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
Jack et la mecanique du coeur , Jack and the Cuckoo-Clock Heart , 2013

추운 겨울날 태어난 아이 잭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없었다. 정확히는 심장이 얼어있었다. 이대로라면 아이가 죽을 것을 눈치 챈 마녀 마들렌은 잭의 심장에 뻐꾸기 시계로 움직이는 장치를 넣어준다. 그렇게 잭은 시계 심장을 가지고 살게 되었다. 잭의 어머니는 마들렌에게 잭을 맡기고 떠나 버리고, 잭은 마들렌의 집에서 그녀가 치료해주는 독특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시계 심장을 가진 잭에게는 세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시계 바늘에 손을 대지 말 것. 둘째, 화내지 말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셋째,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잭의 시계심장은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버티기에는 너무 약하다. 때문에 마들렌은 잭을 사람들과 격리시켜 지내게 했고, 호기심 많은 평범한 소년인 잭은 항상 마을로 나가고 싶어 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생일날, 오랜만에 바깥나들이를 한 잭은 광장에서 노래 부르는 소녀 아카시아를 만나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세 가지 규칙 중 가장 중요한 금기를 어긴 것이다. 잭은 그 날을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독특한 심장을 가진 잭에게 보내는 사람들의 시선을 싸늘하기만 하다. 게다가 아카시아를 짝사랑하는 연적과의 만남으로, 잭은 정들었던 마들렌을 떠나야 할 상황에 처하고 만다.

잭의 심장은 한없이 연약하다. 시계 바늘과 뻐꾸기 시계로 움직이는 심장은 보통의 감정을 감당할 수 없다. 때문에 마들렌은 잭을 타인들과 격리시켜 키울 수밖에 없다. 잭은 슬퍼해서도, 기뻐해서도, 사랑을 해서도 안 된다. 사랑을 하는 순간 잭의 심장은 망가진다. 왜냐면 사랑은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처음부터 금기가 주어진 주인공은, 어떻게 해서든 그 금기를 깨고 한 발짝 나아간다. 잭에게는 그 계기가 아카시아라는 소녀였다. 맑고 청량한 음색의 소유자인 이 소녀는, 시력이 무척 나쁨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쓰지 않는 고집이 있을 정도로 자신에게 엄격하다. 때문에 코앞에 있는 사물도 잘 분간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대신 청력이 뛰어나게 발달했다. 아카시아는 잭의 시계심장을 보지는 못하지만, 잭이 가까이 오면 그의 가슴에서 들리는 초침 소리로 잭을 알아본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스토리다. 금기를 어긴 주인공과 그가 찾고자 하는 것들,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랑하는 연인. 하지만 무난한 스토리 속에 감동이 숨어 있다. 무엇보다 그냥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화려한 그래픽 기술과 함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작중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뮤지컬에서 음악이 별로일 수 없듯, 뮤지컬 영화에서도 노래가 뛰어나야 한다. 각자 다양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솔로로, 듀엣으로, 혹은 하모니로 노래하는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극중 잭의 연적으로 등장하는 조는 변화를 싫어하는 인물이다. 그의 삶은 그가 정하고 지휘하는 대로 흘러가야 한다. 하지만 잭은 등장부터가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는 자신이 모르는 상대를 싫어했다. 게다가 잭은 아카시아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처음부터 두 사람은 대치를 피할 수 없었다. 한 소녀를 향한 같은 마음이지만, 그녀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판이하게 다르다.
결국에는 누가 아카시아의 옆에 있게 될지, 관객들은 사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악역의 무게는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비장하게 등장한 조의 역할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게 아쉬웠다. 끝까지 비등비등한 대치를 보여줬더라면, 좀 더 이야기가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추천하고싶은 작품이다. 다소 심오한 내용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시계심장이라는 특이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잭을 어린아이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게다가 아카시아를 향한 잭의 무조건적인 열정은 사실, 어른의 시각에서 보기에도 지나치게 무모하지 않나 싶다.
물론 작품을 현실에 빗대어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잭은 자신의 약점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그랬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의 감정변화를 생각하지 않는다. 파악하거나 이해하려고도 노력하지 않는다. 그 부분은 시간이 필요하다. 아카시아가 그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존중해 줄 마음이 생기기까지는 말이다.

주인공 잭의 특이한 설정부터 아름다운 음악까지 볼거리가 많다. 캐릭터들은 매력적이고 각자의 색이 뚜렷하다. 처음에는 다소 요란할지라도 중반부터 스토리가 정리되기 시작하면서,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분위기와 기품이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원한다면 주저 없이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을 추천하겠다. 원작소설 또한 심도있는 내용으로 해당 작품의 이해를 더욱 쉽게 한다.

본래 2013년에 제작이 끝난 작품이다. 하지만 국내 개봉이 미뤄지고, 홍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스토리나 분위기가 취향이 아닐지라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픽사의 뮤지컬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애니메이션 무비 매니아들은 물론 뮤지컬과 음악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내 성우들의 더빙 또한 자연스럽고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려주었다. 필자 또한 더빙판을 감상했다. 다가오는 겨울, 잔잔한 감동과 화려한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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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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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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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록밴드 ‘디오니소스’의 리드 싱어인 마티우스 말지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쿠크하트: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의 그림체는 낯설다. 남녀불문 생김새가 비슷한 표정없는 가분수 인간 캐릭터들과 팀 버튼의 애니메이션처럼 어두침침하고 뒤틀린 공간은 기묘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쿠크하트: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은 그림체가 익숙해지기도 전에 절절한 사랑이 가슴을 후벼 파는 애니메이션이다. 자신의 심장을 바쳐 한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로맨스의 극치를 달린다. 담담한 표정으로 눈을 밟고 하늘로 올라가는 잭의 모습은 순수한 사랑이 절정에 치달음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또한 애니메이션 전반에 흐르는 마술적 사실주의는 흥미를 유발한다. 미스 아카시아는 감정에 따라 몸의 부피와 무게가 변하고, 신체 곳곳이 기계로 대체된 스팀펑크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적절한 오마주와 훌륭한 음악 또한 관람 포인트다. 잭의 낭만을 부채질하는 프랑스 마술사의 이름은 다름 아닌 조르주 멜리에스. 평생 꿈을 좇던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삶과 하나 뿐인 염원으로 기차에 몸을 실은 잭의 상황이 묘하게 크로스 오버된다. 원작 소설의 콘셉트 앨범으로도 발표한 디오니소스의 음악은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분위기와 어우러진다. <쿠크하트: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은 한 시간 반이 채 안 되는 짧은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2015년 8월 10일 월요일 | 글_안석현 기자 (ash@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