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전편: 사건
ソロモンの偽証 前篇・事件 , Solomons Perjury , 2015

<모방범>, <화차>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미야베 미유키 원작의 <솔로몬의 위증> 은 무려 9년에 걸쳐 집필한 작품으로, 작가의 치밀함과 폭넓은 심리묘사가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때문에 <솔로몬의 위증> 영화화 역시 전/후편으로 나누어 제작되었다. 거의 무명인 배우들의 출연에도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상영관에는 개봉하지 않아, 많은 관객들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조토 제3중학교.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날, 2학년 가시와기 다쿠야가 학교 뒤뜰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학교와 경찰은 가시와기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짓고 사건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형사로 근무하는 2학년 여학생 후지노 료코의 집에 의문의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가시와기의 죽음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고발장을 보낸 사람은 익명, 하지만 가시와기는 절대 자살하지 않았으며, 그의 죽음에는 교내 문제아 그룹으로 일컬어지던 ‘오이데 패거리’가 개입되어 있음을 알린다.
죽은 가시와기의 동급생이자 우등생인 후지노 료코는 가시와기의 죽음에 강한 의문을 품는다. 이 고발장은 그녀의 집에만 도착한 것이 아니었다. 조토3중학교 교무실에도, 그리고 언론에까지 들어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다. 학교와 경찰은 교내폭력을 묵인했다는 언론의 질타를 받는다. 언론의 과잉보도와 학생들의 의심 속에서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고발장을 손에 넣은 후지노 료코는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가시와기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겠다고 다짐한다.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미야베 미유키는 한 사건을 여러 인물이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서사 구조를 취한다. <모방범> <낙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여러 인물의 시각으로서 독자에게는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미리 주는 반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헤매게 만들어서 긴장 또한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이러한 장치는 추리소설의 짜임새를 치밀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건에는 필히 여러 사람이 얽힌다. 혼자서는 사건을 일으킬 수 없다. 사건의 중심이 된 피해자가 이미 사라졌음에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피해자의 죽음을 추리하고 비밀을 파헤침으로서 사건은 본래의 무게를 되찾는다.
미야베 미유키는 사건의 두려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매스컴이라는 소재를 자주 이용한다. 현대의 매스컴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과잉 보도에 익숙하다. 특히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는 교내 폭력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깃거리가 된다. <솔로몬의 위증> 에 등장하는 기자는 가시와기가 왜 죽었는지 보다는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 경찰이 발표한 자살이라는 결정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건 자극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소 가시와기가 어떤 학생이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사건을 바라보는 제3자들(시청자들)에게는 그렇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학교폭력이 어떻게 한 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왜 경찰과 학교는 이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는지에 있다.

전개가 진행될수록 과열된 언론의 무서움이 느껴진다. 없던 말이 생기고, 거짓이 진실처럼 변하는 과정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건 아주 사소한 데서 출발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출발 시킨 본인으로서도 막을 수 없을 만큼 커져있다. 후지노 료코는 가시와기의 죽음으로 파괴된 자신들의 학교를 지키고자 한다.
가시와기의 죽음 이후 평범한 일상이 완전히 부서졌다. 교직원과 학생들은 언론의 무차별 공격에 시달리고, 조토 제3중학교를 중심으로 한 동네가 완전히 마비될 지경에 이른다. 이에 더 이상 언론, 학교, 경찰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학생들 자신의 힘으로 가시와기의 죽음을 파헤치는 것뿐이다.

<솔로몬의 위증> 전편은 겨우 중학생에 불과한 아이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모든 아이들이 처음부터 독립적인 성격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시와기의 죽음 이후 불행한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지나치게 방어적인 학교의 태도, 언론의 과잉 보도를 막지 못하는 경찰 등, 어른들의 무책임함 에 학생들은 분노한다.
그들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가시와기의 죽음은 더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고, 조토 제3중학교의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 아이들이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결심한 후, 전개는 급물살을 탄다. 그 숨 막히는 긴장은 <솔로몬의 위증(후편) : 재판> 에서 기대해 본다.

처음 영화화 소식을 듣고는 우려가 많았던 작품이다. 9년에 걸친 장기연재, 3권짜리 분량의 긴 소설을 최대 두 시간이 한계인 영화로 어떻게 제작할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전편/후편으로 나누어 제작됨으로서 한정된 시간에 대한 부담이 한층 줄어들었고, 원작에서 나름 비중이 있었던 조연들의 역할을 주연인 후지노 료코에게 집중시킴으로서 군더더기를 걷어냈다.
<솔로몬의 위증> 의 소재는 단연 재판이다. 재판의 두 기둥은 무엇인가. 검사와 변호인이다. 이 역할을 작중의 어떤 인물이 맡게 될지 기대하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다.

시사회에서의 반응 또한 나쁘지 않았다. 일본영화 특유의 영상미가 죽지 않고 살아났다는 점,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짜임새 있게 압축했다는 점 등이 관객들의 호평을 샀다.
하지만 국내 정식 개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배급사와 영화관 사이의 트러블이 언급된다. 좋은 작품을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은 관객들은 아쉬워하고, 필자 또한 그렇다. 후편 또한 정식 개봉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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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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