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친구에게 배신 당하고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며 하루하루 희망을 잃어가던 ‘지연’(임수정). 그런 그녀 앞에 젊고 유능한 비서 ‘성열’(유연석)이 나타나 그녀의 인생을 바꿀 거대한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은 바로 천문학적인 재산을 소유한 마카오 카지노 그룹의 ‘회장’(이경영)을 사로잡아 그의 전 재산을 상속받는 것. 단, 성공 시 그 재산의 절반을 ‘성열’과 나누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달콤한 만큼 위험한 제안이지만 매력적인 ‘성열’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 ‘지연’은 마침내 ‘회장’의 호화 요트에 오른다. 세 사람 사이에 감도는 미묘한 긴장과 의심 속에서 순조롭게 진행 되던 계획은,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어긋나게 되는데…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완벽한 결말을 향한 진짜 거래가 시작된다!
* 출연진의 다른영화 :
예고영상
은밀한 유혹 Perfect Proposal , 2014
이 영화를 재밌게 보는 방법을 미리 말하자면, 전반부와 후반부를 구분해서 각각 다른 장르로 접근하면 된다. 보통 후반부를 위해서 전반부가 진해되지만 이 영화는 전반부를 위해서 후반부는 스릴러가 되버린다.
이 점이 영화의 재미가 찾아지는 지점이며 잘 짜맞추어진 각본에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의 몸부림을 쫓다보면 처음부터 제안과 계약과 과정 모두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빚에 쫓기는 유약한 여인과 부와 젊음과 야망을 쥔 남자 사이에서 로맨스와 스릴러가 왔다갔다 하는 건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원작이 있는 영화는 기본 바탕이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고, 이미 검증이 되었기 때문에 캐릭터와 디테일한 구성을 어떻게 배열하느냐가 중요하다. 이야기와 결말을 알고 있는 관객에게 중요한 것은 텍스트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배우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익히 알고 있는 결말까지 어떤 과정으로 도출될 것인지를 궁금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 <은밀한 유혹>의 원작은 60년전에 나온 베스트셀러 <지푸라기 여자> 이다. 한국 출판본 이후로도 개정판이 나오고, 표지가 바뀌기도 하였지만 ‘지푸라기 여자’라는 제목은 계속 쓰였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힘없는 지푸라기, 밟으면 그대로 스러지는 여자를 표현하는 직설적 표현이 영화에서도 적용되어 원작의 완벽한 범죄, 꽉 조여진 구성처럼 영화로 만들어지기에 아주 매력적인 추리 스릴러 소설이다.
영화와는 달리 책에서는 주인공 여자가 부자와 결혼하여 인생의 부를 거머쥐기를 늘 희망하고 바라고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어떤 제안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신문광고란을 매일매일 살펴보며 결혼상대자를 구한다는 내용의 광고 같은 것을, 자신의 인생을 걸어 부를 챙길 유용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검색하며 신데렐라를 꿈꿨다.
노력없이 허영과 일확천금을 노렸기에 시련이 왔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이, 지금 현대인에게 복권 긁거나 로또를 구매하는 것과 같은 양상으로 결혼을 통해서 신분을 상승하고 버거운 인생을 탈피할 경제 계급은 서구의 문화 문명엔 익숙한 풍경이라 볼 수 있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여기 영화 <은밀한 유혹>의 지연(임수정)은 어떤가. 마카오에서 일을 하며 돈을 열심히 모았지만 친구의 배신으로 모두 잃고 설상가상으로 그 친구가 지연의 이름으로 빌린 사채까지 떠맡게 된다.
인생이 추락하는 찰나, 돈 많은 남자를 유혹하여 결혼하면 인생이 180도 바뀌고 남자의 재산까지 소유하게 될 것이라는 제안을 받게 되는데 더 이상 잃을게 없는 현실에서 제안은 구원의 손길이 된다. 특히 간병인이라는 직업으로 접근하게 되는 것은 그냥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다하고 자신의 충실한 내면을 먼저 보여줘야 하는 일이므로 제안은 그리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이 부분까지는 영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드문드문 의문도 가질만 하지만 임수정의 여성적 풍모와 매끈한 몸매까지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죽어버리는 늙은 남편(이경영)이 최초의 제안과 계획이 얼마나 허술했던 것인지 알게 하고 그 죽음에 자연스럽지 못한 미망인의 현실을 깨달을 때 다시 쫓기는 몸이 되어야 하는 걸 후반부의 엎치락뒷치락 하는 스릴러로 영화는 구성된다.
소설 <지푸라기 여자>를 읽고 끝을 알고 있어도 이제부터는 영화 속으로 빠져들어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들여다볼 시간이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알고 있는 남자 성열(유연석)이 쳐놓은 음모의 그물을 끊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는 유연석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널리 알려준 드라마였다. 그리고 칠봉이역이 매우 잘 어울렸다. 야구선수라는 배역에 맞게 유연석의 어깨는 넓고 아름다웠으며 야구복을 입은 모습은 실제 야구선수처럼 단단했고 성나정을 향한 열애는 뜨거웠다.
잘 나가는 야구선수의 연모에 많은 여성팬들은 마음이 설레였을 것이다. 이후로 <상의원>의 성공과 <맨도롱 또똣>까지 이어지는 그의 잘 생긴 얼굴과 듣기 좋은 목소리는 많은 팬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은밀한 유혹>의 그 유혹에 깊이있게 빠져들게 한다.
항상 변함없는 미모와 세월이 멈춘 듯 앳된 페이스를 가진 임수정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여인의 위태로운 현실을 잘 해석하고 표현해준, 이제는 한국 여배우들 중의 발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쫓기는 여인에서 섹시함을 갖춘 매력을 가진 여인으로 확확 바뀌는 분위기는 임수정이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분위기에 스릴러의 긴급함을 더하여 재미를 준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연정인이 후반주의 지연이라면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송은채는 전반부의 위태로운 지연이다. 폭넓은 연기 스팩트럼은 한국 영화의 개성있는 여배우들 중에서 임수정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게 한다.
인생의 긴급한 순간, 무심코 들어온 무심한 제안. 손 내밀어 잡을 것인가, 뿌리치고 안전한 나의 길을 갈 것인가, 영화는 영화적으로 해석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상만으로도 숨가쁠 일이다.
그런 숨가쁜 상상으로 <은밀한 유혹>은 마지막 장면까지 강렬하면서 끝임없이 유혹하고 있다. 그 유혹에 끌린다면 영화 속으로 빠져볼만 하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분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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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유혹>은 멜로의 성격이 강한 전반부와 스릴러의 성격이 짙은 후반부로 나뉜다. 하지만 두 편의 영화를 110분 안에 설득력 있게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반부는 빚 독촉에 시달리던 지연에게 일확천금의 기회가 찾아오고 괴팍했던 회장이 지연에게 서서히 마음을 여는 과정을 익숙한 장면을 통해 차례로 전개한다. 지연이 회장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지점들은 기초적인 상상력을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지연은 회장의 아들 성열에게 매력을 느끼는데 그 긴장감 역시 쉽게 예상할 수 있어 흥미가 덜하다. 후반부에 들어서야 <은밀한 유혹>은 차별화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계획이 어긋난 지연의 절망적인 상황은 일시적인 긴장과 흥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 과정은 금세 몰입을 방해하고 만다.
2015년 5월 28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 ( jeongin@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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