 은행털이범들의 미래가 꽤 그럴싸함은, 좀 더 유쾌한 대리만족을 가능하게 한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겟 어웨이> <단테스 피크>의 ‘로저 도날슨’ 감독은 요즘 한창 액션 부분에서 주가를 달리고 있는 ‘제이슨 스태덤’을 필두로 꽤 유려한 연출을 선보였다. 별다른 화려한 배역진이나 전문가들을 등장시키지 않고도 각각의 팀(은행털이 팀, MI5, 매춘 업자, 경찰, 마이클 엑스 등등)들이 교차되며 나아가는 탄탄한 구성력은 전체를 그리고 이끌어가는 감독의 기지를 보여준다. <뱅크잡>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이상의 혹은 예상외의 긴장감과 재미를 던져주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2008년 10월 27일 월요일 | 글_김선영 기자 ( firstwriterk@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