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블루
Le Grand Bleu , The Big Blue , 1988

차가운 듯하면서도 따뜻한, 매혹적인 색깔 그랑블루에 빠져버린 두 사내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뤽 배송 감독의 아주 초창기 작품이다. <그랑블루>, <니키타>, <레옹> 순으로 뤽 배송 감독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탄생했다. 뤽 배송 감독의 또 다른 작품, 레옹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는 연출을 할 때 이미지 하나를 잡고, 그것을 중점으로 가지치기를 하듯 이야기를 세심하게 뻗어나가는 특성이 있다.
<레옹>에서 그가 잡은 이미지는 마틸다와 레옹의 묘한 사랑, ‘경계’였다. 장 르노의 깊은 눈, 고독함으로 완성된 킬러 레옹과, 소녀와 소년, 아이와 여자의 경계선에서 오묘한 매력을 뽐냈던 마틸다. 이 둘의 만남은 인간이 인간에게서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그랑블루>도 역시 ‘경계’의 이미지를 다룬다. 하지만 뤽 배송 감독은 여기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무와 유의 경계를 통해 ‘사랑’을 그려낸다. 영화는 그리스의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지중해의 바다. 광활하고도 넓은 바다, 그 심연에 자리한 그랑블루 색은 누군가에게는 집이고, 꿈이었고, 따뜻한 가족애였다. 그랑블루는 인간이지만 바다에 빠져버린 엔조와 자크, 두 남자의 이야기이다.
자크는 어린 시절부터 바다와 그 안의 동물들과 교감하면서 살아간다. 그에게 잠수는 일상이다. 그는 아주 본능적으로 잠수의 길을 익혀나간다. 자연스럽게 바다를 접하고 들어가고, 그곳에서 뛰어논다. 그러다 아버지를 잠수 사고로 잃게된다.

또 다른 길에는 엔조가 있다. 그 역시 어린 시절부터 잠수를 했다. 그는 자크를 친구이자 라이벌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크 아버지의 죽음을 그 역시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20년 후 1988년, 엔조는 잠수 세계 챔피언이다. 그는 아주 뛰어난 수영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 실력으로 돈을 벌어 자크를 찾고자 한다. 자크의 잠수는 그에게 잊을 수 없는 무언가였다.
나중에 호쾌하고 담담하게 자크를 인정하는 그의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자크를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는 다른 세계에서 왔죠.’ 그렇기에 그는 그를 꺾고 바다를 온전히 가지기를 원했다.

자크는 돌고래를 돌보면서, 남아메리카 잠수 연구소에서 잠수 실험사로 있었다. 그는 정말이지 돌고래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물속에 들어가면 그는 뇌 쪽으로 피가 쏠리고 심장박동이 느려지면서 돌고래 화 된다. 그의 수영은 황홀하고, 아름답다. 그에게 바다와, 그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며, 바다의 빛깔을 닮은 돌고래는 아버지와 같았다.
돌고래는 자크의 친구이자, 가족이자, 모든 것이 되어 간다. 그는 사람보다는 돌고래와 사람의 경계, 바다와 사람의 경계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동안 다른 곳에 있던 그는 엔조의 잠수 챔피언 대회에 참가하라는 말을 듣고 돌아온다. 그리고 그는 다시 만난 사람들을 보며, 그 경계에서 혼란스러워 한다.

여기에는 그들을 지켜보게 된 한 여자가 있다. 남아메리카 잠수 연구소에서부터 자크와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다. 그녀는 자크에게 한 눈에 반한다. 항상 돌고래와 함께 바다를 헤엄치던 자크도 그녀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녀는 그에게 인간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 자크와 엔조는 다시 만났을 그 때부터 경쟁 심리를 느낀다.
물속에 잠수해 들어가 자연스럽게 술을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은 오묘한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인간이지만 자연 안에 들어가 있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아름답다.

영화는 자연스럽게 돌고래이자 인간인 자크, 그 사이에 서 있는 여자의 존재로 그의 오묘함을 조명한다. 여자는 어딘가 인간이 아닌 거 같은 그에게 불안감을 느낀다. 그만큼, 자크는 아주 자연스럽게 인간이지만, 돌고래로 존재한다. 또한 ‘바다’에 가장 가까운 인간인 자크와 경쟁하는 엔조를 그린다
엔조는 자크를 진심으로 인정하기에, 이기기를 원한다. 그들은 선의의 경쟁을 이어나간다. 바다를 진심으로 원하는 엔조의 눈빛은 매우 깊고, 간절하다. 자크가 영화의 매력적인 주인공인 이상,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는 그려지지만, 절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감정이 존재한다.

엔조의 열정, 호쾌함과 자크의 오묘함, 그들을 감싸안고 있는 드넓은 바다, 그리고 돌고래. 그랑블루는 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에 관한 너무나도 환상적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