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둘러싼 것들
ぐるりのこと, All Around Us

일본 유명한 소설가이자 영화배우인 릴리 프랭키가 첫 주연을 맡으며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릴리 프랭크와 함께 부부로 호흡을 맞춘 키무라 타에 역시 자신의 첫 주연작인데, 이 영화를 통해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블루리본상 여우주연상, 다카시키 영화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한편 하시구치 료스케가 감독부터 시작해 각본, 편집 등 직접 연출을 맡았고, 그 해 흥행작이라 할 수 있는 영화 <굿 바이>와 더불어 작품상, 감독상 등을 받으며 혹평을 받는다.

영화는 9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며 10년이라는 세월의 기간을 두고 주인공 부부가 겪은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구두방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던 카나오(릴리 프랭키)는 친한 지인의 소개로 법정화가라고 하는 법정에서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일본화를 전공한 카나오지만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핵심을 표현하는 법정화가가 어색하기만 하다. 게다가 평소 우유부단하고 느긋한 성격에 카나오는 신속한 보도가 생명인 방송일이 도통 익숙해지지 않아 애를 먹는다. 한편, 똑부러진 성격의 아내 쇼코(키무라 타에)는 조그마한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기를 갖기 위해 남편과의 그날도 날짜를 맞춰 계획을 짤만큼 남편과는 다른 똑부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아내의 노력이 빛을 본 것일까? 둘은 드디어 그렇게 소원하던 아기를 갖게 되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힘들게 가졌던 아기가 유산이 되산이 되며 쇼코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지며 깊은 슬픔에 잠긴다.
평소 강해보였던 모습의 쇼코는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우울증이 날로 심각해져만 간다. 그런 쇼코를 보면서 카나오는 아무렇지 않은척 위로를 해주지만 그의 마음 역시 편치만은 않다. 그 때문인지 이제는 익숙해진 법정화가일 조차 손에 잡히지 않고 카나오 역시 일에 염증을 느끼며 슬펌프에 빠지게 되는데... 큰 아픔을 겪은 이들 부부는 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

국제화사회와 더불어 미디어의 발달로 해외 영화나 드라마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여러 매체들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정서적 차이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와 가까운 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그 나라에서 흥행한 코미디 영화나 멜로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해 큰 재미를 못 본 경우가 많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가 대중적인 느낌 보다는 매니아적인 느낌이 더 많은 것도 웃음 코드나 감정선들이 관객들이 느끼기에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영화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전형적인 일본 영화의 표본이 아닐까 한다.

스토리를 연결하는데 있어서 과장된 연출이나 하나의 큰 사건을 통한 전개 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영화속에 적절히 녹여 그 속에서 일상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용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자주 접한 사람들과 달리 처음 접한 사람들이라면 너무나도 평범한 모습들로 인해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깐의 그 지루함을 견디는 인고의 시간이 지나면 영화가 끝났을 때 긴장감 보다는 긴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일본 영화의 특징이라면 특징일 것이다.

일본 영화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하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는 말이 있다. 영화 속 카나오의 말처럼 아무래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법정화가로 연출된 카나오 직업의 특성상 재판을 받는 모습이 자주 비친다. 평범해 보이는 범인들도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될 범행을 저지르기도 하고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한다. 큰 아픔을 겪은 이들 부부 또한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오해가 쌓이고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간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의 차이 때문에 서로가 표현하는 방식은 물론 다를 수 있다. 우유부단한 성격탓에 자신의 감정 표현에 서툰 카나오와 똑부러진 성격에 감정 표현이 확실한 쇼코.

표현을 하지 않고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유산이 되었음에도 슬픈 내색 하지 않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 카나오를 보면서 쇼코는 유산이라는 슬픔과 자신이 사랑받고 있기는 하는가 하는 마음에 카나오에 대한 원망은 더 커진 것이다. 여기서 또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소통의 부재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소통도 부부라면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비록 큰 아픔을 겪었지만 두 사람은 소통을 통해 서로가 생각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자신들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혼자 하는 행위에 익숙해져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가족과의 소통마저 실종되는 사회에게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분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