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아
Melancholia , 2011

멜랑콜리아 영화 메인 포스터는 커스틴 던스트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녹색 강 위에 떠 있는 장면이다. 그녀의 모습은 꼭 햄릿 속 오필리어의 죽음을 보는 것만 같았다.
미치도록 사랑한 햄릿이 아버지를 죽였음을 깨닫고 격렬한 우울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완전히 미쳐버린다. 우울감 속에 살던 그녀는 강 위를 넘나들다 익사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아름답고 우울한 비극의 이미지가 되었다. 그 그림을 본딴 듯한 포스터가 매력적이었다. 포스터 속에서도 커스틴 던스트의 우울함과 허무감을 읽을 수 있었다.

영화의 첫 시작은 커스틴 던스트, 저스틴의 우울한 얼굴 뒤로 떨어지는 비현실적 조각의 이미지다. 그 뒤로 약 몇 분 동안 몽환적인 이미지들이 나열된다.
차갑고, 우울한 그림들, 빛을 점점 가리는 행성, 아이를 안고 달려가는 여성의 절규, 달리지 못하고 주저앉는 말. 달과 해가 동시에 떠 있는 들판 위에 서 있는 여성 둘과 아이 한 명, 웨딩드레스를 입고 들판을 달리는 여성의 끝으로 면사포가 늪지의 식물처럼 그녀를 땅 속으로 빨아들이는 듯한 장면, 그리고 두 행성이 점점 가까워지는 장면. 웨딩드레스를 입고, 부케를 쥔 채 강을 떠내려가는 여성. 그 몽환적인 이미지들이 종말의 끝에 선 세 사람의 감정을 격정적으로 그리는 건 아닐까 생각할 때 즈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의 1장 저스틴은 결혼식을 올리러 가고 있다. 결혼식을 하러 가던 와중에 엉뚱한 사고가 생겼고, 늦게 된다. 그녀의 지각에 그녀의 언니 클레어는 건조한 어조로 예민한 말을 내뱉는다. 저스틴은 처음에는 평온해보이지만 점점 초조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하객들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그녀는 자신의 말을 보러가겠다고 달려간다. 결혼식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혼 생활 동안 지긋지긋하게 이어져 온 허무와 답답함을 대놓고 표출한다. 어머니는 권위의식이 가득하고 아버지는 저스틴과 클레어가 의지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자신의 감정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가족이 보인 부정적인 반응과 더불어 저스틴은 숨막힐 듯한 우울감을 느낀다. 그녀의 우울함을 눈치 챈 클레어는 저스틴에게 문제 없이 식을 치르라고 한마디 하고, 더 격해지는 우울감에 저스틴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간다. 그리고 차를 타고 조금 떨어진 들판으로 가 담담함과, 우울함을 넓은 들판 위에서 배설하는 행위로 푼다. 저스틴의 남편, 마이클은 정말 다정하고 멋진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는 무섭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결혼뿐만 아니라 그녀가 가진 모든 것들, 사랑에도 혼란을 느낀다. 어머니는 그녀의 감정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다. 오히려 그녀의 감정을 그저 짓누르려 한다.

2장은 클레어의 이야기다. 그녀는 멜랑콜리아라는 행성이 지구를 덮쳐올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녀는 격정적인 우울함에 빠져버린 커스틴을 돌본다. 저스틴은 목욕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서 때때로 집 안을 빠져나간다. 클레어는 그녀의 뒤를 쫓아간다.
저스틴은 환한 달빛 아래 알몸으로 들판 위에 목욕하는 것처럼 누워 있다. 깊은 밤과 하나가 된 이미지다. 행성충돌 하루 전, 저스틴과 클레어의 대화는 의미심장하다. 그녀는 어린 아이와 함께 자기 가족들의 생명이 끝나는 걸 두려워한다. 극단적인 두려움으로 인해 자신의 손으로 삶을 끊어내려고 약을 준비한다. 남편은 멜랑콜리아가 지나갈 거라고 믿고, 그녀를 안심시키려 한다.

멜랑콜리아, 로의 종말
저스틴은 언니와 함께 조카가 지어달라고 했던 약한 나무 동굴 속에서 멜랑콜리아가 지구를 덮쳐오기를 기다린다. 가장 극적인 종말 속에서, 저스틴은 부드러운 표정이다. 클레어는 죽음에 발버둥치고 조카는 평온하다. 멜랑콜리아의 불길과 함께 마치 판타지처럼, 모든 것이 끝난다.

상반된 두 여성 캐릭터의 입체적인 감정이 매력적이다. 시종일관 건조한 어조를 유지하던 언니 클레어가 어느 순간 드러낸 사랑, 그로 인해 가지게 된 종말의 불안감. 사랑을 할 때는 불안해하다가 종말이 다가오자 미련 없이 삶을 털어낸 저스틴의 웃음. 절망과 평온함의 대비로 커다란 비애, 우울함이 확 다가왔다. ‘멜랑꼴리’ 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종말을 소재로 삶으로 인한 ‘우울’, 죽음으로 인한 ‘우울’, 인간의 삶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 아닐까. 종말의 순간은 그렇게 크게 표현되지 않는다. 그러나 종말로 향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이상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