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2014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광을 배경으로 남녀의 설레이는 만남과 사랑의 과정을 그려낸 <좋은 날>은 한국영화 <국화꽃 향기>나 <선물> 처럼 잔잔하게 감성을 자극하여 눈가를 촉촉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사랑을 소재로한 영화들의 촬영지로 제주도를 선택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어느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제주도 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드넓은 제주도의 푸른초원과 아부오름옆 삼나무 숲길의 환상적인 절경을 보여주었던 '이재수의 난'을 비롯하여, 영화 '쉬리'에서는 중원(한석규)이 명현(김윤진)을 만나러 가는 마지막 장면도 제주도 중문해변 언덕 절벽에서 촬영되기도 하였다.
수많은 영화속에 등장한 제주도의 풍경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꼽으라면 당연히 '시월애'을 꼽을 수 있는데 성현(이정재)이 은주(전지현)와 만나기로 했던 서빈백사는 영화의 줄거리와 어우려져 오랜동안 기억에 남는 명장면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물론 아름다운 배경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꽉 짜여진듯한 스토리와 조합이 된다면 영화가 주는 감동은 배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간단히 볼 수 있는 웹드라마가 유행하고 있다. 영화 <좋은날> 역시도 저렴한 제작비와 비교적 짧은 제작기간이 장점인 웹드라마 형식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여느 영화들에 못지않게 짜임새를 갖추고 있고 마치 한편의 소설을 읽는듯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을 정화시켜 줄만큼 서정적이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발전된 감정
결혼을 앞두고 있는 혜주, 그녀를 사랑하게된 지호(소지섭), 행여 자신에게 돌아올까 기다리다 결국 상처만 입고 돌아선 지호는 제주도 에서 열릴 페스티벌을 준비도 할겸 여행을 떠나게 된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많은 연인들에게 들려주는 김제동의 멘트는 지호의 현실과도 딱 맞아 떨어진다.
"사랑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것은 이제 그 고통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정면으로 상처를 마주해야 그 상처를 치유할 결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다 끝난 사랑을 놓지 못하고 있다면 새로운 사랑을 할 수가 없다" 연애의 달인처럼 이야기를 해줄 수는 있어도 실상 사랑이라는 것은 이론만으로 완성되는게 아니지 않는가...

누군가는 지독히도 아파하다 쓰러지고 누군가는 아픈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기도 하다. 여행은 아픈상처를 치유하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지호 또한 페스티벌을 준비한다는 팡계로 제주도를 찾았지만 그 역시도 낮선이와의 설레이는 만남을 꿈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숙소인 산티아고에서 지갑을 분실한 지호와 핸드폰을 분실한 출판사 직원 지원이 파출소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은 연애 초창기의 설레임과 비슷해 보이지만 지원과 달리 아직도 혜주를 잊지못하고 있는 지호는 지원의 적극적인 구애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뿐이다.

완전한 행복을 위한 현명한 선택
이미 남의 여자가 되버린 혜주를 사랑하며 그녀를 훔치려 했었고, 그로 인해 지호는 한번도 완전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다른사람보다 늦게 만났다고 해서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애기할 수는 없지만 이미 떠날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에게 나를 선택해 주라고 강요하는 것은 자신의 욕심을 위해 두사람은 행복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어둠을 보고싶어 불을 켰더니 어둠이 사라졌고, 외롭지 않기위해 붙잡았더니 세상에서 가장 외로워졌다' 어두운 밤바다를 거닐며 중얼거리는 지호의 한탄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 하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는 영화 <좋은 날>은 지호와 혜주의 두근거리는 사랑을 그린 영화로 곳곳에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이 담겨져있어 이들의 감정선을 더욱더 극대화 시켜주고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사랑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 나간다.
민박집 할머니의 집밥처럼 담백하고 정성이 가득한 밥상을 한상 가득히 받아본 느낌으로 영화를 편하게 감상할 수 있고, 지호의 친구로 나오는 배우 이종혁은 "나 대표야!" 라는 말로 간간히 재미를 주기도 한다. 특히 영화 속 택시기사, 사진기사, 행인, 경찰,꽃집주인 등 1인다역을 연기한 배우 김영웅은 지호의 동선과 함께하며 극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정말 오랜만에 포근하고 따뜻한 영화 한편을 감상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