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샤인 러브
Sunshine Love , 2013
조은지와 오정세라는 배우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배우이다. 주로 주연이 아니라 예쁘거나 잘생긴 배우들의 친구, 동료, 가족 등의 역할로 많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TV나 영화에서 나오는 멋진 배우들보다 이들이 더 우리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이 둘은 항상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딱히 대표작을 꼽으라면 머뭇거리게 하는 배우들이었다. 그리고 여기 이 두 배우의 대표작이 될 만한 영화가 한편 있다. 바로 영화 <션샤인 러브>이다.
이들은 우리가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을만한 얼굴을 가진 배우인만큼 실제로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 스토리와 매우 잘 어울린다. 훨씬 예쁘고 잘생겨서 딱 봐도 멋있는 사람들이 만약 이 영화 속 주인공을 했다면 아마 영화에 대한 몰입도는 그만큼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 두 배우의 현실적인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의 연기력도 한 몫을 충분히 해낸다. 실제 주변을 둘러보면 있을 것만 같은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한 이들의 풍부한 표정과 에너지는 마치 영화가 끝나고 나간 길거리에서 이들을 마주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영화 <션샤인 러브>는 노량진 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남자주인공 길호와 그를 짝사랑하는 여자 정숙의 사랑이야기이다. 이들은 우연히 만나 우연히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마치 가랑비에 눈치채지 못한 사이 옷깃이 젖어가듯이, 깨닫지 못한 사이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듯이 시작된 이들의 사랑은 다른 영화 속의 사랑처럼 격정적이지도 극적이지도 않다.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사랑과 같이 내 세상의 중심이 되고 내 로맨스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사랑은 그저 사랑만이 아니다. 우리의 삶과 연관되어있는 이들의 사랑은 현실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주인공들이 겪어야 하는 혼란스러움도 가지고 있다. 이 혼란은 우리가 현실에서 가지는 것과 너무도 닮아서 만약 여러분들이 영화를 본다면 현실을 잠시 잊는다기보다 내가 마주한 현실을 더 깊이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더 주목해야할 점은 영화 <션샤인 러브>가 제 17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를 비롯해 오사가 아시안 필름 페스티발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레지오 에밀리에 아시안 필름페스티벌 등 다양한 축제에 초청되어 인정받은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바로 다양성 영화라는 점에 있다.
개봉하기 전부터 대형 영화관의 상영관을 거의 차지하는 대형영화들과 다르게 다양성 영화는 작품성, 예술성이 뛰어난 소규모 저예산 영화를 지칭한다. 상업영화와 대비되는 의미로 사용되며, 톡톡 튀는 소재와 연출력으로 인해서 가끔 빛을 보는 영화들이 나오기도 한다. 모든 영화관에서 동일한 영화만을 상영하며 천만 영화가 여러편이 나온 요즘 시대에 이런 다양성 영화들로 인해 말 그대로 영화 시장이 ‘다양해’지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영화 내용면에서도 연애, 결혼, 꿈, 희망 등을 포기하며 요즘 2030시대가 ‘N포 세대’로 불리우는 현실인만큼,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현실에 달달한 로맨스를 입힌 내용은 웃기고도 슬픈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영화 중간 중간 나오는 옛날 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은 극의 재미를 한 층 더 높여준다. 그리고 이런 장면들을 통해 관객들은 주인공들의 생각을 살짝 엿볼 수도 있어서 눈길을 더 끌게 된다.
특히 연출을 맡은 조은성 감독은 주인공들이 영화 속에서 극 형태로 돌아가는 80년대 액션 영화, 흑백영화 부분은 극적 재미를 위해 넣은 장치이기도 하지만 또한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변화와 욕구를 대신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작품 설명을 한 바 있다. 극장의 상영관을 대다수 차지한 천만 영화도 좋지만, 가끔은 다양성 영화로 색다른 재미를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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