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생연
半生緣: Eighteen Springs, Half Life Fate, 1997

소개할 영화 <반생연>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허안화'감독의 작품으로 영화 <색,계>의 원작자인 장애령의 동명소설을 영화화 하였다. 1979년 <풍겁>을 시작으로 30여년이 넘는동안 꾸준한 활동을 하며 수많은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고수해온 허안화 감독은 <반생연>에서도 '만정(오천련)'과 '세균(여명)'의 사랑을 감성적으로 엮어낸다.
20세기 중국최고의 여류작가로 불리우는 장애령과 허안화 감독의 인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는데, 1984년 영화 <경성지연>에서도 장애령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애틋한 사랑을 이뤄나가는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경성지연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허안화 감독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거의 모두가 어느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가련한 인물들로 설정되어있다.

이처럼 불안과 방황을 영화의 근본적인 구도로 가져가는데 있어서 장애령 작가의 작품만큼 그의 만족을 채워줄 수 있는 이가 없어서인지 유난히도 그의 작품을 선호한다. 소설을 영화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허안화 감독의 역량도 그만큼 뛰어나다고 할 수 있어 둘은 잘 어울리는 궁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97년 영화 개봉당시 홍콩은 중국반환을 앞두고 있어서 사회적으로도 불안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이같은 정서들은 말년을 고독하게 보내다 외롭게 사망한 작가 장애령이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고독한 방랑생활을 했던 것과 닮아있고, 이러한 방황과 고독들은 상업영화가 판치던 홍콩영화의 흐름과 상관없이 작품성과 예술성의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 허안화 감독에 의해 완성되었다.

힘겨운 삶이 만들어낸 오해와 갈등
공장에서 사무일을 하고있는 만정(오천련)은 최근들어 몇번 마주친 세균(여명)에게 호감을 갖고있다. 지나치다 우연히 본게 전부이지만 왠지 모르게 세균은 만정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있었던 것인데, 사랑이 이루어질려고 했던것 인지 만정의 어릴적 친구 숙혜(황뢰)와 세균이 친구라는 것을 알게되고 우연히 식당에서 셋은 마주하게 된다.
평소 관심을 갖고 세균을 지켜보던 만정의 마음을 알리가 없는 세균도 만정을 처음본순간 사랑에 빠지게 되고 둘은 만정이 잃어버린 빨간 장갑을 세균이 찾아주며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된다. 가난한 만정과 달리 세균은 남경에서도 알아주는 부유한 집안의 자손으로 최근 급속히 병세가 악화된 아버지를 보살피기 위해 남경으로 떠나고 만정도 세균의 집에 방문하게 되는데 세균의 아버지는 만정을 보고 낮설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생계를 이어가기위해 어쩔 수 없이 술집에 나간 만정의 언니 만로(매염방)를 얼굴이 닮은 만정으로 착각한 것으로, 이 사실을 알게된 세균의 집에선 집안의 도덕성을 문제삼아 만정과의 결혼을 꺼리고 세균과 만정은 이일로 인해 서서히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세균에게 받은 반지를 되돌려줄 정도로 만정은 자신의 집안을 무시하는 세균의 집안 식구들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술집을 나간 언니 만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그녀의 편에 서서 되려 술집을 간 세균의 아버지의 도덕성을 문제 삼는다.

사랑속에 보여지는 중국인의 정서
언니 만로의 문제로 세균과 다툼이 있었지만 사랑에 금이 갈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결국 이일로 인해 서로 떨어져있게 되고 병을 앓고 있던 만로를 찾아간 만정은 오랜동안 그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만로의 옛 애인과 만정의 사이를 질투한 만로는 그녀의 남편과 공범이 되어 만정의 사랑과 젊음을 앗아가고 강제로 임신까지 시켜가며 자신을 위해 동생의 희생을 강요하였다.
18년 이라는 시간동안 엇갈린 사랑으로 인해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그리움은 각자 다른길을 가야만 했던 그들의 운명을 결국엔 하나로 연결시켜주고 응어리진 아픔과 상처들을 어루만지며 함께하는 시간들을 만들어 나간다. 영화는 단지 남녀의 사랑을 관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당시 시대적 상황들을 연관시켜 그들의 정서를 담아내려 주력한다. 형부에게 겁탈당하고도 언니를 이해할 수 밖에 없었던 만정의 고통이 그렇고 언니가 술집에 다닌다는 이유로 전체 가족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그렇다.

형부의 겁탈로 아이를 낳고 미련없이 떠났던 만정이 언니가 죽고 가세가 기울어진 형부를 다시 찾아가 아이를 돌본다는 것이 모순되게 보일지 몰라도 그것은 어쩌면 누구의 자식일지라도 버릴 수 없는 모정에서 기인된것 일수도 있다. 비록 강제로 이루어진 행위의 결과라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시대의 상황이 고스란히 보여지는 대목이다.
중국인의 정서를 표현해내는 방식이 허안화 감독의 이전 영화들과 별반 다를것 없어 보이지만 사랑이야기를 접목된 각각의 플롯들은 그들의 정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쉽게 수긍하게 만드는 조금은 차별화된 연출방식을 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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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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