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비홍 - 서역웅사
黃飛鴻 之 西域雄獅: Once Upon A Time In China And America , 1997

황비홍 시리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이연걸이 출연한 황비홍과 다른 하나는 조문탁이 출연한 황비홍이다. 두 배우의 스타일이 다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연걸의 황비홍을 많이 그리워했다. 개인적으로도 이연걸이 출연한 황비홍을 즐겨 보았지만, 조문탁으로 주연이 바뀐 이후에는 안 봤었다. 이런 팬들의 아쉬움이 있었던 탓인지 이연걸은 다시 황비홍의 옷을 입고 돌아왔다. 그리고 무대는 중국 대륙이 아닌 미 대륙, 그것도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채로 말이다.

'황비홍 - 서역웅사'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미국에 온 황비홍이 탄 마차가 인디언의 습격을 당하고 황비홍은 기억을 잃어버린다. 그 와중에 뛰어난 무술 실력은 잊어버리지 않아서 인디언의 인정을 받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돌아와서 서부의 악당을 물리친다는 것이다. 황비홍 시리즈에 담겨있던 시대적인 비장함이나 황비홍을 둘러싼 역사적 인물 따위는 없다. 이는 감독의 선택 때문인지 몰라도 어느 부분에서는 탁월한 선택이라 본다. 왜냐하면,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한 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인 홍금보는 유명하고 탁월한 액션 배우이다. 그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서 오래간만에 돌아온 황비홍이 제대로 춤출 수 있도록 액션 장면에 많은 공을 들였다.

덕분에 인디언과 어깨동무하고 그들에게 중국 무술의 매운맛을 톡톡히 알려주었다. 하지만 서극 감독이 그려낸 황비홍의 분위기를 그리워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주는 내용이 계속 펼쳐진다. 중국 액션과 무협을 섞는 시도를 하였고 당시에는 나름대로 인기를 얻었을지 몰라도 지금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이 영화가 다른 시리즈처럼 걸작으로 남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시대를 고민하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 액션을 위해 기획되고 그러한 이야기 흐름에 충실하게 장면을 연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볼거리는 당시에는 꽤 독특했다. 서부 영화의 총싸움과 황비홍의 권법이 맞대결하고 그 모습을 그려낸 것이 당시 관객의 눈에는 상당히 신선하게 보였다. 조문탁의 황비홍에서 이연걸의 황비홍을 그리워한 사람들에게 호탕한 그의 액션과 드넓은 대륙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액션 영화로서는 많은 신경을 쓰고 만든 장치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공을 들인 덕분인지 당시에는 꽤 흥행이 되었고 이연걸은 이 영화로 황비홍의 대표주자임을 명실공히 드러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시리즈를 끝으로 황비홍은 더는 제작되지 않는다.

이 영화에도 시대적 배경은 살짝 나온다. 황비홍이 아무래도 영어에 서툰 중국인이다 보니 미국 서부에 정착한 중국인을 등장시키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이 때문에 중국인 이민자들이 출연하는데 1편에서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조금 여유는 있지만 그래도 많이 고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이는 단지 시대적 배경이라기보다는 황비홍을 중국 영화스럽게 만들기 위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고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인디언에게도, 총을 든 서양인에게도 지지 않는 황비홍의 절대 무공이 아니었나 싶다. 황당하리만큼 뛰어난 무술로 총을 든 서양인을 가볍게 제압하는 모습은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리 만족을 주는 장면이기 때문에 지금 보아도 경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황비홍을 그리워했던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팬서비스'같은 영화이다. 그와 미묘한 러브라인을 탔던 '십삼이'와 약혼한 사이로 나오며 이연걸 특유의 절도 있으며 호쾌한 액션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자긍심을 높여주었던 황비홍이 서양인들에게도 지지 않는 모습은 꽤 많은 인기를 끌었던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고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음껏 들려주었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끝으로 이연걸의 황비홍은 볼 수 없었지만 다른 영화에서도 그의 존재는 계속 빛났기에 황비홍을 이제는 추억 속으로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에 등장했던 다른 인물들은 기억에 남지 않고 오로지 황비홍만 기억에 남은 것은 아닐까 한다. 황비홍에 대한 작별인사 - 이것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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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걸이 주연으로 한 황비홍을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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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서영갑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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