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 : 저주받은 사진
劇場版 零 ゼロ , Zero , 2014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아사토 마리 감독, 나카죠 아야미, 모리카와 아오이 주연의 공포영화 <령 : 저주받은 사진> 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국내에 선보이는 J-호러 작품으로 일본 공포영화의 꽃을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링>,<주온>의 제작진이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떡밥을 보고 극장으로 달려가 봤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같은 경우 무료 예매권에 당첨이 되어서 주말에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극장에서 보고 왔는데요, 우선 줄거리부터 살펴본 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아닌 시간 밤 12시. 밤 12시에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에 입맞춤을 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괴소문이 학교에 떠돌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 모두의 선망을 받던 소녀 '아야'가 방에 틀어박힌 채 나오지 않게 되고, 어느날 부터 학교의 소녀들을 홀리는 의문의 사진이 유행처럼 떠돌게 된다. 마주치는 순간 걸리는 섬뜩한 저주. 행방불명된 친구들의 잇따른 죽음. 단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피할 수 없는 저주가 시작된다!

이 작품의 배경은 여학생 전용 기숙학교로 개봉 전부터 곧 개봉 예정에 있는 이혜영 감독 연출, '박보영'. '엄지원' 출현 <경성학교>와 비교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는데요, 아직 <경성학교>가 개봉 전에 있기 때문에 이 작품만 보고 이야기 하자면,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 작품의 감독인 아사토 마리의 경우 <주온> 10주년 기념 작품인 <주온 -하얀노파, 검은소녀> 중 <검은소녀>의 연출을 맡은 바가 있다고 하는데요, <하얀노파>가 너무 개그 코드로 가버리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괜찮게 느껴져서 일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검은소녀>를 그리 나쁘지 않게 봤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 또한 어느정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이도저도 아닌 작품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저주에 걸린다는 점이나 소녀들간의 비밀스러운 사랑 등 그 소재는 나쁘지 않습니다. 거기에 교장실 벽면 뒤에 걸려있는 '오필리아'의 그림이나 졸업식 때 부른다는 '오필리아의 아리아'등을 통한 나름의 복선 제공도 나쁘지 않았고요.
이러한 복선의 극대화를 위해서인지 영화 중반 사라지는 소녀들의 시신은 '오필리아'의 그림에 나오는 모습같이 물 위에 둥둥 떠있는 채 내려오고 있으니까요. 잘 아시겠지만, 오필리아라는 인물은 세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 나오는 비운의 여주인공인데요, 사랑에 미쳐 자살해버리는 그녀의 캐릭터와 극 중 인물들과의 연결 고리는 충분할 지 모르겠으나 이러한 강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손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외에 나름의 미스터리한 요소를 접목시키고자 했지만 이 또한 큰 효과는 못이룬 것 같은데요, 과거 제이호러를 생각했을 때 이러한 점은 아쉬움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경우 <령 : 저주받은 사진>이라는 일본의 유명한 공포게임을 원작으로 만든 <령 제로: 여자아이만 걸리는 저주>라는 소설이 원작인데요, 소설을 원작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치면서 공포감이 크게 감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소녀들만 걸리는 저주’를 풀기 위해 소녀들이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 구조는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으며 그 표현방식 또한 호러의 형태로 가고자 하지만, 그 풀어가는 면면을 살펴볼 때 그 구조는 공포, 스릴러 보다는 퀴어물(동성연애물)에 가까운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차라리 그 장르를 퀴어물로 규정지을 때 이 영화의 섬세함이나 디테일함이 더 돋보인다 해야 할까요? 어떤 분은 전형적인 일본 백합물(비(非)레즈비언의 입장에서 쓰여진 비(非)포르노의 여성 동성애(혹은 거기에 가까운 소녀들)의 스토리가 주가 되는 영상.도서 등등을 가르킨다 - 네이버 주)이라고 정의내리기도 하는데 제가 보기에도 백합물에 가깝다 할 수 있는데요, 오히려 오필리아를 복선으로 깔고 간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러한 부분에서 더 적합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공포영화를 기대하신다면 이 작품을 추천하기에는 애매할 것 같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퀴어 영화 풍의 작품을 찾으신다면 이 작품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네요. 확실한건 이 작품은 공포영화는 아니라는 점 입니다. 적어도 제 기준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