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야"
미친 학생 vs. 폭군 선생, 천재를 갈망하는 광기가 폭발한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는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는 우연한 기회로 누구든지 성공으로 이끄는 최고의 실력자이지만, 또한 동시에 최악의 폭군인 플렛처 교수에게 발탁되어 그의 밴드에 들어가게 된다. 폭언과 학대 속에 좌절과 성취를 동시에 안겨주는 플렛처의 지독한 교육방식은 천재가 되길 갈망하는 앤드류의 집착을 끌어내며 그를 점점 광기로 몰아넣는데…
* 출연진의 다른영화 :
예고영상
위플래쉬 Whiplash , 2014
영화 제목 위플래쉬는 채찍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 속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곡의 제목이다. 재즈라는 음악 장르는 다양한 연주 방법과 즉흥성을 가지고 하나의 음악적 흐름을 잡아서 자발적 연주를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최고의 합을 찾는다고 하지만 그런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특성을 가진 장르에서 ‘채찍질’이라는 곡 제목은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영화를 끝까지 다 보면 그 의미를 쉽게 깨달을 수 있지만 교묘한 이 제목은 또한 영화가 말해주는 내용을 포괄하며 매우 다양한 함의를 가지고 있으니 제목을 잘 염두하고 영화를 보는 것도 중요하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까지 숨막히는 열정의 땀냄새를 맡고 나서는 아마도 재즈와 채찍질로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완성감으로 감동적인 순간이 폭발하는 감동을 선사 받게 될 것이다.
영화 전체 구성은 간단하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앤드류.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에 입학한다. 그곳엔 최고의 실력자 플랫처 교수가 있다. 직업은 교수이지만 현실은 매서운 폭군. 그의 가르침은 이 둘이 만나는 첫장면부터 불꽃 튀는 긴장감을 주며 폭력과 폭언이 갑작스럽게 쏟아진다.
이렇게 이 둘의 만남은 처음부터 하나가 될 수 없을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과 양보할 수 없는 서로간의 간극이 있다. 특히나 플랫처 교수의 지도법은 폭력적이고 위압적이며 더 확대해보면 비인간적이기기도 하다. 아무리 결과가 중요하다지만 과정의 도덕성과 평화도 중요할텐데, 평범한 교육 환경에서나 이성적으로 언급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음악이라는 재능과 노력의 결합, 환경적 특수성은 이성과 합리성을 배제시킨다. 살벌한 플랫처 교수와 오직 뜨거운 열정이 무기인 앤드류는 어떤 완성작을 만들 것인가…
평범한 멘티와 멘토의 관계에서 고민을 말하고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은 친구관계 혹은 선후배관계에서도 충분히 일어나는 인간관계이다. 특히 누군가의 조언을 받는 것도 삶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기능을 하지만 누군가의 고민을 함께 하고 누군가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나 자신의 내면을 솔직히 들여다보는 일도 내 삶에 있어 중요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하고, 소위 말하는 피나는 노력(실제 영화에서 피가 난다.)을 이끌어가는 관계는 재능을 발견하고, 재능이 만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만개한 재능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에서 만족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그런 관계는 건전한 교육을 떠나서 인간과 인간으로 마주서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간으로 대립하는 과정은 교수와 제자 사이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순간인데, 그 속에서 플랫처가 앤드류를 대하는 모습은 2015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마치 악의 축처럼 개념화 되어 버린 갑을 관계를 마주하게 하는 아픈 상처를 드러낸다. 가르치고 가르침을 받는 선생과 제자의 관계가 갑을관계라니!
비즈니스에서 회사간 계약을 할 때 작성하는 계약서는 보통
‘갑’과 ‘을’로 칭하며 계약서의 조항을 작성해나간다. 동업관계나 협업관계가 아닌 보통의 계약관계는 자금사정, 구매와 판매 관계, 납품 구조 등으로 나뉘면서 ‘갑 회사’와 ‘을 회사’가 탄생된다. 그렇게 태생적으로 조건을 업고 탄생된 갑은 을 위에 서게 되며 계약 조항은 갑 위주로 진행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계약서 마지막 부분에 통상적으로 넣게 되어있는 조항 중 하나인, 법률적 다툼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관할법원은 ‘갑’의 관할 지방법원으로 한다, 는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 ‘갑’의 주소지와 가까이 있는 법원. 즉, 다툼이 일어났을 때에도 갑은 을보다 쉽고 편리하게 가까운 법원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갑을관계가 최근에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A회사, B회사로 지칭하며 그 관계를 개선하려는 분위기도 많이 포착된다. 더 이상 누군가 위에 군림하거나 아래에서 힘들어하는 것을 죄악시하는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소위 갑질을 하며 을을 힘들게 한 일련의 사건 사고들이 바로 그런 노력을 만들게 하였고 그런 분위기는 사회 전반에서 하나의 좋은 움직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플래처와 앤드류의 관계는 처음엔 갑을 관계로 보이지만 영화 중반으로 너머가면서 A와 B, 즉 둘은 결국 대등한 관계임을 깨닫게 된다. 교수와 제자라는 관계 앞에 수식을 붙이면 (폭군) 교수와 (미친) 제자의 관계로 설정하면 (폭군)≒(미친)으로 볼 수 있으니 이 둘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관계로 설정된다. 그 뜻을 보여주는 마지막 연주장면은 보통의 영화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결말보다 더 크고 응축된 내실을 보여준다. 그동안 보아온 음악 영화와 드라마의 공식적 흐름 – 갈등하다가 완성된 연주로 결국 화해하고 하나가 되는 감동 – 보다 더 큰 감동을 선사하는 라스트씬은 왜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칭찬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수식을 붙이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재능 발굴과 재능 채찍질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과 밀려오는 감동, 그리고 인내의 한계까지 밀어부치는 혹독함은 앤드류의 미래가 또다른 플래처일거라는 예상을 넌지시 하게 한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 열정이 있고, 그 열정의 길을 찾기 위해 헤매이고 있다면 이 영화를 늦은 밤 혼자서 보길 권한다. 자신을 객관화하여 생각할 수 있는 얇은 기회라도 한줄 잡아볼 수 있을 테니까.
하고 싶은 일과 재능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음악가들의 열정과 고난을 이야기한 영화는 많다. 하지만 그들의 광적인 집착을 <위플래쉬>만큼 공감시킨 영화는 많지 않다. 두 주인공의 대립 관계를 오프닝부터 명확하게 구축한 <위플래쉬>는 뜸 들이는 법 없이 빠르게 전개된다. 재즈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는 긴장을 고조시키고, 캐릭터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면서도 늘어지지 않는 영화의 템포는 몰입을 극대화시킨다. <위플래쉬>는 플렛처 교수의 요구에 불가항력으로 휘둘리는 앤드류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밴드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들을 통해 앤드류가 경험하는 경쟁, 긴장, 패배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예리하게 관찰한다. 따라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상태에서도 드럼 스틱을 찾는 앤드류의 비정상적인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기 이전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위플래쉬>는 음악학도의 열정의 온도를 피부로 직접 느끼게 만드는 뜨거운 영화다.
무비스토리
최신방송
좋아요 :
26명
글쎄요 : 0명
하고 싶은 일과 재능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