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펀트 송
La chanson de l'elephant , Elephant Song , 2014

<엘리펀트 송>은 한 여가수가 오페라 노래를 부르며 시작한다. 그녀는 그 시대 최고의 오페라 가수다. 그런 그녀를 한 남자아이가 쫓아간다. 가까운 사람, 이를테면 엄마를 보는 눈빛이다.
그러나 여가수는 아이에게 커다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자기 옆에서 샴페인을 들이미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있다. 남자아이는 여가수를 바라본다. 그리고,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영상은 좁은 방 안 마이클의 뒷모습을 비춘다. 마이클은 여성이 부른 노래를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그의 모습이 어딘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만 같다.

이처럼 영화 처음부터 감독은 마이클의 비밀스러운 모습과, 그가 가진 트라우마에 대한 단서를 던져 놓는다.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은 그린 박사가 실종된 의사의 행방을 물으러 마이클에게 찾아가면서 부터다. 그린 박사의 예전 부인이었던 피터슨 간호사는 마이클을 만나겠다는 그를 탐탁치 않아한다. 그녀는 마이클을 조심하라는 말을 남긴다. 간호사의 말처럼 마이클은 충분히 누군가를 능수능란하게 흔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매력적인 표정과 몸짓을 보이며 그린 박사의 방에 들어온다.
그는 단숨에 방의 공기를 장악한다. 그린 박사의 질문에도 마이클은 계속해서 코끼리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는다. 그린 박사는 제멋대로인 마이클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른 박사가 그를 분석해놓은 진료기록을 읽지 않았다 한다. 그리고 그의 얘기에 적절한 반응을 보인다. 그런 그린 박사에게 마이클은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자신의 진료기록을 절대 보지 말 것. 간호사 피터슨은 관계자이니 배재시킬 것. 그리고 자신에게 초콜릿을 줄 것.

영화는 그린 박사와 마이클의 대화, 인물들의 오랜 과거, 마이클과의 ‘사건’을 조사하는 조사관과 피터슨 간호사, 그린 박사와의 일대일 대담을 교차 편집하며 진행한다. 사건들이 교묘하게 교차적으로 비춰지면서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더욱 커다란 미스테리함을 불러일으킨다.
마이클이 광기에 어려 내뱉은 줄 알았던 이야기는 뒤에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진실로 드러난다. 그의 이야기에 또 다른 주인공, 그린박사와 피터슨 간호사 사이의 일도 수면 위로 올라온다. 그는 다른 사람의 속 이야기를 끌어내는 오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마이클의 이야기 중심에 있는 건 언제나 코끼리다.그린 박사에게 자신의 얘기를 늘어놓다가 어느 순간, 마이클은 코끼리의 숨소리에 맞춰 숨을 부자연스럽게 내쉰다. 그에게 코끼리는 모계사회의 상징이며 안으로는 완전한 가족의 상징이다. 코끼리라는 존재는, 그만의 숨 막히는 아픔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이클은 처음에 코끼리에 대해 설명하며 임신기간이 포유류 중 가장 길다는 얘기를 한다. 코끼리는 아이를 품 안에서 거의 이년 동안이나 놓지 않고 기르는 것이다.
마이클은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부를 원했던 오페라 가수 어머니에게 길러졌다. 그의 어머니는 다른 어머니들과는 달랐다. 그는 어떤 감정에 휩싸여 어머니를 죽이게 된다. 마이클이 얘기하는 코끼리 얘기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트라우마를 꿰뚫고 있는 듯하다. 코끼리는 미스테리한 그의 실체이며, 피터슨 간호사의 아픔이고, 그린 박사의 죄책감이다. 또한 영화의 진실과 거짓 사이에 서 있는 상징이 된다. 그런 코끼리, 진실과 거짓 사이에 서서 줄타기를 하는 인물이 마이클이다.

그렇기에 마이클의 몸짓, 대사 하나하나가 영화의 미스테리함, 그 자체다. 그렇기에 영화의 전체를 뒤흔들만한 광기어린 힘을 지녀야 한다. 자비에 돌란의 마이클은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캐릭터가 지닌 미스테리한 모습도 놓치지 않는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게 마이클의 감정을 조절해가며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놓았다. 브루스 그린우드는 그런 마이클의 광기에 반응하는 그린박사의 감정을 적절이 완급조절을 하면서 무게감 있게 표현한다. 어느 순간 마이클의 상처를 바라보고, 자신의 괴로움을 직면하는 순간이 좋았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원작 연극과는 별개로, ‘에쿠우스’ 와 닮아 있다. 말의 눈알을 찔러 죽인 한 소년, 그 소년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상황을 파헤치는 한 명의 박사. 박사는 소년의 트라우마를 파헤치다가 자신의 상처와 소년의 상처에 괴로워했다. 연극은 사건에 대해 소년의 심리 상태를 풀어나가며, 인간의 상처를 깊이 있게 짚어놓는다. 엘리펀트 송 역시 미스테리 영화이지만 ‘마이클’을 통해서 인물들의 상처를 바라본다.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미스테리를 끌고 나가면서도 각 인물들의 드라마를 끝까지 놓지 않는 모습이 흥미로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