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괴담 : 저주의 언령
学校の怪談 呪いの言霊 , KOTODAMA – SPIRITUAL CURSE , 2014

‘호러 강국’이라 불리는 일본 공포영화는 올해만 해도 여러 편이 개봉했다. 그 중에서도 학교, 특히 여고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두 작품이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호러 게임을 원작으로 아름다운 소녀의 비밀을 바탕으로 한 <령 : 저주받은 사진>과 ‘여우의 창’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아이템으로 삼은 <학교괴담 : 저주의 언령> 특히 <학교 괴담>이라는 제목은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단골 공포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일본 공포영화가 스크린을 휩쓴 건 2000년대였다. <주온> <착신아리> <링> 등 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귀신 이야기는 오싹하면서도 신선했다. 저런 일이 내 주변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영화 자체에 별다른 특수 요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르의 특성을 부각시켰다. 때문에 ‘공포 영화’하면 일본이라는, 지금은 다소 퇴색된 의미를 가지게 됐다.
<학교괴담 : 저주의 언령>은 바로 그 일본 공포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온>시리즈 3편의 오치아이 감독이 지휘한 작품이다. 그러나 덮어놓고 말하자면, <주온 3>은 전작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 작품으로 관객들의 원성을 샀다. <주온>제작 감독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괴담 : 저주의 언령>을 높이 평가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작품의 부실함은 배우 라인업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현지에서도 인지도가 없는 신인 여배우들은 하나같이 미성년자이며 ‘도쿄죠시류’라는 아이돌 그룹으로서, 소속사에서 이들의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한 영화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토록 <학교괴담 : 저주의 언령>은 시작부터 불안하고, 전개가 진행될수록 관객은 ‘대략 난감’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전체적인 구조는 신선하다. 같은 시간에 세 개의 다른 사건이 벌어지며, 이 사건들이 진행되면서 어느 순간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그때가 작품의 클라이막스이며 관객들이 가장 긴장하게 되는 순간이다.
사건 1.
어머니의 기일 날, 1988년에 발행된 주화가 짤랑거리는 소리를 들은 시오리. 어머니의 오래된 일기장에서 1988년 오늘, 가스사고로 인해 동급생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며칠 뒤 어머니의 모교를 찾아간다.
사건 2.
1학년 3반의 네 소녀 아야노, 미유, 유리, 메이는 1학년 4반에 얽힌 괴담을 이야기한다. 가스사고로 인해 학생들이 죽었다는 소식은 충분히 무서웠다. 소녀들에게는 이상한 현상이 보이고, 공포에 떠는 아이들 틈에서 심상치 않은 사건이 벌어질 것임을 예견한다.
사건 3.
인터넷에 올릴 호러 영상을 만들기 위해 폐교에 잠입한 카즈키, 히미오, 요시히토, 히토미. 네 사람은 화장실에서 의문의 그림자를 보게 되고, 이 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히토미는 다른 세계로 연결된다는 ‘여우의 창’을 만들어 들여다본다.

공포와 미스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공포의 대상이 귀신, 그러니까 영적 존재일 경우 특히 그렇다. 귀신은 대개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해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다. 이승에 미련이 남았다는 의미다.
그러니 주인공은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해, 귀신의 원한을 풀어줄 수밖에 없다.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 바로 단서다. 그리고 이 작품에는 세 가지 키워드가 존재한다. 같은 년도에 발행된 주화, 가스 중독 사건, 그리고 여우의 창.

두 사람이 펜을 잡고 주문을 외우면 귀신이 나타난다는 분신사바와 흡사하다. 하지만 <분신사바>에서 나타난 귀신이 특정 대상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었다면, <학교괴담 : 저주의 언령>은 사실 무엇이 목적인지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세 개의 에피소드가 분명 한 가지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긴 하나, 사실 제대로 중첩된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심인물이 없는데다 쓸데없는 들러리가 많은 탓이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 되었다.

학교를 소재로 한 작품은 대개 저연령 관객을 타겟으로 한다. 이 같은 일이 내 주변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극대화시켜 극한의 공포를 끌어내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일본 공포영화는 그런 패턴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제는 공포물의 대상이 귀신에서 살인마로 바뀌면서, 영적 존재는 어지간한 트릭 없이는 관객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그러니 단순하게 영적 존재와 그 원한에 의지한다면, 예전과 같은 뛰어난 작품들이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같은 시즌에 개봉한 ‘학교’배경의 두 영화를 살펴보자.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 과 <령 : 저주받은 사진> 두 작품은 작중 배경과 소품, 의상까지 흡사하여 개봉 전부터 비교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작품 다 예상했던 성공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전자의 경우 급격한 장르변환의 어색함이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해쳤고, 후자의 경우 흔하디 흔한 학원 공포물의 전개를 그대로 따라갔다. 두 작품 모두 신선함이 떨어졌고 귀신의 존재가 하나도 공포스럽지 않았다. 그런대로 반응이 있었던 이유는 각국에서 인지도 있는 배우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학교괴담 : 저주의 언령>은 그마저도 없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스토리상의 구멍이 너무 많았다. 트릭은 놀랍지 않고, 앞의 전개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 지루하기까지 했다. 개인적으로는 공포영화의 판도가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관객에게서 공포를 이끌어내는 방법은 단순히 잔인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나 놀라게 만드는 게 아니다. 각종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자극적인 장면들로 인해 관객은 면역이 생겼다. 그땐 몰랐지만, 나중에 가서 ‘아!’하고 알게 되는 경우가 오히려 더 효과적인 때가 온 것이다. 공포영화로서는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는 작품이지만, 저연령층 학원물로서는 비교적 정석에 따르고 있다. 간단한 킬링타임용으로는 추천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